상처꽃(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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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그래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이제 남은 길을제대로 가는 일이 남았다간절하고 절실할 때내게 한 편의 시는포기못할 희망이었다미발표 시집 몇 권배낭 속의 USB에 담았다시여 무기여! 노래한김남주 시인의 길여럿이 함께 가야만 했던투쟁의 한길이었다점령군에 빼앗긴 들찢겨진 이 산하숱한 상처꽃들을 보듬고폭정에 맞서 싸웠던오월전사의 길이었다한가지 바램이란참세상 그날이 올 때까지내 안에 잠재된 힘을솟구치게 하는 것이다앞서 간 이의 발자욱처럼생의 흔적 남길 일이다
2024.05.18 -
내 가슴에 오월꽃은 피는가
내 가슴에 오월꽃은 피는가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사월 초파일 석탄일오월은 추모의 달이라축제도 삼가고조용히 둘이서 맞았다 80년 그해 금남로 충장로해당화 시인도교사 신분으로 싸웠다아슬하게 막차로섬마을로 돌아갔지만 철쭉꽃이 피는 오월이면학살의 기억 속에잠 못 이루는 밤이다트라우마에 시달린 이들소식이 들리면 아프다 광주 5.18항쟁 이후에도감시당했을 숱한 이들고통의 그 세월이총탄에 뚫린 흔적인 양상처꽃으로 남아 있다 윤상원 열사의 유지처럼그날 우리는 패배하였지만내일의 역사는승리자로 만들었다횃불은 다시 타오른다
2024.05.16 -
남파공작원 그녀에게 재심을 허하라
남파공작원 그녀에게 재심을 허하라 그녀에겐 녹슬은 해방구도 없었다 "저는 98살 남파공작원입니다" 1957년 남파 1958년 체포 불법구금 고문 사형 무기징역 전향 1979년 가석방 모진 세월이여 간첩죄도 간첩방조죄도 없었다 창살 속에 갇혀 지냈던 장기수 그 고통을 뉘라서 알랴 강산이 6번도 더 바뀐 지금 재심을 청구한 남파공작원 엄씨 분단시대의 상처꽃이어라 그녀에게 재심을 허하라 진영논리 대신 무죄 선고를 하라 이름없이 빛도 없이 조용히 봉사하며 삶을 마무리하려 했던 엄씨가 재심에 나선 이유란 “저와의 만남 때문에 고문을 받고 자백한 그분들의 명예는 지금이라도 회복돼야 합니다" 한 가지 책임감 때문이었다 무기징역형 확정 63년 만 가석방 44년 만 그녀의 재심 청구가 빛을 발하기를 간절히 두손모아 기도..
2023.12.07 -
능소화가 필 무렵이면
능소화가 필 무렵이면 새들도 잠든 한밤중 비는 내리는데 담벼락 위에 능소화가 그리움처럼 피었네 눈에 선한 옥계 바닷가 고향길 황톳빛이 꽃잎 속에 어렸구나 어젯날 까치가 울고 행여나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까 기다린 석전동 글감옥 시절 골목길 어귀에 능소화가 피었댔지 내겐 상처꽃이네 찢겨진 이 산하에 철망 앞에서 붉은 담장 하얀 방 창살에 갇혔던 내 젊은 날도 해직의 세월도 이제는 추억이건만 풀지 못한 한들이 되살아 오는 검찰독재 시대 저 능소화 꽃말처럼 사무친 기다림은 끝나지 않는가 버티고 이겨내어라
2023.06.21 -
동백꽃은 마음 속에 핀다네
동백꽃은 마음 속에 핀다네 산에 들에 꽃잎 터지는 소리 내 마음의 동백꽃도 저리 장엄하게 피었구나 흰눈 머리에 인 채 혹독한 겨울에 핀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거늘 봄길 나서니 반겨맞는 오랜 벗같은 사랑이어라 한번은 나무에서 두번은 땅에서 세번은 마음에서 핀다는 저 붉은 상처꽃에 깃든 한들을 어찌 하랴 꽃샘바람에 떨어져도 첫 마음을 잃지 않는 신념의 꽃이거늘 다시 항쟁의 봄을 부르며 타는 노여움으로 떨쳐 나서 대열 이루는 광장의 촛불행동이 마음 속에 피는 수천수만의 동백꽃 아니랴
2023.03.17 -
성탄 전야 거리로 나서라
성탄 전야 거리로 나서라 가장 비천한 마굿간에서 낮은 곳으로 임한 아기예수의 성탄 전야 내가 새겨야 할 신심은 무엇이런가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인가 상처꽃의 치유 회복 정의의 소식인가 교회 밖에서 한파 속에 고통받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서민들에게 절망 속에서 희망을 믿고 나누는 성탄 메시지인가 은총도 차별받는 이곳 가난한 자의 복음은 어디에서 찾을까 민중의 예수를 부르는 성탄 전야를 그리며 간절한 기도를 바치노라
2022.12.24 -
분단시대 상처꽃을 아시나요
분단시대 상처꽃을 아시나요 정전협정 69돌을 맞으며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한 여대생의 생의 흔적을 숙연히 돌아보게 된다 1928년 전북 삼례 출생 10살때 북으로 귀향 여고 3년때 해방 1947년 역사학부 입학 한국전쟁 때 1950년 7월 정치공작대 파견 1950년 9월 후퇴시기 영암 월출산 입산 백운산 전남도당 강사 1954년 2월 겨울 지리산 이동했다가 체포 국가보안법 3년 복역 이후 2차 송환을 기다리다 끝내 돌아가지 못한 채 이두화 장기수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오빠들을 만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었던 분단시대 통일의 꽃이여 살아 생전 못간 고향으로 꽃넋이나마 훨훨 날아 가시기를 빈다 김일성종합대학 사학과 전장에 나섰던 한 여대생 고 이두화 선생 영전에 국화꽃 한송이를 바치며 ..
2022.07.25 -
시는 내 마음의 닻이다
시는 내 마음의 닻이다 폭염경보가 내린 날 그의 시집을 쉬엄쉬엄 읽는다 코로나를 겪고 난 후 내면을 돌아본 생활의 흔적들을 과거와 현재를 이으며 대화하듯 들려준다 시인이 걸었던 거리 시인이 찾았던 곳마다 시대의 상처꽃들이 아프게 피었다 시집은 산 역사의 교과서다 시집은 삶의 자취들이다 세월이 멀리 흘렀어도 한번 맺은 인연들이 시편에 살아온다 박몽구 시인의 마음은 함께 맞는 비다 세파에 부대끼며 시인이 닻을 내릴 곳은 민중의 바다이다
2022.07.02 -
능소화는 다시 피었건만
능소화는 다시 피었건만 한여름 길가에서 마주치는 꽃 기다림이 꽃말이라는 상처꽃이 아니던가 붉은 담장 너머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소식이 날아올까 설레이던 내 젊은 날 옥살이도 악법도 강제해직도 간절했던 적폐청산은 미완성인 채로 어제 오늘도 하 기다리는 세월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받았는가 시대의 과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세상을 갈아엎자는 나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2022.06.18 -
6월꽃
6월꽃 잊지 못할 6월항쟁 그날이 돌아오면 어깨걸고 싸운 민주의 함성들이 이 산하에 핀 야생초처럼 반가이 살아나건만 열사들의 염원은 이루어졌는가 학살자는 단죄되었는가 상처꽃들 아픔은 치유되었는가 다시 묻고 싶어라 청산 못한 독재가 우릴 조여오는 슬픔을 딛고 6월꽃은 변치 않을 사랑 못다 한 투쟁 그날을 부르노라
2022.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