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산 산행길엔 봄향기 가득했네^^

2010. 3. 1. 22:50산행기/답사·산행·동문

 

 

 

산과 더불어 사는 삶이 아름답다. 산을 낀 평야에서 사람들은 논밭을 일구고 도시를 형성해 문화를 창조한다. 각박한 시대일수록 본연의 생활자세를 돌아볼 수 있는 길이 바로 산행이다. 2월 말 <마산고무학산악회> 회원 40여명이 사격장 입구에 집결해 새봄맞이 창원 정병산 산행길에 올랐다. 이상훈 회장은 인사말에서 "봄기운을 가슴 깊이 들이마시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자"며 회원들을 격려해 주었다. 기념촬영을 하고 곧바로 사격장 뒷길로 오르니 정말 포근한 날씨였고 회원들의 발걸음도 가벼웠다.  

 

 

 

 

<정병산>은 무학산 서마지기쯤 되는 높이라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산이었다. 18회 남일랑 고문외 원로동문 6분이 함께 해 산악회를 빛내주었고, 25회 김수길 상임부회장이 막걸리를 걸치고도 산길을 잘 탔다. 이날 무학산악회를 무엇보다 돋보이게 만든 것은 32회 서병기 총무의 팬클럽 멤버들인 여성 4분이었다. 어찌나 산을 좋아하던지 앞으로 동문 부인들과 평소 아는 여성들의 참석을 권장할 필요가 있겠다. 최다 참가기수는 37회, 32회였는데 분위기가 무척 좋아서 부럽기까지 하였다. 박윤동 부총무가 꽤나 신경을 썼나 본데 다음부터는 상품권이라도 시상해 볼 필요가 있다. 덕산 넘어가는 고개 오른편으로 줄곧 올라가서 능선을 타고 조금 가니 정병산 정상이 나오는데 암봉이었다. 하 많은 세월을 소나무와 함께 그 자리를 지켜섰는가를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정병산 가는 길>은 제법 운치가 있었다. 도룡농이 사는 약수터 하며 소나무, 참나무, 까치밥, 억새, 찔레나무 등이 우리를 반겨 맞았다. 중간중간 사진도 찍고 창원 시가지와 멀리 마산, 동읍, 함안 등지를 굽어보며 산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25회 이장백 산행대장은 연신 DSLR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확실히 봄날의 산행은 심신을 맑게 할 뿐더러 새로운 기운을 듬뿍 불어넣는 생동감으로 넘쳤다. 봉림산이라고 산경표에 적혀 있다지만, 정병산이 아무래도 마음에 와 닿았다. 전단산이라 해서 불교성지로 일컫는 산이기도 한데 절터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었다.   

 

 

 

 

 

길이 끝나면 <암릉길>이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이곳은 시민들의 좋은 휴식공간이었다.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산불을 제외하면 별다른 사고는 없겠다. 정상 아래 나무계단, 소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언제 보아도 산길은 나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기운을 안겨준다. 생각같아선 산중턱에 작은 공동체라도 가꾸어 보았으면 싶다. 추억의 사진을 남기는 회원들의 얼굴도 밝아 산행의 기쁨을 누리는가 보았다. 특히 38회 변경복 회원은 무릎연골 재생을 위해 쌍지팡이를 짚고 산을 탔는데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서총무도 발목을 삐어 치료중이라는데 스틱을 빌려 짚고 꿋꿋한 모습으로 올라 산행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내가 <산길을 타며 눈여겨 보는 것>은 길섶에 핀 야생초와 산을 지키는 멧새,나무, 바위 등이다. 이날도 민족의 올곧은 기상이 서린 소나무를 보며 가슴이 뿌듯해졌다. 갈색 참나무잎은 겨울과 봄의 공존을 느끼게 하였다. 까마귀, 멧새가 우짖는 소리가 정겨웠다. 다람쥐 하나 보이지 않아 조금은 서운했지만 진풍경이 계속 펼쳐져 반가웠다. 가면서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며 사진도 남기고 하다 보니 산행길이 한결 가뿐하게 느껴졌다. 옛적부터 이 산길을 넘나든 이들의 삶도 설핏 떠올려 보았다.

