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 시산제를 함께 올리고^^

2010. 1. 26. 07:08산행기/답사·산행·동문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시산제가 한창이다. 새해를 맞아 전국의 명산에서 한 해의 소망을 기원하며 산신령께 제사를 올린다. 1월 24일 일요일 오전 10시, 마여중에 집결한 마산고무학산악회, 재부무학산악회가 합동으로 갖기로 한 <무학산 시산제>에 함께 하기 위해 1백명이 넘는 동문들이 앵지밭골- 서마지기- 정상- 돌탑- 개나리동산 코스로 친선산행을 시작하였다. 이창열 총동창회장, 김수길 상임부회장, 이기원 모교교장, 황철곤 마산시장, 정판규 재부무학산악회 회장, 강종환 상임부회장, 본부무학산악회 김민년 상임부회장, 서병기 총무, 재부 원로 고문, 본부 남일랑 고문, 이수용 운영위원 등과 회원들이 가벼운 몸풀기 체조를 한 다음 재부 8회 고문님의 "출발!" 구호와 함께 마산의 진산을 향해 즐거운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이날 행사는 부산무학산악회 주관으로 무학산 정상 돌탑 아래 <개나리동산>에서 정성껏 치뤄졌다. 마산고무학산악회가 작년 6월 27일 창립 산신제를 지낸 곳이기도 해 감회가 새로웠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산길은 언 땅이 녹아 진흙길로 변해 있어 미끄러웠지만 마음은 산뜻했다. 소나무, 참나무, 갈색낙엽, 바위 등이 오솔길같은 등산로와 함께 우리를 반겨맞았다. 산을 타면서 부산 동문들과 인사도 나누고 산악회 얘기도 주고받았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무학산악회 회원들의 저력이 남달라 보였다. 나도 오랫만에 동기 셋을 만나게 돼 반가웠다.

 

 

 

 

 

<왜 산에 가는가>는 각자 다를 것이지만 무엇보다 심신건강을 챙기게 돼 좋고 또 동문 선후배 친목에도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무학산악회를 만들게 된 취지도 그렇다. 현재 본부산악회는 2백여 회원 중 매월 50여명이 돌아가면서 마산 근교산행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 동호회가 활성화되는 추세이다. 새롭게 참석한 동문들이 적잖아 전망이 밝은 편이다. 특히 40회,41회, 42회, 43회 등 후배기수들이 눈에 띄어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물으니 부산무학산악회는 원거리 산행을 간다고 하는데, 적립된 기금도 상당하다고 한다. 30주년 기념으로 산행책자도 발간해 추억의 산행길을 담아놓았다니 운영이 썩 잘되나 보았다. 39회는 출발 전 기념사진을 한컷 남겼는데 훗날 소중한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서마지기>로 가는 길은 순탄했고 나무 숲길을 걸으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중간의 쉼터에서 32회를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했는데 멋진 어울림이었다. 그 중에서 본부산악회 이수용 운영위원은 완월폭포에서 안개약수터 코스 산중턱에 "눌천샘" 약수터를 아담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고향의 산에 사랑을 듬뿍 바쳤다. 산새 소리도 들려 한결 운치가 있었다. 서마지기에 다다르자 두 개의 목장승이 우리를 반겨맞았다. 잠시 숨을 돌리고 곧바로 정상으로 가 약식집회를 가졌다. "야호" 대신에 "만세" 삼창을 하며 무학산악회의 발전을 다함께 축원했다. 그리고 돌탑을 거쳐 개나리동산 숲에 모여 배낭을 내려놓고 시산제 준비를 마쳤다.

 

 

 

 

 

<경인년 새해 무학산 시산제>는 경건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산신령께 술을 바치고 절을 올리며 고사문을 읽어 내렸다. 민생이 살아나고 산악회가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내용이었는데, 산불을 우려해 소지를 하지 않았다. 부산무학산악회 정판규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과 회원들, 본부산악회 임원진과 회원들이 엎드려 예를 바치고 약식으로 꾸민 돼지머리에 지폐를 꽃았다. 진짜 돼지머리를 가져왔어도 될 뻔했는데 아쉬웠다. 또 고사문을 읽어 내려갈 때는 모두 엎드려 산신령께 정성을 들여야 됐는데 좀 소홀하지 않았나 싶었다. 막걸리로 고시레를 한 다음 다함께 음복하며 재부, 본부 무학산악회 시산제는 막을 내리고 삼삼오오 둘러앉아 점심을 나눠먹었다. 30회가 추억의 기념사진을 남겼는데 최다 참가기수로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였다.  

 

 

  

 

 

안개약수터를 지나 <완월폭포 코스>로 하산하게 되었다. 산을 오를 때도 느낌이 많지만, 산을 내려갈 때의 정감이 더 좋았다. 두 갈래 길 중에서 오른쪽을 택하니 수선정사로 내려가는 방향이었다. 진흙길에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학봉의 하얀 바위가 유달리 가슴을 쳤다. 그 바위에 앉아 책도 읽고 술도 한잔 하며 쉬던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났다. 봄같은 날씨라 겨울 속의 봄길을 걷는 격이었다. 마산만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후련해졌다. 멀리 진동만 다도해와 산발들이 정겹게 내 품에 안겨왔다. 역시 고향의 산을 타니 느낌부터 달랐던 것이다. 부산무학산악회와는 담에 부산으로 산행가면 어울릴 기회가 있겠거니 하며 본부 임원진 뒷풀이 장소인 마산 어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