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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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생은 술 한잔 사 주지 않았나
왜 인생은 술 한잔 사 주지 않았나가수 안치환이 문화광장에서절절하게 부르던 노래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 주지 않았다그 목소리가 쟁쟁하여라왜 인생은 나를 사랑하지 못했을까떠난 이를 그리워하듯우리 지난 날들을 소환해 보자내가 나의 주인이었던 적 있었는가노예처럼 자본에 저당잡힌 세월불의에 저항하지 못한 세월세상을 바꾸지 못한 그 세월이문득 서글퍼져서였을까내 인생은 나를 위해 해 준 게 뭐 있나 쓰라려서였을까그날밤 강한 분노가 일어나토하듯 썼다는 정호승의 시 한편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 주지 않았다곱씹어 볼 시노래가 되었구나왜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 한번도술 한잔 사 주지 않았을까안치환은 노래하며 대답했더라사줘도 너무 많이 사줬다희망과 사랑의 술을 조건없이
19:50:26 -
어시장 새벽시장 노점길에서
어시장 새벽시장 노점길에서새벽 어시장에 나가 보았다길거리 장사하는 곳명자꽃이 말린땡초 상추양배추 무말랭이 오이찬거리를 여럿 샀다직접 기른 작물들이라싼 편이라고 한다최저임금 핑계로가격 올린 업체 많다는데여기는 직거래라 좋다옛 마산의 향수가 배인새벽시장에 나오니북적거리는 장터 풍경이아련히 떠오른다정경식 열사 어머니도생선을 팔던 곳이고구 북마산역이 사라지면서인근에서 농민들이 전을 펼치기도 했을까내란경제 민생고물가까지 껑충 뛰었길래밥상차릴 엄두가 안나건만어시장 새벽시장은항구도시 마산의 인정이고단한 노점들에서되살아나는 듯 남몰래 추억에 젖어들었다
05:07:28 -
달뜨면 이 령을 찾아올테지요
달뜨면 이 령을 찾아올테지요지리산 가파른 능선을 넘어함양 벽소령 계곡에휘영청 떠오른 저 달이길손을 붙잡고 얘기하는가총성은 멎었지만남북산야 꽃넋들의 한은 달빛 아래 번뜩인다고징용을 피해 깊은 산으로숨어든 젊은 사람들해방정국이 되었어도악질 친일파들은 제대로 단죄되지 못했고그해 긴 여름 전쟁통에 다시 지리산으로입산했던 빨치산들영화로 드라마로 소설로더러 접하곤 했던1950년대 산사람들이곳에 올라치면 생각나는가광복 80년 세월남과 북으로 갈라진 한반도겨레의 비원은 그때나지금이나 사무쳐라계곡물은 아우성치는 듯소리쳐 흘러가건만뉘 있어 이 산에 깃들인 아픈 사연들을귀기울여 들어주련가벽소령에 달뜨면 이 령을 찾아올테지요
2025.05.27 -
더 이상 우리를 아프게 하지 마
더 이상 우리를 아프게 하지 마학교 마치고 가정방문 갔더니개구리 울음소리만 요란한산골처럼 캄캄한 섬마을산 아래 낡은 집에서 학부모가소주 한사발을 권하길래받아 마시고 그냥 돌아왔지그때 난 철부지였어라노동에 지친 몸 쉬는 중인데웬 젊은 선생이 찾아와무슨 상담을 한단 말인가거진 흙수저 출신들이라세상을 바꾸지 않으면학벌사회 차별을피해갈 수 없었을 터련만독재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거부 못하는 일선 교사들감시하는 관료들 그대로거늘검찰공화국 들어선정치적 편향 운운하며행복학교 마을학교 예산도모조리 삭감했다지거꾸로 돌아가는 학교교육쉬운 수능 킬러문항특목고 자사고 부활 등교육개악 단어들이 난무하는무한경쟁 입시지옥학생이 교사가 죽어간다참교육의 봄이 간절하여라
2025.05.27 -
내 한몸 꽃 피어 봄이라면
내 한몸 꽃 피어 봄이라면멀리 움직일 수가 없구나머리에서 발끝까지몸이 예전같지 않은 탓인가산정에 홀로 선나무처럼 제 자리에서노동의 대지에 깊이뿌리내리고 버텨야 하나저 한라에서 백두까지굽이쳐 가리라던 꿈마저버릴 수야 없거늘온몸으로 세파 맞으며뼈와 살에 새기듯추억을 시로 기록하는 날내 지나온 길을 찬찬히 둘러보아라시를 품고 살아온 세월다시 한번 날자대열 속에 뛰어들고 싶건만지금은 한발짝 물러서서 현장 밖에 서 있구나기억하는 방식이 어젯날과 달라졌을 뿐그래도 우리 갈 길은 간다같은 방향을 바라보며만나는 사람들 웃으며 인사나누어라내 한몸 꽃 피어 봄이라면이글거리는 태양도달아오르는 대지도뿌리깊은 나무 꺾지 못하리