 

 

 

 

 

 

비음산 산행 이후 정병산은 오랫만이었다. 사격장에서 치올라 가기는 더더구나 처음이어서 제법 가슴이 설레는 길이었다. 오르는 도중 아는 얼굴도 보았는데 시산제 지내러 가는 참이었다. 나는 항상 배낭 속에 비상장비를 챙겨 다니는 습관이 붙어 낮은 산이라도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하기야 근교산은 맨몸으로 와도 별 탈은 없겠지만 <서바이벌 산행>을 염두에 두고 단도리를 하면 산행이 남다르다. 햇살이 퍼져 먼곳은 뿌연 안개가 낀 듯 흐려도 탁 트인 사방을 둘러보면 한층 산행의 묘미를 맛보게 된다.  

 

 

 

 

 

 

정병산은 <바위>가 볼 만했다. 어디 산이나 그렇겠지만 능선길을 가며 천년바위를 만나는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진달래는 이제 막 꽃망울을 틔워 새봄을 부르고 있었다. 너른 바위에 앉아 준비해 온 점심을 나눠드는 풍경이 화기애애하게 와 닿았다. 마루금사람들의 시산제는 헬기장에서 치뤄쳤는데 참석자들이 꽤 많았다. 정다운 오솔길을 따라 봄산을 밟으며 가노라니 새삼 산의 고마움이 각인되었다. 단체산행의 진수는 안전산행이고 또 더불어 한길을 간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음식도 푸짐해 배곯을 염려도 없어 좋다.   

 

 

 

 

 

 

 

산봉우리를 넘고 넘어 너른 터에 도착해 무학산악회 회원들은 대보름 산행길의 하이라이트였던 <점심보따리>를 풀어 제꼈다. 보름날 오곡밥, 김밥, 홍어 삼합, 수육, 막걸리, 소주 등 상차림이 정말 대단해 놀라웠다. 서총무의 팬클럽 여성들이 알뜰하게 챙겨온 진미였다. 사실 나는 배낭에 도너츠 2개, 팩소주 1개만 넣어 갖고 왔더랬는데, 이날 운좋게 보름밥도 맛보고 이회장의 지리산오가피 귀밝이술도 두어 잔 마셨다. 무학산악회의 위력을 실감케 만든 동문친목의 자리였다. 봄향기가 바람결에 실려와 봄기운을 부채질하였다.  

 

 

 

 

 

 

길상사 쪽으로 하산코스를 잡고 가파른 절벽 계단을 지나 암릉길과 숲길을 한참 따라가며 보니 정병산의 매력이 남달랐다. 초록빛깔 산천에 새봄은 찾아와 산에 드는 이들을 맞이해 주었다. 김소월의 산유화 싯구가 절로 떠올랐다. 또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가 가슴에 사무쳐 왔다. 또 하나의 암봉이 나타났다. 그것은 <내정병산>인데 보기 드문 경치를 선보였다. 다리쉼을 하며 단체로 기념촬영을 하였는데 사진이 이쁘게 잘 나왔다. 이렇게 봄나들이 정병산 산길은 무궁무진한 진풍경을 모두에게 선사해 주었다.

 

 

 

 

 

이왕이면 보름달 뜨기까지 기다렸으면 좋았으련만, 단체산행은 일정에 맞춰야 되었다. <길상사 가는 길>은 평탄했다. 산줄기를 타고 가는 즐거움은 산꾼이 아니면 잘 모른다. 물오른 가지마다 봄꽃들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언제 봄꽃이 활짝 피면 다시 오고 싶은 산이다. 창원을 떡 버티고 지켜선 정병산에 얽힌 전설도 많으련만 찾아보질 못했다. 창원대 뒷산이 이렇게 훌륭한데 학생들이 호연지기를 기르기에도 맞춤하리라 생각된다. 서총무가 자상하게도 길상사 갈림길에서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하산하면 막걸리라도 한잔 쭉 들이키며 선후배 동문들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해야겠다.

 

 

 

 

 

그리고 길상사- 창원대- 사격장 입구로 돌아와서 <송강가든 막걸리집>에 도착해 산행의 피로를 풀었다. 수호지에 나오는 송강이 정병산 기슭에 주점을 차렸단 말이던가. 미모의 안주인이 손님을 반가이 맞이하며 명태전, 도토리묵, 된장고추, 산나물 등을 술과 함께 정성껏 차려내 왔다. 이상훈 회장의 건배로 이날 산행을 잘 마친 것에 대해 다함께 축하를 하였다. 32회, 37회, 팬클럽 등이 특히 신이 났다. 선배진영도 흐뭇한 표정이 역력했다. 마산고무학산악회의 저력을 모두가 뿌듯해하며 새봄맞이 정병산 산행은 회원들 가슴마다 봄기운을 가득 채우고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