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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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노인의 소는 누가 몰고 있을까
황노인의 소는 누가 몰고 있을까 오래 전 섬마을 교사였을 때 소 몰고 지게 멘 채 논으로 일나가던 황씨 노인이 생각나는 저 사진 한장에 우리농업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 기후위기 시대 식량자급률 23% 될까 쌀 빼고 나면 더 형편없지 우리밀도 재배 면적을 늘리긴 커녕 축소하는 농정에 까다로운 유기농 농사 그냥 관행농사를 지을꺼나 여전히 WTO 개방농정은 농업을 죽이고 농민을 죽이는 서글픈 들녘이 아니랴 신자유주의 반세계화 투쟁 칸쿤 농민투쟁 20년 세월 폭염 속 벼는 익어도 어디 마음인들 편하리오 일제 징용갔다 살아 돌아와 섬마을 신지도에서 막걸리 한사발에 판소리 읊던 그날 황노인도 가시고 황소는 누가 몰고 있을까 못다 들은 지나온 삶의 얘기가 오늘따라 못내 아쉬워진다
2023.09.05 -
여름날 실종 소식을 접하고
여름날 실종 소식을 접하고 완도로 농촌살이 떠났던 그 일가족은 어디에 아우디 몰고 갔다는데 신지도에서 행적이 끊겼단다 내 젊은 날 교사시절 국어를 가르쳤던 섬마을 개구리 울음소리가 캄캄한 밤을 울리던 곳 어장 논밭 장삿일로 고단한 삶을 일구던 학부모들 그새 세월은 흐르고 육지와 도로가 연결됐다지 오래 못 가 봤지만 기억 속에 생생한 명사십리 해당화는 붉게 피겠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벼논이 물에 잠겨 길이 사라져 버린 논두렁길을 손잡고 빠져나온 적도 있지 차타고 한바퀴 돌면 바닷길도 위험치 않을텐데 언론 기사 댓글을 보니 웬 전라도 비하며 범죄표적 섬 탓인가 지역감정 차별이 어이없어라 완도군의 명예가 달렸거늘 어느 맘씨 고운 민박집 산 아래 텃밭에서 농촌체험하랴 연락두절이라면 실종 소식에 안심하련만 남..
2022.06.25 -
상처 속에 진주가 빛나듯
상처 속에 진주가 빛나듯 난 젊으니까 이 말이 갑자기 떠오를까 국군포로도 돌아오는데 40년 전 해직 그날 짧았던 교단으로 끝내 돌아가지 못했다 난 실력이 있으니까 무얼 해도 살겠지 산전수전 부대끼며 민중시인의 꿈은 이루어왔건만 세상을 바꾸자는 오랜 염원은 통일만큼 아직 멀고 험하다 난 젊으니까 그 말이 무척 궁금하다던 집사람 명자꽃에게 80년 광주 이후 불어 닥친 칼바람 속에 짤린 아픔을 쉽사리 얘기 못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 왜 교사시절이 짐 꾸리던 신지도가 문득 나를 부를까 후회는 없거늘 난 여전히 젊으니까
2020.06.27 -
그래 언제 한번 가 봐야지
그래 언제 한번 가 봐야지 텃밭가에 앉아 쉬며 더위를 식히다 저 풀벌레 울음소리가 옛 생각을 떠오르게 하누나 1980년 여름 꼭 이맘때 신지도 섬마을의 밤 개굴개굴 울던 그 소리가 들리네 그때 그 시절 중학생들은 못 다 가르치고 학교를 떠나야 했던 국어선생을 기억하고 있을까 핏빛 ..
2013.07.09 -
그 섬에 해당화 다시 피련만
그 섬에 해당화 다시 피련만 왠지 내 가슴이 저려오르네 신지도 섬마을 언덕에 내버려진 빈집을 보면서 30년 세월이 훌쩍 지났건만 떠나온 정을 못 잊어서 하얀 밤 지새우며 그려라 명사십리 해당화 피어 있던 그곳에서 가르친 학생들 이제는 어른이 되었을테지 황토밭 일구며 모질게 살은 부모 돌아..
2009.10.07 -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서암선생 대장간 전통체험 람사르총회 행사장에서 옛 중학교 제자를 만났네 80년 여름 해직되고 난 뒤 아득히 잊고 지냈건만 그때 학생이 나를 깨워라 유배지였다는 신지도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시절 빛고을의 함성 파도쳤지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아 선 자리는 다를지..
2008.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