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너울 번개답사 오붓해서 좋았네^^

2010. 2. 22. 04:08산행기/답사·산행·동문

한너울우리문화사랑회가 <순천 선암사, 순천만 번개답사>를 다녀왔다. 2월 21일 일요일 오전 10시 경남은행 본점 앞에서 왕구상회장, 안젤로 총무, 찬샘 부부, 그림자, 코스모스, 해당화 이렇게 7명이 12인승 봉고차에 올랐다. 정기답사때야 관광버스로 35명 정도가 움직였지만, 이번에는 2월 월례회를 앞두고 태고종 본산인 순천 선암사를 둘러보고 순천만 갈대숲에도 아울러 가 보기로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순천은 80년대 초반 국어강의를 했던 곳이라 느낌이 남다른 고장이기도 하였다. 오랫만에 또 섬진강을 건너 추억이 깃든 전라도땅을 밟게 돼 감회가 새로웠다.

 

 

<답사>란 보고 느낀 만큼 알게 된다고 한다. 국토기행이자 가슴설레는 여행길이다. 우리문화유산을 만남과 동시에 그 고장 사람들의 생활사도 짚어보게 된다. 내가 한너울 번개답사에서 눈여겨 본 것은 문화유산 말고도 선암사를 두른 조계산 일대에 스민 임진왜란, 한국전쟁 등 아픈 역사의 발자취였다. 순천만 갈대숲을 거닐며 여순항쟁의 피어린 자욱을 떠올려보기도 하였다. 세월의 강은 멀리 흘러와 선암사와 순천만을 관광차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건만, 전라도 황톳길에 스민 민중의 염원은 불상 하나에도 갈대잎에도 고스란히 배여나는 것 같았다.

 

 

새해 들어 첫 <번개답사>는 오붓한 분위기에서 봄기운을 받으며 순천 선암사, 순천만을 둘러보게 돼 무척 뜻깊은 여로였다. 사정상 보다 많은 회원들이 참석치 못해 아쉬웠지만, 예정된 시각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밤 10시에 도착한 한너을 답사길은 적잖은 추억을 남기고 돌아왔다. 하동 재첩국정식으로 점심을, 순천 꼬막정식 짱뚱어탕으로 저녁을 먹으며 그 지방 특유의 음식문화를 함께 맛보는 즐거움도 누렸다. 그리고 발길 닿는 곳마다 한너울 회원들과 잊지 못할 사진을 남겼다. 궁금한 점은 서로 알려주면서 문화유산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며 찬찬히 돌아보았다. 한너울 초창기부터 수고한 운영위원들이 있어 예전의 답사때 이야기도 들었다. 휴일이라 그런지 관광 인파가 붐볐고, 순천시의 관광자원 활용도를 실감케 되었다. 

 

 

 

조계산(884M) 너른 터에 자리잡은 <선암사>는 규모가 광활해서 놀라웠다. 불사도 한창이었고 신도들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불교 도량답게 무언의 깨우침을 중생들에게 던져주는 것 같았다. 유명세를 톡톡히 타는 승선교에서 기념사진도 남겼다. 경내를 다 둘러보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릴 정도로 그 품이 넓었다. 대웅전 중수 기와불사도 찬샘 부부가 하였다. 불공을 드리는 신도들과 함께 절도 올리고, 삼층석탑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인상깊었던 것은 수백년은 됐음직한 고목들과 매화나무였다. 선암사 담장을 따라 이제 막 꽃맹아리가 움트기 시작했지만 매화나무 50그루가 심궈진 모습에 모두 찬탄을 금치 못하였다. 갓 싹튼 꽃눈을 찍느라 폰카, 디카가 불이 났다. 매화꽃이 진 지난 해 봄날 정기답사때 바로 이곳에서 한너울 회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했다는 얘기도 왕회장이 들려주었다. 

 

 

  

선암사는 참으로 <볼거리>가 많았다. 입구에서 부도에 경배하고 일주문을 지나 경내를 산길처럼 천천히 걸으며 불교유적에 깃든 뜻도 헤아려도 보았다.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받는 모습도 보였다. 여기저기 작은 돌을 얹어 소원을 기원한 돌탑들이 정겨웠다. 훌쩍 3시간이 흘렀지만 누구 하나 지루하다거나 하는 기색이 없었다. 다만 전통찻집과 체험관을 지나쳐 다소 아쉬운 점은 있었다. 차문화를 소홀히 한 것 같아서 말이다. 나오는 길에 회원들이 노상의 말린 산나물을 사다가 가방에 넣었다. 마침 순천시에서 관광안내 자료를 비치해 놓아 조계산 선암사를 답사하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다. 불교 태고종의 면모를 새삼 실감케도 되었다. 언제 조계산 산행을 할 기회가 오 다시 선암사 경내를 걷고 싶다. 봄기운을 맛본 덕분인지 한너울 회원들의 얼굴도 밝아보였다.  

 

 

 

<순천만>으로 이동했다. 연도의 논들에 묘목이 심어져 있어 눈여겨 보았다. 어느새 논뚝에는 쑥, 냉이가 솟아 봄이 다가왔음을 알렸다. 마산에서야 도다리쑥국이 제철을 만나 인기인데, 순천은 푸짐한 반찬에 재첩국 짱뚱어가 시선집중을 받았다. 연안습지 갈대밭으로 유명한 순천만을 막상 와서 보니 끝없이 펼쳐진 갈대숲이 장관이었다. 이곳으로 생태관광을 온 인파가 넘쳤다. 갈대열차란 게 있어 신기했다. 습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한 유람선도 떠 있어 손님맞이에 상당한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자칫 잘못 딛으면 늪 속으로 빨려드는 게 아닌가 싶어 다들 조심해서 둘러보았다. 저물 무렵이라 새들은 드물었지만 광활한 갈대밭 풍경에 한없이 빠져들었다.

 

 

 

이날 순천만에서 화제의 촛점에 오른 것은 다름아닌 <짱뚱어>였다. 왕회장이 유별나게 보채어서 짱뚱어 식당을 찾아 한바퀴 돌 정도였으니 말이다. 갈대밭 습지 구멍에 사는 물고기가 마산의 아구만큼 이름나서였을까. 지난 해 람사르총회 개최때 연안습지 보전에 대해 특별결의를 했다는데, 순천만은 상당히 공들여 갈대숲과 습지를 생태관광 자원으로 잘 가꾸고 있었다. 마창지역에서도 여기를 찾을 정도로 습지보존이 잘 된 곳으로 생각되었다. 우리문화유산을 찾아가는 한너울 번개답사에서는 이런 점보다도 순천만의 빼어난 풍경에 매료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솟대, 조각, 풍력발전기, 순천만기념관, 주차시설 등도 인상깊었다. 일몰이라 전망대까지 가 보지는 못했지만 보람있는 답사코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