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훗날(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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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누군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세월 속에 아련한 만남이 있다 저 80년 국보위 해직 이후 공립중에서 사립고로 공채를 통해 잠시 몸담았던 창신공고 국어교사 시절 그때 학생 하나가 인사를 하니 일순간 당혹스러웠지만 해직교사로 안기부 조회에서 다시 교단을 떠나야 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왔다 그때 글쓰기를 통해 독해력을 높이려 2부 학생들이 쓴 사연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졸업 후 실업자 될 것 같다 공고출신 장래가 막막하다 노동조합도 없던 때니 그렇듯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국어수업 작문이었다 어느덧 50대 중반씩을 넘은 나이라니 벌써 그리됐나 오동동 밤거리 국화 앞에서 추억삼아 한컷 남겼다 지리산을 타기에도 예전같지 못한 내 몸이 서글퍼도 명자꽃이 찍어준 사진 한장 먼훗날 해당화 시인의 삶의 흔적삼아 남기련..
2023.10.27 -
새벽녘 어시장길에서 만난 당신
새벽녘 어시장길에서 만난 당신 마산의 새벽을 여는 어시장 갈치 사 가이소 말이 참 정겹게 들리는 시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선창가 한 모퉁이 좌대에서 오늘은 명자꽃이 생선을 팔고 새벽별 보고 길 나섰다가 저녁달 보고 들어오는 고단한 장삿일이 쉼없거늘 어찌 허투루 대하랴 창동 ..
2019.09.19 -
까치집도 시인의 이웃집이라
까치집도 시인의 이웃집이라 까치는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시인은 저 까치집 아래 오두막을 거처 삼고 올 겨울 추위를 피하련다 산중살이가 맞춤해 텃밭이랑 은행계곡이랑 둘러싼 대나무숲이랑 개구쟁이 길냥이들이랑 새들이랑 멧돼지랑 어우러져 더불어숲이 되었다 지상의 방 한칸 사..
2017.12.18 -
오두막집에서 대동세상을 꿈꾸며
오두막집에서 대동세상을 꿈꾸며 천장도 벽마저도 다 허물어진 낡은 폐가 오두막집 예전에 암자였다는 이곳을 해당화 시인의 거처로 고쳐 쓸려고 하니 이 집 샀냐고 세들었냐고 회원골짝 약숫물을 뜨러 온 이들이 묻더라 몸 누일 방 한칸 겨우 꾸며서 세간살이 옮기고 명자꽃과 살아보..
2017.06.09 -
시인의 거처 오두막집이면 어때
시인의 거처 오두막집이면 어때 내 고향의 산 무학산 자락 대나무숲 계곡 곁 낡은 오두막집에서 고단한 몸을 쉬어볼까 돌담벽 작은 암자들 품은 이곳 두척산 아래 추억의 무학농장 길가에 해당화 시인이 새 거처를 찾았는가 한뼘 땅도 없이 떠돌다가 기침은 콜록 피부는 물집 건강조차 ..
2017.05.17 -
추억 속에 불러보는 그리운 날들
추억 속에 불러보는 그리운 날들 친구야 세월이 꽤 흘렀제 그때 발자취가 새롭네 무학산 학봉 아래 너른 교정 학창시절 추억이 깃든 마산고에서 공부하며 보냈던 그 시절을 어찌 잊겠는가 70년대 초반이었으니까 합포만 가포해수욕장 무척 맑았고 수영도 했더랬지 도시락 싸준 부모님 가..
2014.08.28 -
먼훗날 흔적이라도 남겨둬야지
먼훗날 흔적이라도 남겨둬야지 완월동 옛 동네를 지나다 그 집을 찾아보았다 골목길은 그대로건만 지난 날 자취는 재건축 공사로 지워졌구나 빤듯한 건물 틈 사이로 허물어진 채 남은 그곳에 무슨 미련이 남았길래 남모르게 눈길 주는가 가쁜 숨 몰아쉬며 울어머니 돌아가신 방 아직 헐..
2014.01.27 -
방사능비 한국을 적시다
방사능비 한국을 적시다 한밤중에 내리는 봄비 응당 반가우련만 맞기가 꺼림찍하구나 모자를 쓰고 걸어가도 내 입술을 스쳐 흘러내리는 방사능비 황사비 산성비에 이어 일본에서 날라온 원전 유출 죽음의 비 채소밭에도 나무에도 몹쓸 비는 쏟아져 먼훗날 재앙 선하네
2011.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