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게

2006. 6. 17. 05:31내일이 당당해질 때까지/문예의 바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게

 

 

새벽 4시 담배 사러 가는 길에

벤치에 웅크려 잠든 노숙자

슬픈 한국의 초상화를 만났네

 

의식주조차 기약없는 사람들

마산역 근처에서 서성이는

버림받은 시대의 얼굴을 보라

 

누가 이들을 거리로 내몰았나

곰곰이 돌아보는 내 심사여

다시 설 희망도 없이 누웠는가

 

쓰라린 삶의 사연 가슴에 품고

꿈 속에서나마 식솔들 찾아

웃고울던 고향으로 돌아갈까

 

끝없는 고용불안의 먹구름은

이 땅을 겹겹이 에워싸는데

저기 쓰러진 노숙자 어찌하랴

 

뭉쳐서 일어서는 자활공동체여

지금은 그 길만이 살 길이고

훗날 가시밭길을 돌아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