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석산 산행길에서 내가 느낀 것들^^

2010. 3. 30. 04:27산행기/답사·산행·동문

산행길은 자신을 추르스며 가는 유랑길이다. 마산시 진전면 일암리에 자리잡은 적석산(497m)에 들자 제일 먼저 일행을 반겨맞은 것은 화사하게 핀 진달래였다. 4대강으로  몸살앓는 산천에도 봄은 왔는가. 3월 4째주 일요일 <마산고무학산악회> 50여 동문들은 봄향기 짙은 일암저수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산길을 타기 시작했다. 동네 뒷산같은 친근한 정이 듬뿍 안겨오는 적석산은 나름대로 투박한 멋이 있었다. 가파른 코스엔 나무계단이 설치돼 묘미를 더했으며, 능선길의 큰바위들이 천고의 세월을 깨우쳐주는 듯하였다.

 

  

 

적석산은 산세는 수려한데 약수터가 없어 <일암저수지>가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생각됐다. 푸른 빛깔의 밭은 파, 상추를 심어 푸른 들로 보였다. 요 며칠 잦은 비와 꽃샘추위에도 개나리, 진달래, 생강나무, 목련 등 꽃나무는 새봄을 노래하고 있었다. 일암리의 논밭도 생기를 띄었다. 다만 이곳 진전면 일대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학살의 아픈 상처를 간직한 곳이라 발걸음이 다소 무거웠다. 낯선 고장 산행을 하면서 그곳에 깃든 생활사도 한번쯤 떠올려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누군가 등산에 취미붙이기 딱 알맞은 산이라는 말도 하였다.

 

  

 

<초봄의 산행>이라 심신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침에 일어날 때 피곤했던 몸도 어느새 회복되었다. 여럿이 어울려 산등성이를 오르면서 땀도 흘리고 얘기도 나누니 단체산행의 매력도 실감났다. 연초록 새순이 오른 나무들에게 인사도 하며 다리쉼도 하였다. 그런데 몸통은 잘리고 뿌리둥치만 남은 나무를 만나고서, 얼마나 살려고 몸부림쳤을까를 생각하니 측은해졌다. 이상훈 회장, 서병기 총무가 동문부인 지인 등 여성회원들을 참여시킨 덕분에 등산복도 형형색색이라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웠다. 또 이수용 운영위원장이 회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생선회를 무려 10박스나 협찬했으니 산행길은 더욱 탄력이 붙게 되었다.

 

 

 

<적석산 정상>은 층층바위로 이뤄진 널찍한 터였다. 사방을 둘러보니 작은 섬들로 수놓아진 바다와 진전 들판이 훤하였다. 가슴이 탁 트이는 조망감에 사람들은 산을 오르나 싶을 정도였다. 까마귀떼가 휘휘 날으는 모습도 인상깊었다. 이처럼 산은 나무도 새도 바위도 사람도 더불어삶을 이루었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저마다 준비해 온 점심을 오손도손 먹는 풍경이 참 정겹게 다가왔다. 나야 팥, 팩 소주, 비스켓, 물만 갖고 왔던지라 이날 서로 나눠먹은 밥, 생선회가 별미였다. 그리고 마산고무학산악회 회원들은 추억 속에 영원할 기념사진들을 남겼다.

 

 

 

이날 정기산행에서 최다참가기수는 32회, 37회, 23회 등이었다. 또 45회 후배기수가 왔는데 반가웠다. 딱히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지만 앞으로 상품권 시상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정상 회의>가 간단히 진행되었는데 주요 안건은 4월 18일 일요일 1주년 기념산행차 전남 보성 일임산 사전신청을 받는 것이었다. 박윤동 부총무가 맡아 수고해 주었다. 화창한 봄날씨에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푸른 산, 푸른 들, 다도해를 감상하니 모두가 기쁜 표정들이었다. 적어도 월 1회 등산은 웬만하면 빠지지 말고 해야 된다고 권하고 싶다.  

 

 

 

사실 나로서는 적석산은 초행길이었다. 물론 몇 번씩 와 본 회원들이 많았지만. 어쩌면 동네 뒷산같이 친숙한 감이 드는 산이었다. 정상의 층층바위를 비롯해 곳곳의 너른 바위가 일품이었고 중간의 나무계단, 출렁다리, 석문 등이 스릴넘쳤다. 산 너머의 바다도 좋았지만 길다랗게 이어진 산길을 품은 산발들이 맘에 들었다. 또 드넓게 펼쳐진 평야를 끼고 살아가는 마을이 정겨웠다. 기념촬영을 연거푸 하다 보니 어느새 하산할 시간이 되었다. 산봉우리를 연결해 놓은 <출렁다리>를 건너는 묘미가 만점이었다. 예전엔 로프를 타고 절벽을 올랐다는데 일암저수지에서 보면 여지없이 적석산 명물이었다.

 

 

 

출렁다리를 건느니 남일랑 고문 일행이 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평소 꾸준히 산행으로 건강을 챙기니 일거양득이란다. 좁다란 바위 틈을 조심스레 내려서고, 신기한 <석문 코스>를 사다리를 딛고 통과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만약 적석산 산행길에 이만한 코스라도 없었다면 그냥 뒷산이었을 것이다. 하산길도 평탄해서 별 무리없이 죽 걸어갔다. 아직 푸른 잎을 달지 않은 나무가 많았으며 진달래도 이제 막 피는 중이었다. 일암리는 미나리, 파, 키위 등을 재배해 소득을 올리는 모양이었다. 회원들이 친환경 생미나리와 약초 미나리즙을 샀다.   

 

 

 

<원점회귀 산행> 기점인 일암저수지에 다다라 담배를 한대 피고, 차를 타려고 보니 일행은 보이지 않았다. 벌써 떠났나 싶어서 이장백 산행대장한테 전화를 했더니 난감해 하였다. 하는 수 없이 마을길도 둘러볼 겸 주위 경치를 음미하며 걸어가게 되었다. 언제 마을길을 걸어보겠나 싶어 사진도 몇 컷 찍었다. 카풀을 하다 보니 이렇게 일행을 떨궈놓고 가는 경우도 생기는구나 싶었다. 다행히 버스를 탔긴 했지만 두 번이나 갈아타야 되었고 시간도 꽤 걸렸다. 뒷풀이 장소를 알 겸 부총무에게 연락했더니 37회가 신마산 통술집에 있다길래 뒤늦게 타는 목을 적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