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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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텃밭 찬거리로 한끼 때우고
상자텃밭 찬거리로 한끼 때우고 명자꽃이 가꾼 상자텃밭에서 상추 깻잎 고추 가져다 아침 한끼 밥상을 차리고 폭염 속에 하루를 시작한다 간밤은 열대야 탓에 깻잎도 오그라들었더니 살아 있어 줘 고맙다 넉넉한 들엔 옥수수꽃이 피고 흘린 땀만큼 수확하며 땅과 말하는 농사형제들 살농의 긴 세월에 우리농산물 지켜내기도 식량자급률도 더 힘들어질 판이건만 방사능 오염수까지 저 난리니 생명의 신비가 깃든 농삿일 그 공을 뉘라서 알랴 도시의 빈 땅 놀리느니 공동체텃밭이라도 일궜으면 오죽 좋으련만 온통 투기판이 돼 버렸다 중성동 골목길 대문 담벼락에 놓여진 상자텃밭 여나믄 개 다행히 모두 살아 있다 유일한 낙이란 텃밭가꾸기에 깃들인 고향마을 향수 남새들마다 짙게 배였다 그래 끈질기게 한번 살아보자
2023.06.19 -
가을날 청춘들이 압사되다니
가을날 청춘들이 압사되다니 10만 인파가 적은 것이냐 그 많은 경찰 공무원들 다 어디로 갔나 예견된 이태원 참사 3.2m 폭 내리막길 골목은 안전요원도 없었다 10대 20대 꽃다운 청춘들이 떠밀려 깔려죽은 핼러윈 축제 그 자리 비만 내리면 미끄러지고 장애물도 많았다는데 평소 불안해 불안해 하던 우려가 터졌단 말인가 서울시도 용산구청도 행안부장관도 직무유기가 아닌가 말이야 별이 된 세월호 아이들도 억울한 죽음이거늘 오호 비통하여라 154명의 영혼들 앞에 흰 국화꽃을 놓으며 애도의 마음 보내어라
2022.10.30 -
골목길에 뜬 달을 길동무 삼고
골목길에 뜬 달을 길동무 삼고 창동 골목길에 둥근 달이 떴네 길가엔 귀뚜라미 울고 뒷풀이도 곧잘 갖곤 하는 목로주점에는 술마시는 사람들 가을밤 정취를 맛보는가 오동동 문화광장에서 본 달보다 웬지 눈길이 끌리는구나 옛 중성동 세월의 흔적이란 뉘라서 헤아려 보랴만 해당화시인의 거처도 예구나 창동예술촌이 10주년 됐다건만 도시재생은 빛을 보았는가 김명시 장군 학교가는 길도 창원시 여성친화도시도 오가는 시민들에게 와 닿는가 잠시 일상을 멈추고 뒤돌아보는 호젓한 시간에 환한 달빛이 헛헛한 내 가슴을 비추는구나 활동도 예전같지 못한 날 오늘따라 길동무처럼 정겨워라
2022.09.17 -
쓰레기가 우리를 병들게 한다
쓰레기가 우리를 병들게 한다 재활용 배출일이 아니어도 집집마다 거리마다 생활쓰레기 플라스틱 각종 폐기물 음식물까지 실종된 시민의식 탓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구나 우리가 피우는 담배 하나 필터에도 아주 작은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니 참 놀라운 일이지 썩지도 않는 비닐봉지처럼 얼마나 위험스러운가 일반쓰레기 중 재활용은 40%가 안된다 그러고 플라스틱 알갱이는 물고기에도 가축에도 우리 몸 속에도 차곡차곡 쌓여간다는건만 종량제봉투에도 안담긴 채 오늘도 아무데나 버린 일회용 컵 포장 용기들이 골목길 도로가에도 낙엽처럼 나뒹구는 살풍경을 멈춰야 하리 바꿔야 하리
2022.08.08 -
한여름밤의 쑥부쟁이꽃
