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고무학산악회 대산 송년산행길에서^^

2009. 12. 28. 00:25산행기/답사·산행·동문

무학산은 마산의 진산으로 낙남정맥 구간이다. <마산고무학산악회 송년산행>으로 12월 26일 토요일 오전 10시 만날고개 주차장- 쌀재- 바람재, 임도- 대산 코스로 원점회귀를 하였다. 찬바람이 강하게 불어 산불감시원들이 곳곳에 보였다. 저마다 장갑을 끼고 산에 드는 동문들의 모습이 겨울풍경과 조화를 이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릿따웠다. 현재 3백명 회원 중 매달 50여명이 꾸준히 산행에 함께 하고 있다. 이상훈 회장, 서병기 총무가 새해에는 회원명부를 만들어 상호교류를 강화할 것이라 한다. 이날 송년산행에선 새로 오신 동문들이 적잖아 무학산악회의 전망을 밝게 하였다.

 

 

 

 

쌀재고개 임마농원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 대산 진입로에 도착해 임도, 바람재 두 갈래로 나눠 신행을 시작하였다. 나는 임도쪽으로 가기로 했는데, 내서 <감천지구 임도>는 걷기 좋은 길이었다. 산굽이를 따라 돌아 무학산 자락을 쉬엄쉬엄 걷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겨울풍경이 우리를 반겨맞았다. 특히 빈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들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중간중간 소나무가 푸르른 얼굴로 서 있었다. 마산에 살면서도 근교산을 소홀히 한 탓으로 인제서야 대산(727m) 가는 길에 오른 것이다.

 

 

 

 

임도를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나누는 동문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꽤 긴 길이었는데 <마라톤, 산악자전거 코스>길이기도 하였다. 야생동물 이동 통로도 마련돼 있었다. 멧돼지, 고라니, 토끼, 사슴, 뱀 등이 살고 있어 생태계가 그런대로 보존돼 있는 곳이다. 길 아래쪽을 보니 산자락에 농장들이 아담하게 들어서 있었다. 역시 무학산의 품은 넓었고 사람들에게 살 길을 열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쌀재고개를 기점으로 해서 동서남북 사방이 경치좋고 공기좋은 명소라 나무농장, 텃밭 등을 일구며 자연친화적 삶터로 삼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바람재 정자>에서 합류한 동문들은 곧바로 대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표지석을 보고 진달래축제가 열리는 대산임을 뒤늦게서야 알았다. 정구일 사무총장이 표지석을 붙잡고 한컷 남겼다. 39기 산악회에서 3명이 왔고, 44회가 처음 참석했다. 후배기수들의 참여가 많을 법한데 실상은 선배기수 비중이 많다. 그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도에 차이가 났던 것이다. 모처럼 이수삼 지리산착한농부(http://cafe.daum.net/jiri4an) 부부가 참석해 오곡죽, 현미강정 등 유기농제품 설명도 듣고 시식도 하게 돼 신행의 묘미를 한층 더하였다.

 

 

  

 

이날 대산 송년산행의 진수는 바람재- 대산 코스의 <진달래 터널>을 지나면서였다. 겨울 진달래가 빽빽히 자란 이곳이 대산의 명소였고, 겨울산행의 운치를 한결 더해줘 사진을 많이 찍었고 시도 한 수 남겼다. 갈색잎들이 수북히 깔린 겨울숲으로 쉼없이 가는 동문들도 느낌이 남달랐을 것이다. 월 1회 마산고무학산악회 단체산행의 장점은 억지로라도 따라붙이면 심신을 두루 챙기게 된다는 것이다. 오르면서 보니 최근 송년회다 밤샘이다 해서 몸이 전같지 않은 걸 느꼈는데 적어도 주 1회 산행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겨울산은 낮아도 장비가 필수적인데, 짝째기 장갑으로 손이 시려 애먹었고 스틱도 굳은 땅을 짚어 구부러지고 바지도 자꾸 내려왔으니 실수는 반복된 것 같아 1천m 이상 고산을 탔다면 낭패보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572봉 산불초소원>의 안내는 친절했고 광산 표지석에서 대여섯 걸음 가면 오른쪽에 임도 샛길이 잇다는 것도 알으켜 주었다. 여기서 의논 끝에 애초 대산- 태봉, 광산사 하산코스를 원점회귀로 결정하게 되었다. 날씨도 추웠고 송년회를 하기에 마땅한 장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추억의 기념사진도 남기고 또 "지리산착한농부"를 운영하는 이수삼 동문의 오곡현미죽 신제품 설명도 듣다 보니 일거양득이었다. 인제 능선길이 이어졌는데 마산만, 진동만의 다도해가 한눈에 조망되었다. 비경도 없잖아 우람한 바위, 바위에 선 소나무, 아찔한 벼랑길도 맘에 들었다.

 

 

 

 

윗바람재, 광산을 지나 <대산 정상>으로 곧장 오르며 동문들의 기념사진도 남겼다. 오후 1시가 다 돼 대산에 도착하였다. 햇볕이 따뜻해 보이는 바위에 앉아 도시락을 나눠 먹었는데, 이상훈 회장의 와인도 맛보고 막걸리, 김밥, 컵라면, 커피 등이 주메뉴였다. 땀이 식으니 한기가 들어 잠바를 도로 입고 사진도 몇 컷 찍었다. 단체 기념사진을 여기서 남겼는데, 디카 밧데리가 다 돼 애를 먹었긴 하지만 아슬하게 촬영에 성공했다. 무학산 서마지기 정도의 높이인데 광려산까지 죽 이어지는 산길이 당일코스로 맞춤해 보였다. 까마귀 나는 모습이 더러 눈에 띄었고 멧새도 이 가지 저 가지 날아다니고 있어 심심치 않았다.

 

 

  

 

하산할 시간이 되었다. 단체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곧바로 광산 표지석 앞까지 가서 <임도 샛길>로 내려갔다. 겨울나무 가지들이 얼굴을 때리는 숲속길이었는데 제법 가팔랐다. 눈이라도 내렸다면 아이젠 착용이 필수적일 스릴넘치는 구간이라고 해야겠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인 모양이라 산불감시원의 안내가 아니었다면 한참을 도로 내려가야 할 판이었다. 언제 쌀재- 대산- 광산사까지 번개산행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 다시 임도로 와서 죽 걸어가노라니 느낌이 새로웠다. 산악자전거, 마라톤 하는 이들이 휙 지나갔다. 무학산 둘레길이 따로 없었다. 중간에 약수터 계곡도 보였는데 처음 알았다. 나에겐 무엇보다 산길에 줄지어 선 겨울나무들이 반가웠고 사진도 꽤 찍었다.

 

 

 

 

조금 늦게 만날고개 주차장에 돌아오니 무학산악회 동문 회원들이 <송년회>를 열고 있었다. 아까 임도 오솔길에서 운지버섯, 작은 영지버섯을 따느라 일행과 떨어져 버렸던 것이다. 산길에서 약초를 만나도 무심히 지나치는 산악회 회원들의 하산길이 바빠 보였다. 만날고개로 오면서 천상병 시인 시비 "새"를 만났는데 그만 디카 밧데리가 다 돼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만날제가 열리면 제일 인기좋은 장소인 당산나무 아래 주막에 모여 앉아 막걸리, 두부, 파전, 현미강정 등을 함께 드는 동문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발하였다. 1월 정기산행은 부산 무학산악회와 합동으로 무학산 산신제를 지내기로 결정되었다. 이날 마산고무학산악회 대산 송년산행은 그 어느 때보다 추억이 많을 즐거운 산행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