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림산 원거리산행 가장 멋졌다^^

2010. 4. 20. 02:43산행기/답사·산행·동문

마산고무학산악회가 드디어 <원거리산행>을 개시했다. 그동안 마산 근교산행만 다니다가 4월 18일 일요일 관광버스를 타고 보성 일림산으로 떠난 것이다. 가장 멋지게 진행되고 추억 속에 남을 정기산행이었다고 자부한다. 이상훈 회장, 서병기 총무를 비롯한 44명 동문가족이 탑승한 차량은 출발부터 귀가까지 신명난 어울림의 장을 이루어 수학여행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본격 철쭉철이 아니었지만 예정된 산행일정이라 거진 다 초행길인 전라도 보성 일림산으로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달려갔다.

 

  

 

산들바람 다음카페(http://cafe.daum.net/21140409)를 운영하는 조완제동문(36회)이 산행대장을 맡아 산행코스와 뒷풀이까지 자상하게 준비한 덕분에 <마산고무학산악회> 창립 이래 유례없이 즐거운 산행길이 될 수 있었다. 보성 일림산은 무학산보다 낮은 668M로 야산지대를 연상케 하는 동네산이엇지만 철쭉으로 유명한 산행지였다. 5월초가 되어야 만개하는데 이날은 꽃망울만 보았고 대신 드넓은 산길을 천천히 걸으며 득량만 바다와 평야지대 마을을 감상하였다. 마치 둘레길을 걷는 기분이 들 정도로 완만한 산이라 모두가 수월하게 정상까지 올랐다.  

 

 

 

보성군 문화관광과에서 각별한 공을 들이는 산이었다. <제암산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안내소의 보성관광문화지도를 구해 시작한 산행길은 가뿐하였다. 계곡에 물이 가득해 좋았는데 알고 보니 보성강 발원지로 알려진 곳이 바로 일림산이었다. 여기서 곡성강, 섬진강 등을 거쳐 남해바다로 흐른다는 거였다. 또 출발지점 3분 거리에 용추폭포가 있었는데 둘러보지를 못해 아쉬웠다. 앞으로 산행코스를 좀더 세심하게 배치해 그 산의 명소는 웬만하면 볼 수 있게 했으면좋겠다. 길섶에 핀 산죽과 진달래 그리고 버들강아지가 우리를 반겨맞아 주었다. 도중에 자그만 습지가 있었는데 보존에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산죽숲을 따라 곧장 오르니 너른 산등성이가 나왔다. 생각보다 평탄한 등산로여서 산 타는 재미는 별로였다. 다만 곧 만개할 <100만평 철쭉숲>을 떠올려보니 일림산을 즐겨찾을 만하였다. 잡목과 고사목을 베어내고 정비해서 철쭉지대를 조성한 보성군의 노력이 남달리 와 닿았다. 그리고 보성차밭이 유명하니 일거양득이었다. 산행길에 광주 어디 성당에서 온 산행팀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한컷 남겼다. 정상에 모여 앉아 준비해 온 점심을 나눠먹고 술도 한잔씩 들었다. 떠날 때부터 흐린 날씨더니 하필이면 밥 먹을 때 비가 제법 쏟아졌다. 정자 하나 없이 휑한 정상이라 비 피할 곳도 없어 서둘러 하산을 하게 되었다. 기념사진을 몇 컷 남기지 못해 섭섭하였지만.

 

 

 

 

이날 산행의 별미는 <점심도시락>에도 있었다. 서병기 총무 팬클럽 여성분들이 정성껏 차려온 과매기를 산에서 만날 줄이야. 나는 새벽에 깜빡해서 마산역에서 물 한병만 달랑 가져왔는데, 음식은 풍성해서 다들 맛나게 나눠먹었다. 이상훈 회장의 5년산 매실주도 한잔 얻어마시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일림산 정상에 서서 득량만, 평야지대 마을을 조망하노라니 역시 산에 온 보람이 느껴졌다. 산과 바다를 끼고 살아가는 마을사람들의 삶을 생각해 보며 셔터를 눌렀다. 제암산, 사자산을 함께 올라 보아야 일림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암자에도 들러 약수 한잔이라도 마셔야 산행의 묘미가 있겠기에 말이다.

 

 

 

 

