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11)
-
저 작은 꽃밭 하나 사랑이라
저 작은 꽃밭 하나 사랑이라 빈집 담벼락에 심군 꽃 봉선화 해바라기에 나비도 벌도 날아드는구나 대문 열고 나서면 동네 공터 한켠에서 반겨맞는 꽃들이 고와라 상자텃밭엔 상추 깻잎 고추 방울토마토 오이가 열리니 신기로워라 식량작물을 길러 먹는 도시농업을 일구는 손길이 소중히 다가오는 오늘 골목길 빈집 한켠에 가꾼 저 작은 꽃밭 하나가 팍팍한 하루를 어루만지며 더불어삶을 일깨워라
2023.08.07 -
정든 놀이터 슈퍼마켓 텃밭
정든 놀이터 슈퍼마켓 텃밭 산중 꿀벌 키우는 모습을 나는 자연인이다 TV 프로에서 보다가 나 어깨 아픈데 저 벌로 침맞으면 나을까 괜히 말 건넸다가 이제 병원 갈 일밖에 없다고 핀잔주는 명자꽃 텃밭가꾸기가 힐링이라는 합천 산골 출신 동네 공터에서 시멘트 유리 쓰레기들 걷어내고 곡갱이로 땅 파고 삽 호미로 일군 텃밭 빈집 집터에 커피전문점이 들어선다니 허사로다 그곳에 상추 호박 오이 파 방울토마토 가지 치커리 열무 고추 감자 깻잎 씨앗사서 퇴비를 주며 공을 참 많이 들인 유일한 취미생활이던 동네텃밭과도 이별연습을 해야 된다나 텃밭은 또 만들면 되지만 깔아뭉갤 식물들 가엾고 불쌍하다는 당신 상실감을 누가 알까 건강지킴이 찬거리를 마음의 여유를 안겨준 초록빛 생명에게 눈인사를 보내고 싶다
2022.07.24 -
장맛비 내리는 빈집 위에
장맛비 내리는 빈집 위에 끈질기게도 피었구나 빈집 대문 위에 홀로 장맛비를 맞고 있는 저 강아지풀 하나 봉화산 자락 회원초등 메뚜기 잡던 시절 옛 추억을 부르는가 교원동 집을 나서서 학교가는 길에 물결치던 황금빛 벼들이 눈에 어른거리건만 세월이 흐르고 아파트로 변해 버린 회원골의 재개발 지금 그곳으로 가노라면 땅값 집값 투기광풍에 등골이 휠 지경 창원시 오래 된 빈집들 정비한다길래 없이 사는 이들에게 거처라도 마련해 주라 강아지풀 하나도 저렇게 부대끼며 살거늘 지상의 방 한칸 땅 한뼘 차지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발편잠이라도 이루게끔 마을공동체를 가꾸라
2022.07.21 -
동네 뒷산 산길을 오르다가
동네 뒷산 산길을 오르다가 절집 가에 개나리가 피었네 오랫만에 보는 봄꽃이 스쳐 지나간 인연을 떠올려 자못 안쓰러워라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빈집 하나 얻는 것도 인연이 닿아야 성사되는 것 일감도 사랑도 그렇더라 투쟁으로 하루를 열었던 저 80년대 격동의 시절 안정된 직업조차 마다한 채 민주화 혼불을 태웠어라 잠깐 만나고 헤어졌던 이들 돌아보면 인연이었거늘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새삼 안부를 묻고 싶어라
2021.03.14 -
빈집이 시인의 거처다
빈집이 시인의 거처다 중성동 골목 빈집에서 건너편 빈집으로 얘기잘해서 옮긴다 포털뉴스는 허구헌날 아파트 몇억 오른 기사만 올려대더만 152만호 전국의 빈집들 공유하자는 기사는 눈에 띄기 어렵더라 암걸렸다가 베푸니 몸도 나아졌다는 집주인 할머니 마음 없는 살림에 힘이 돼 명자꽃과 함께 또 이삿짐을 나른다
2020.11.17 -
빈집을 없이 사는 이들에게
빈집을 없이 사는 이들에게 도시 골목길의 빈집 위에 달빛만 환하구나 산촌에도 농촌에도 어느날 주민들이 떠나고 쓸쓸히 남은 거처들 헤아려 보면 얼마이랴 없이 사는 이들 폐가를 손봐 몸붙이게 하라 방 한칸 없이 떠돌며 월세조차 버거운 주거빈곤층 살림들 설움이야 겪어보면 알지 ..
2020.02.04 -
세월 속에 부는 바람소리
세월 속에 부는 바람소리 댓잎에 이는 바람소리 창동예술촌 골목길 오래 전 집터였을 이곳 주차장으로 변했네 대숲 위로 뜬 저녁달조차 서러운 듯 길손에게 눈짓하는가 새벽녘 까치소리 들리고 큰 모과나무 배롱나무 서 있는 곳 그 자리 빈집에 지금 시인 부부가 산다 유신반대 80년 해직..
2019.01.19 -
버려진 텃밭에도 꽃은 피고
버려진 텃밭에도 꽃은 피고 빈집 텃밭에 피어난 취나물꽃이 곱다 재개발로 밀려난 주민들 버려진 터에 봄 남새 풀꽃들은 끈질기게 솟아 아무도 돌보지 않는 길냥이들처럼 바라보는 나의 눈길이 애잔해지는구나 명자꽃이 씨앗을 뿌려서 일구던 자투리땅 아침나절에 인증샷도 찍어 올렸..
2016.04.29 -
어쩐지 내 마음같은 풍경
어쩐지 내 마음같은 풍경 길 위에서 마주치는 빈집 대추나무 겨울을 맞는구나 주인장은 간데 없는데 홀로 그 자리를 지켜선 모습이 아프게 와 닿아라 빚에 내몰려 팔려고 내놓았거나 재개발 보상을 기대했다 떠났거나 사연이 있겠거니 생각해 보며 왠지 씁쓸한 심정을 감출 수 없구나 언..
2013.11.28 -
때로 마을공동체가 그리워진다
때로 마을공동체가 그리워진다 빈집에서 매미가 운다 사람은 떠나고 크게 자란 나무만이 낡은 집을 지킨다 재개발지역엔 셋방 내놓은 데도 많고 빈땅 여기저기 텃밭을 일궈놓았다 작은 풀꽃들 피고 새소리 들리는 오래 된 동네 석전동 내 마음같아선 38층 아파트보다 이웃의 정이 살아 ..
2013.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