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너울의 여수 답사길을 돌아보며^^

2010. 4. 27. 04:07산행기/답사·산행·동문

한너울우리문화사랑회(http://cafe.daum.net/64woori)의 4월 정기답사지는 <전라도 여수 일원>이었다. 이번 일요일은 동창회 체육대회, 경조사 등으로 18명 회원들이 참가하였지만 추억에 남을 만한 오붓한 답사길이 되었다. 오전 7시 마산역 - 여수 대흥사 - 선소 유적지 - 게장정식 식당 - 오동도 유람선 - 오동도 걷기 - 진남관 - 마산역 할매낙지 식당 코스를 둘러보았다. 관광차량을 타고 가며 왕구상 회장이 알뜰히 준비해 온 "온새미로" 소식지를 통해 사전지식을 쌓았다. 또 각자 마이크를 잡고 일어나 소개를 하는 순서가 정다웠다. 날씨도 화창한 봄나들잇길이라 피곤했던 심신이 가뿐하였다.

 

 

 

임란 당시 수군승병을 일으킨 <흥국사>는 호국사찰이자 영취산 진달래와 함께 불교유적이 많았다. 절 입구의 "홍교" 돌다리가 우리를 반겨맞았다. 용머리가 새겨진 86덩이 돌로 지어진 보물 제563호였다. 순천 선암사 승선교와 함께 아름다운 다리였다. 그리고 이날 흥미있었던 풍경은 다름아닌 "여수 갓김치"를 다투어 사는 회원들의 모습이었다. 지역 특산물을 현장에서 맛보며 기념으로 구입하는 마음씀씀이가 고왔다. 생명의 강을 살리자는 "4대강 사업 반대" 현수막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김갑임 <여수시 문화유산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경내로 들어섰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불사가 한창이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옛 정취가 물씬한 절집과 문화유적이 잘 갖춰진 조계종 사찰이었다. 영취산 계곡의 물도 맑았고 울창한 나무들과 정겨운 돌담들이 인상깊었다. 부도에 경배하고 찬찬히 둘러보는 회원들의 발걸음도 신났다. 답사라 해서 전문적인 것만은 아니고 평소 알고 보고 느끼는 대로 자연스럽게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분명 볼거리가 생기고 자세히 알고 싶은 생각도 드는 법이다.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회원들의 얼굴이 참 진지하게 느껴졌다. 현재 한너울은 <다음카페 회원>이 209명이고 그 중 마창진 회원이 1백여명으로 이뤄진 문화유산답사모임인데 남녀직장인들의 관심과 의욕이 대단하고 사람들이 다 착하다. 이날 새로 오거나 모처럼 함께 한 회원들이 보여 반가웠고, 문창문화연구회 이사도 답사길에 동행해 한너울이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반야용선 형상을 한 대웅전을 비롯해 절집의 건축물 하나 사연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시선집중하면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흥국사 수군승병들의 무기류와 훈련장면이었다.

 

 

 

흥국사에는 관광인파가 많은 편이었다. 여수 오도 향일암 가는 길에 거쳐가는 곳이기도 하였다. 나이드신 분들도 꽤 보였다. 여기를 다 둘러보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 또 영취산 산행을 겸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고. 아쉬웠던 점은 스님과 차 한잔 나누며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도 가졌어야 됐는데 그렇질 못했다는 거였다. 대웅전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회원들이 두손 모아 절하는 마음결이 아름다웠다. <경내 박물관>에는 대형탱화, 승병 유물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다음에 개인적으로 와 볼 만하다는 얘기를 나누면서 흥국사를 나와 <선소유적지>로 이동하였다. 여수시내에 위치한 선소마을은 거북선 판함선 등 전투함선을 만들고 수리하던 곳이었는데 이채로웠다. 바닷길과 통하고 해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최적의 장소였다. 낚시를 하는 이들도 보여 신기할 정도였다. 세검정, 풀무 대장간 등 유적이 그날의 전투를 말해주는 듯하였다. 회원들과 기념촬영도 하며 한바퀴 둘러보니 이순신 장군의 은덕이 세월의 강을 넘어 여수 곳곳에 빛을 발하고 있었다.