비옷을 꺼내입은 동문가족들은 <하산길>에 올랐다. 중간의 산죽길이 인상깊었고 탁 트인 구릉지대를 따라 계속 나아갔다. 산길에서 추억의 사진도 찍으면서 둘레길 걷듯 내쳐 발걸음을 내딛었다. 쓰레기는 박윤동 총무, 유동명 산행부대장이 챙기고 내려갔다. 산을 오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산을 내려가는 재미가 한결 좋았다. 어차피 철쭉은 못 보았으니 주변 풍경이라도 음미하고 또 산길에 핀 진달래, 벚꽃, 흰철쭉, 산죽, 야생초 등을 눈여겨 보며 죽 걸어가니 운치가 있었다. 헌데 두 번이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질 뻔하였다. 등산로에 툭 튀어나온 작은 돌출물은 눈에 쉬 띄지 않아서 다리힘이 빠지면 엎어져 다치기 십상이었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일림산 아래 도강, 영천마을이 서편제 명창이 여럿 나온 곳으로 유명했다. 산에 가면 그 산 아래 마을의 내력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내 맘 같아선 바닷가 마을에 들러 막걸리라도 한잔 하고 말도 걸어봤으면 좋으련만, 보성제2다원 집결지로 가야만 되었다. 전라도 농어촌에서 중학교 국어선생을 할 적의 생각이 얼핏 스쳐 지나갔다. 섬진강을 건너올 때면 언제나 가슴이 무겁다. 하 많이도 오고갔던 길이여서 남모를 기억을 품고 산다. 80년 광주항쟁의 핏빛 자욱이 눈가에 어려온다.

 

 

 

사진을 찍으며 가다 보니 매번 대열 제일 끝이다. 김민년 상임부회장, 유동명 산행부대장과 함께 내려가면서 보니 일행은 벌써 앞서갔나 보았다. 산행 대열 50M간격 유지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집결지에 전원이 도착할 때까지 뒷풀이 음식, 술을 풀지 않겠다는 산행대장의 공지도 있었다. 길가에 핀 자그맣고 노란꽃들이 고왔다. 애기똥풀 같았다. <진달래 나무>가 키높이로 자라 있어 가다가 한개, 두개 따먹었는데 맛이 달달했다. 배고플 때 따먹었다던 찔레꽃, 진달래꽃에 얽힌 사연도 떠올려보며 계속 가니 흰철쭉, 벚꽃나무도 보였다.   

 

  

 

하산 지점에 초록의 바다를 이룬 <보성차밭>이 눈 앞에 전개되었다. 길가에 고사리도 여럿 보였다. 제사상에 놓이는 고사리나물을 손에 든 동문가족의 마음씀씀이가 이채로웠다. 나는 야생화에 눈길을 머무는 편인데 무학산악회 회원마다 관심도가 달랐다. 카풀로 차밭을 보러 온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곡우 무렵이라 우전차 새 잎이 파릇 돋아 있었는데 신기했다. 정말 어린 싹이었는데 이걸 따서 말리고 덖어 최상급차를 만드는 농민들의 손길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한때는 차모임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시들해져서 녹차를 즐겨 마시지 않는 편이다. 막상 차밭에 서니 생각이 바뀌는 것 같았다.

 

  

 

제2보성다원, 녹차공장이 보였다.널찍한 공터에 모여 앉아 <산행 뒷풀이>를 하는 무학산악회 동문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문어, 수육을 안주로 술을 함께 마시며 이날 일림산 정기산행의 여독을 풀었다. 다원에서 녹차 제품을 기념으로 사는 회원들도 여럿 되었다. 보성차밭 현지의 차제품인지라 시중보다 저렴했고 질도 았다. 나도 녹차음료수, 녹차양갱을 구하고 주인장과 귀한 녹차를 들며 얘기도 나눴다. 참 친절하게 보성관광 지도를 펼치고 일림산, 해수온천 등을 설명해 줘서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아담한 녹차시음장이자 차가게였는데 산중에 주막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 곳이었다.

  

 

 

보성차밭을 거쳐 오는 길에 나무농장, 야생화 등을 살펴 보았는데 <마을 풍경>이 아름다웠다. 다향마을은 멀찍이서 보아야 되었지만 차향이 바람결에 실려오는 느낌이었다. 감자를 심은 밭과 푸른 보리밭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밭둑에 소래포기, 민들레, 토끼풀 등이 피어 있어 카메라에 담았다. 오전 8시 마산역에서 출발해 보성에 도착해서 3시간 동안 산을 타고 소주 한잔 마시니 기분이 산뜻해졌다. 무거웠던 몸도 가분해져서 몸살리기에도 등산이 제격이었다. 다들 안전산행을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을 축하하며 건배도 하였다. 마산고무학산악회가 생긴 이래 가장 신나고 즐거웠던 산행길이 바로 보성 일림산 원거리산행이었던 것이다.

 

 

 

또 하나 무학산악회가 정말 화기애애하고 재미있는 산행길이란 것을 확실히 말해 줄 이야기는 <찻 속의 여흥>이었다. 푸짐한 경품, 마실거리 등을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아주 인기가 좋았다. 서병기 총무의 사회로 이상훈 회장의 감사 인사말이 있었고 조완제 산행대장의 산행 소감도었다. 이저서 노래자랑이 펼쳐졌고 흥이 오르니 다함께 어울려 춤도 절로 추었다. 5월 네째 일요일은 마산 가포 청량산 산행을 마치고 1주년 기념식과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산행일지를 모은 자료집도 준비중이다. 마산고무학산악회 정기산행에 한번이라도 참여하였던 3백여 동문가족들의 심신건강 단련과 선후배동문 친목도모에 앞으로도 앞으로도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