2025.05.26 -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길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길그런 혁명도 다 있느냐그대가 나였다는무위당 장일순 선생의난초 서화를 접하고 나니나락 한알 속의 우주생명평화의 길인간과 자연의 공존인살림의 문명생활 속의 먹거리운동인한살림을 창시한참뜻을 곰곰이 새겨보아라혁명이란 게보듬어 안는 정성으로새로운 삶을열어가는 노력이란그 한마디가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위대한 길이 아니랴박정희가 죽고 외신과인터뷰한 기사라지지학순 주교와 함께원주를 반독재 산실로 만든 우리시대 생명사상가 찾기가 귀한 세상무슨 인연이 닿아서일까잃어버린 공동체를 간절히 기원하며 떠나는순례자의 길만 같아라
2025.05.25 -
봄비처럼 너에게 가겠다
봄비처럼 너에게 가겠다진정 돕는다는 것이란 함께 맞는 비라는쇠귀선생의 서화에오래 눈길이 머무는구나함께 비를 맞거나함께 우산을 쓰거나관심이든 사랑이든동지애이든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슬픔도 기쁨도 서로 나눌 수 있는 연대소중한 일이 아니랴네가 힘들고 지친 날손을 내밀 때그 손을 잡아 주지 못한아픈 기억이되살아나는 시간에함께 비를 맞아 주는그 한 사람이오늘따라 그리워져라
2025.05.25 -
서운해서 아쉬워서 어찌할까
서운해서 아쉬워서 어찌할까산중 꿀벌 키우는 모습을 나는 자연인이다TV 프로에서 보다가나 어깨 아픈데저 벌로 침맞으면 나을까괜히 말 건넸다가이제 병원 갈 일밖에없다고 핀잔주는 명자꽃텃밭가꾸기가 힐링이라는합천 산골 출신동네 공터에서 시멘트유리 쓰레기들 걷어내고곡괭이로 땅 파고 삽 호미로 일군 텃밭빈집 그 자리에 무슨 카페가들어선다니 허사로다그곳에 상추 호박 오이 파방울토마토 가지 치커리열무 고추 감자 깻잎씨앗사서 퇴비를 주며공을 참 많이 들인유일한 취미생활이라던정든 놀이터와도이별연습을 해야 된다나상자텃밭이라도 괜찮지만깔아뭉갤 식물들 가엾고 불쌍하다는 당신상실감을 누가 알까건강지킴이 찬거리를마음의 여유를안겨준 초록빛 생명에게눈인사를 보내고 싶다
2025.05.25 -
괭이밥이라도 찾아 먹일 걸
괭이밥이라도 찾아 먹일 걸작은 것에 눈길이 간다야옹이가 아프면찾아 먹고 낫우었다는저 여린 풀꽃 괭이밥약도 챙기지 못해콧물 달고 다니던 얼룩이가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명자꽃이 어릴 때소꿉놀이하며 뜯어먹었단새콤한 맛이 나는 잡초오늘 해독제란 걸 알았네불면증에도 좋다지심장 모양의 잎이 달린 걸두어 뿌리 뽑아서동네 공터에 심자 했다목사시인은 매일 뜯어서 즐겨먹는다 하는데길가 한켠에 눈에 띄는저절로 날아와 자란 괭이밥야생초 지혜가 놀라워라꽃말이 빛나는 마음사랑초라고 불린다지살면서 놓치고 지나쳤던저 작은 것이 아름답다
2025.05.24 -
지리산은 잠들지 않는다
지리산은 잠들지 않는다거센 바람 불어오고진달래 철쭉 물드는 산 잠 못 드는 꽃넋들이나에게 묻는다전쟁은 끝났는가 못 다 이뤘던 염원은고사목처럼 남아이 산하에 사무쳤건만평화의 길은 멀고대결은 첨예하여라무기팔아 먹고 사는미국의 수상쩍은 행보들유사시 대비책이란전쟁하겠다는 것핵폭풍이 일겠구나어디 피할 곳도 없이이 강산 곳곳이아수라장이 되는 날이면생존배낭 꾸린다고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칼바람 휘몰아치는지리산에 핀 꽃들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내 사랑을 지키자는타는 마음이어라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