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버린 세월이 다시 온대도

2015. 9. 4. 13:48제3부· 조금만 더

 

 

 

가 버린 세월이 다시 온대도

 

 

이른 아침에 웬 전화가?

핏빛 광주 그날을

떠올리게 만드는 목소리

못 본 지 오래됐건만

이일승 친구한테서

까치가 울 때처럼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페이스북으로 폰 번호를

찾아 안부를 묻는다

농어촌공사를 퇴직하고

지금 서울에 산다

저 87년 6월 민주항쟁

7,8월 노동자투쟁

8.15 조국통일투쟁을

겪은 뒤 펴낸 첫 시집

<벗이여 영원한 불꽃이여>

서평을 써준 이다

어설펐지만 격정어렸던

내 젊은 날의 삶이

알알이 배인 시집이다

훗날 추려서 새로

출간했지만 가슴찡하다

"벗이여

우리 헤어진 지

27년 세월은 흘렀어도

그대의 첫 시집

표지는 여전히 짙고

그대의 분노로

알알이 박힌 활자에서는

시인의

거친 숨소리 들리네"

라고 소식을 전한다

정등룡이는 목사 관두고

담양 시골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단다

내 마음이야 그대로

다시 항쟁의 거리에서

짱돌을 들고 싶건만

어느새 35년이란 세월이

흘렀단 말인가

언제 술 한잔 하자고

이야기 나눈

80년 빛고을의 벗이여

잊지 않아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