 

  

 

<여수항>은 국제적 위상을 갖춘 항구였다. 바다엑스포 준비도 한창이어서 대형공원도 정비중이었다. 5월 중 거북선 축제도 열 정도로 충무공 이순신과 밀접한 고장이다. 마산 어시장과 비교해 보니 관광인파도 그렇고 시설도 차이가 확연하였다. 인근 식당에서 게장정식 점심을 다함께 먹었는데 별미였다. 그 고장 음식문화도 접할 수 있게 배려한 집행부의 수고로움을 아울러 맛보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여수항 오동도 유람선을 타러 차에 올랐다. 한때 전라도에서 국어교사를 하며 생활하긴 했지만 여수는 초행길이었다.

 

 

 

역시 <오동도 유람선>을 타 보길 잘했다. 오동도 주위 전경을 배 위에서 보니 느낌이 유달랐다. 친절하게도 선상방송으로 관광명소를 두루 소개해 줘서 도움이 되었다.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멀리 떠 있는 작은 섬들, 새우깡을 쫓아 나르는 갈매기떼, 오동대교, 장군섬, 빨간 멜등대, 하얀 여수등대, 칼의 노래 진남관, 사연많은 종고산, 파도 철썩이는 바위 등을 바라보며 여수항의 풍광에 취했다. 진작에 와 봤어야 할 곳이었거늘 이제서야 여수블루스 노래를 떠올리게 되다니. 동족에 총뿌리를 겨눌 수 없다며 제주 4.3항쟁의 진압을 거부한 채 국군 14연대가 봉기한 여순항쟁의 역사 현장이 바로 여기였던 것이다.

 

 

 

 

동백꽃 피고지는 오동도 주위 경관은 아름다웠다. <선상에서> 회원들은 추억의 사진을 남기며 즐거워하였다. 이렇게 배를 타 보기란 지난 보길도 답사 이후로 정말 오랫만이었다. 배삯이 8천원이었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했다. 멍게 안주로 소주를 마시는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1시간 동안 이모저모를 감상하고 선착장에 내려서 2백여미터 높이 오동도 산길을 타며 답사길을 이어갔다.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갯내음을 맡으며 울창한 동백꽃 수림 속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였다. 산책로를 잘 가꿔놓아서 대나무터널, 오동도 유래 표지석, 나무 이름 등을 보며 갯바위까지 걸었다.

 

 

 

< 섬 속의 산길> 걷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한너울 회원들의 얼굴도 동백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답사의 묘미를 만끽하며 오동도 갯바위에 다다라 추억의 사진도 촬영하였다. 저 멀리 푸른 바다가 장엄하게 펼쳐져 있었다. 한려수도의 종착지인 여수 오동도 건너편에 남해바다 화물선들이 보였다. 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 오동도 하얀 대에 올라 조망하는 시간도 가졌다. 바다를 지키고 보존해야 할 간절함이 절로 생겼다. 더우기 이곳은 이순신 장군의 호국얼이 서린 유서깊은 바다였기에 더욱 그랬다.

 

 

 

오동도 방파제를 걸어서 나와 <진남관>으로 향했다. 이순신 장군의 지휘본부인 객사였다. 종고산 아래 자리잡은 이곳에서 보면 여수항이 한눈에 들어왔다. 문제희 여수시 문화유산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호국정신을 되새겼다. 웅장한 건축물에 새겨진 용들의 조형미도 뛰어나 감탄하였다. 일제때 교실로 쓰였다니 망국의 한이 사무쳐왔다. 그리고 종고산은 여수의 명산인데 올라보지를 못했지만, 여순항쟁 당시 14연대가 봉기때 기관총을 설치하고 경찰서를 향해 사격을 시작한 역사의 현장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해서 <한너울우리문화사랑회의 여수 일원 답사>는 알찬 추억을 남기고 돌아오게 되었다. 비록 18명이란 적은 인원으로 길을 떠났지만 여느 때보다 수확은 꽤 많았다. 회원들 중에 선뜻 차비의 두 배를 내는 인정도 넘쳤고, 밤잠 못자고 준비한 운영위원들의 정성도 돋보였다. 특히 왕회장은 깡으로 잠 한숨 못잔 걸 버티며 온새미로 해설을 도맡아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우리문화 답사를 통한 인간적인 만남으로 아릿따운 공동체를 함께 일궈가는 한너울의 매력을 실감케 한 답사길이었던 것이다. 오후 8시경 마산역에 전원 하차해 할매낙지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먹으며 이날 여수 답사여정의 마무리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