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떠나고 싶은 날

2012. 3. 23. 16:23시에게 말을 걸다/길바닥 시

 

 

 

기차를 타고 떠나고 싶은 날

 

 

비 내리는 마산역은

웬지 살붙이같다

옛 추억도 사랑도

빗물에 젖고

흙빛으로 이글거리던

억척스런 삶도

역전 새벽시장처럼

되살아 오는 곳

지금이사  KTX가

엄청 빠르게

서울까지 달리지만

경부선 열차는

좀 느리게 달려야

알콩달콩한 맛을

누리게 된다

역광장을 서성이며

떠도는 이들도

마산 인근 농촌에서

보따리 이고 와

난장을 펼쳤던

시골사람들도

파업가를 노래부르던

철도노동자들도

마산역에 깃든

못 잊을 풍경이다

오늘같이 비 내리는

그곳에 서면

훌쩍 기차를 타고

떠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