한여름밤의 쑥부쟁이꽃 입추를 앞둔 토요일 쑥부쟁이 하나 텃밭가에 피었구나 집 나서다 마주친 밤에 핀 저 꽃 왠지 잠 못 이루는 밤 시인의 심사처럼 뜬 눈으로 밝히는가 밤하늘에 뜬 달을 찾는 이 귀하듯 산길도 아닌 골목길 한켠에 얼굴내민 작은 꽃에게 눈길주는 그 한 사람 드물지 않더냐 시대의 감옥살이에서 야생초를 그리고 편지를 부친 양심수들 사색의 흔적들이 되살아 오는 듯 함께 맞는 폭염 속에 의연히 솟은 쑥부쟁이꽃 한 송이 내겐 길동무인 양 말을 건네어라
2022.08.06 -
장맛비가 야속한 여름날에
장맛비가 야속한 여름날에 상자텃밭에 빗물 머금은 도라지꽃은 곱건만 야속한 장맛비에 일주일째 장사 못하는 명자꽃 민생3법 노점상 특별법 국회 소식은 감감하고 합천 엄마 걱정에 보살피러 가고 싶다는데 떠날 형편이 안되구나 해당화 시인은 산연 폐업철회 장기투쟁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처절한 철장 안 농성 투쟁속보에 분노가 일고 나토 정상회의 뉴스는 열불이 나서 못보겠더라 3고시대 걱정 태산이어도 국짐당 정부는 정치보복 독재회귀 칼날만 벼르고 있지 않는가 강대강은 여기저기에서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부르고야 말지 않는가 장맛비 속에서 씁쓸한 하루를 보내며 일하는 사람들이 잘 사는 평등세상은 언제랴 중성동 골목길에서 마주친 보랏빛 도라지꽃 하나 휑한 가슴을 어루만져라
2022.06.29 -
더불어숲이 그리운 여름날
더불어숲이 그리운 여름날 그마나 뒷산 숲이 있기에 바람쐬러 산책하고 고단한 심신도 챙기니 산딸기 맛보는 산길에서 뭇 생명의 숲이 소중한 줄 알겠더라 파헤쳐지고 사라지는 숲이 너무 아쉬워 도심 속의 나무 한 그루 골목길 꽃 한 송이 허투루 볼 게 아니더라 새소리 풀벌레소리 들리는 사람의 마을이 정겹게 다가오는 여름날 잠시 시름을 떨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차분히 돌아보는 시간 우리가 부대끼는 세상도 더불어숲을 이루어 서로 그늘이 되어 주고 수박 한쪽이라도 나눠 먹을 수 있다면 소소한 행복이 아니랴
2022.06.21 -
오동동에서 내가 만난 풍경들 ^^
순간포착한 사진들을 찬찬히 둘러보느라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이 느껴진다 캐논 미러리스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다 보니 일상적으로 스냅샷 사진을 자주 찍게 된다. 지역사회 행사나 시 삽화사진을 촬영할까 했는데 오동동 일원에서 내가 만난 지인들과 풍경 인증샷을 ..
2019.08.07 -
창동예술촌 골목길을 걸으며
창동예술촌 골목길을 걸으며 비내리던 창동 골목길에서 여럿이 함께 걸으며 우린 어떤 추억을 만들까 가문 대지도 해갈되고 상가도 분주해지는 오늘같은 토요일 밤에 촛불들이 모였던 이 거리 투쟁의 자취가 스민 곳 학생도 노동자도 민주시민도 구호를 외치며 백골단과 숨바꼭질하던 ..
2019.05.18 -
가을 문턱에서 길을 돌아보며
가을 문턱에서 길을 돌아보며 긴 폭염 끝에 가을바람이 선선하고 하늘이 맑다 오랫만에 산중 텃밭에 서서 저 아래 동네를 찍는다 언뜻 뒤돌아보니 아스팔트길만 걸었다 오동동 창동 시내길 서원곡 산길마저 포장돼 흙길은 통 안보인다 아스팔트 보도블록 나무데크 세금들여 만든 길들 ..
2018.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