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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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차례상을 올리며
지리산에 차례상을 올리며 지리산 아흔아홉 구비 저 능선 저 골짜기 꽃도 십자가도 없이 찢겨진 이 산하에 잠들어 있을 꽃넋들이여 술 한잔 붓고 절 올리는 성묘길 억울한 죽음들 그 얼마나 많았던가 동학혁명부터 일제하 해방정국 한국전쟁 전후까지 격동의 현대사 피어린 산맥이었어라 떠도는 원혼들 눈 못 감은 전사들이여 해방구는 녹슬고 세월은 멀리 흘러도 그날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으리니 잊지 말 일이다 저 흰눈 쌓인 천왕봉에게 안부인사 전하며 차례상을 올리노라 반란의 산 지리산이여
2024.02.10 -
지리산에 눈꽃은 피었는데
지리산에 눈꽃은 피었는데 붉은 단풍잎이 지고 흰옷으로 갈아입는 산 잠 못 드는 꽃넋들이 나에게 묻는다 전쟁은 끝났는가 못 다 이뤘던 염원은 고사목처럼 남아 이 산하에 사무쳤건만 평화의 길은 멀고 대결은 첨예하여라 무기팔아 먹고 사는 미국의 수상쩍은 행보들 유사시 대비책이란 전쟁하겠다는 것 핵폭풍이 일겠구나 어디 피할 곳도 없이 이 강산 곳곳이 아수라장이 되는 날이면 생존배낭 꾸린다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지리산에 핀 눈꽃들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내 사랑을 지키자는 타는 마음이어라
2023.11.15 -
산나리꽃에 깃든 내 마음에게
산나리꽃에 깃든 내 마음에게 게릴라성 호우가 쏟아진 뒤 상자텃밭 담벼락에 산나리꽃이 피었어라 지리산 벽소령 가는 길에 숲속길에서 만났던 꽃 왠지 꽃넋들 같아 오래 가슴 속에 남아 있던 이 산하의 야생화 내 눈길을 사로잡는구나 잠시 시름도 잊고 바라보는 꽃 고와라 주택가 길에 내놓은 화분들 꽃을 키우는 그 마음을 새삼 깨우치는 날 소소한 즐거움을 맛보아라
2023.07.11 -
이현상 선생 사령부 트에서
이현상 선생 사령부 트에서 꽃넋들 잠 못 드는 산 지리산 빗점골 이현상 선생의 트 1953년 9월 18일 새벽에 산화한 빨치산 사령관 어언 69년 세월 그 자리에 산국 한묶음 술 한잔 올리노라 해방구 조국통일 전사 총소리가 떠오르는 저 이현상바위 비원이 사무쳐 오는구나 해방정국 시대가 부른 혁명열사의 길을 뒤따라 올라가며 생의 흔적을 기려라 지리산 산죽은 바람결에 그날을 이야기하는가 아흔아홉골 곳곳이 역사의 답사길 아니랴
2022.09.20 -
분단시대 상처꽃을 아시나요
분단시대 상처꽃을 아시나요 정전협정 69돌을 맞으며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한 여대생의 생의 흔적을 숙연히 돌아보게 된다 1928년 전북 삼례 출생 10살때 북으로 귀향 여고 3년때 해방 1947년 역사학부 입학 한국전쟁 때 1950년 7월 정치공작대 파견 1950년 9월 후퇴시기 영암 월출산 입산 백운산 전남도당 강사 1954년 2월 겨울 지리산 이동했다가 체포 국가보안법 3년 복역 이후 2차 송환을 기다리다 끝내 돌아가지 못한 채 이두화 장기수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오빠들을 만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었던 분단시대 통일의 꽃이여 살아 생전 못간 고향으로 꽃넋이나마 훨훨 날아 가시기를 빈다 김일성종합대학 사학과 전장에 나섰던 한 여대생 고 이두화 선생 영전에 국화꽃 한송이를 바치며 ..
2022.07.25 -
산나리꽃에 깃들인 내 마음
산나리꽃에 깃들인 내 마음 여름꽃들 여기저기 피지만 오랜 기다림에 지친 능소화는 왠지 슬펐고 지리산 벽소령 가는 숲속에서 마주친 산나리꽃은 전사의 꽃넋들같아 내 발걸음 멈추게 했네 아흔아홉 구비 산봉우리들 언제 가 볼까 역사기행 함께 떠나며 하동이든 함양이든 산길따라 오르고 싶은 날 통일산천을 그리며 아리랑 노래를 불러볼꺼나 노동의 대지를 박차고 솟구친 생명의 꽃들 어느 하나 곱지 않으랴만 민중의 염원을 품고 고난 속에 피어난 산나리꽃에 깃들인 사연들 태백산맥 소설 읽듯 내 가슴에 새기고 싶네 녹슬은 해방구를 찾아서
2021.06.26 -
격리해제 축하일에 부치는 시
격리해제 축하일에 부치는 시 바라보기만 해도 포근한 산 지리산에 놀러오란다 한때 저 산을 보면 피가 끓고 분노가 일었던 통일전사들의 싸움터 의신마을 지나 벽소령으로 올랐던 날 산나리꽃 산죽이 왠지 꽃넋들만 같아 그날의 총성이 들리던 산 지금은 산청에서 함양에서 위령제를 열고 피아간 화해하고 평화통일을 기리건만 아픈 상처들 남아 있어라 영국에서 고국을 찾은 페친 문최님의 14일간 격리 내일이면 끝난다는데 초청에 응하지 못하지만 등나무 화관처럼 창 밖 감나무 홍시처럼 내 마음의 고향 지리산을 조금이라도 가져가라고 그리운 이들을 만나 추억 속에 영원할 휴가를 밀월처럼 보내라고 명자꽃과 함께 안부인사를 전하고 싶어라
2020.10.09 -
벽소령의 달이 들려준 이야기
벽소령의 달이 들려준 이야기 지리산 가파른 능선을 넘어 함양 벽소령 계곡에 휘영청 떠오른 저 달이 길손을 붙잡고 얘기하는가 총성은 멎었지만 남북산야 꽃넋들의 한은 달빛 아래 번뜩인다고 징용을 피해 깊은 산으로 숨어든 젊은 사람들 해방정국이 되었어도 악질 친일파들은 제대로..
2015.08.07 -
길 떠나기 전에 바치는 기도처럼
길 떠나기 전에 바치는 기도처럼 상남성당 레지오 참석했더니 8월 1~2일 토, 일 하계 수련회를 갖기로 사전답사 끝에 결정됐네 장소는 경남 함양군 벽소령 계곡 쪽이구나 지리산 깊은 골 산장에서 함께 보낼 그날 풍경이 눈에 선하여라 작년 중산리 계곡 민박집에선 줄곧 장맛비가 내려 잠..
2015.07.29 -
그 산에 다시 가고 싶어지는 날
그 산에 다시 가고 싶어지는 날 비는 내리고 낙엽은 지는데 그 산에 난 가질 못했네 단풍 고운 북한산 지리산 추억의 풍경들만 눈 앞에 새록새록하구나 늦깎이 사랑 명자꽃과 함께 가고 싶은 아릿따운 산 첫 눈 올 때쯤이면 홀가분하게 떠나볼까 민족의 비원서린 자취를 두 사람의 가슴에..
2014.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