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텃밭(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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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산중텃밭 밤마실
비내리는 산중텃밭 밤마실 탈출하고 싶었던 유신시대 난 부산에서 전라도로 갑갑한 대도시를 떠났지 교사 초임 발령 시골마을 광양군 진상중학교 백운산 아래 밤별만 빛나고 인적 끊긴 숨죽인 동네 문학도의 방랑벽이었을까 낯설은 광주 무등산으로 무작정 버스를 타고 갔더랬지 정상 레이더기지 빨간 불이 왠지 분단의 아픔같았던 그해 밤마실이 아득하여라 오늘은 무학산 자락 명자꽃이 대파 심어 놓은 산중 뙈기텃밭으로 초여름 밤비를 맞으며 호젓이 밤마실 다녀왔건만 개구쟁이 길냥이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없네 비가 내리는 밤이면 시내 중심가도 썰렁해 장삿일은 쉬는 것만 못하지 가문 대지를 적시는 단비같은 밤마실이 아쉬워 사람의 마을에 웃음꽃 피어나는 공동체가 그리워라
2022.06.15 -
가뭄에 단비같은 후보 없소
가뭄에 단비같은 후보 없소 가뭄이 길다 계곡도 말랐고 산중텃밭에 심은 상추도 대파도 목이 탈 지경이다 장마는 한 달 남았다 하고 비 소식은 아직 없다 농사꾼 걱정이 태산이다 세상 인심도 각박해지니 이웃간 갈등도 심해 공동체를 어찌 회복할 건가 TV를 켜면 뉴스들이란 게 자칫 전쟁날까 두렵고 너무 오른 물가 대책있나 어느 것 하나도 불안하건만 가죽나문 줄 알고 먹은 옻나물에 집사람 고생이다 6.1 지방선거가 단비가 될까 민생살릴 동네일꾼에게 저마다 소신투표를 해야지
2022.05.26 -
앞으로의 날들 평화로울까
앞으로의 날들 평화로울까 정권이 자리바꿈한 날 산중텃밭에 가서 열무를 수확해다가 겉절이 김치로 명자꽃과 아침을 먹었네 개발제한구역인 무학산 자락 회원골 뙈기텃밭일망정 흙만지며 텃밭 일구니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집사람 덕분에 매운 고추 들어간 열무김치를 맛보았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고 경기침체 공포 백약이 무효일까 살림은 더 쪼들릴 터 웬 지성주의 등장 누구를 겨냥한 것일까 취임식도 퇴임식도 작은 텃밭 하나 가꾸는 풍경보다 성에 안차 살며 사랑하며 투쟁할 날만 남았구나
2022.05.11 -
텃밭에 명자꽃과 다녀와서
텃밭에 명자꽃과 다녀와서 시린 바람 부는 시월에 이른 한파가 닥친 회원골 산중 뙈기텃밭에는 휘영청 달이 뜨고 새벽에 서리 내리면 배추도 깻잎도 얼겠네 일요일 장사는 쉬고 명자꽃과 끌차를 끌고가서 은행나무숲 은행알 줍고 약숫물 받아 왔다 개구쟁이 어미는 가고 용케 새끼 한마리 살아 밥을 챙겨 먹는구나 블로그 방문 통계를 보니 박형규 목사 출판기념회가 눈에 띄는 주일이네 우리시대 종교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하는구나 해당화 시인에게는 시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쉼없이 쓰고 책 대신 SNS에 올린다 찬바람 불어도 산중 공기가 참 맑더라
2021.10.17 -
약수터 은행나무 숲속에서
약수터 은행나무 숲속에서 회원골 은행나무 위에는 까치가 둥지를 틀고 무학산 둘레길 약수터에는 작은 계곡가에 은행알들 수북하구나 폐질환 혈액순환에 좋다 해서 약술을 담궈 한두잔 마시곤 했지 무학농장 가는 길에는 샛노란 탱자알들이 떨어져 한움큼 주워 왔더랬고 산중텃밭 가꾸며 개구쟁이 길냥이 밥주고 계곡에 손담그면 도롱뇽 알도 보이던 기억이 새록새록하여라 이제 개발제한구역마저 부동산 투기판이 돼 버려 임야를 사서 나무숲들 싹 밀어버리고 농장을 만드는 사람들 행여 몇 년 후면 사라질 풍경이 될까 봐 내 카메라에 담아두어라
2021.10.13 -
일요일엔 텃밭을 일구고
일요일엔 텃밭을 일구고 옛 중성동 빈터를 일궈 동네텃밭을 만들고 상추 치커리 오이 호박에다 가지 방울토마토까지 심고 거둬서 찬거리하고 장마 지나고 폭염 속에 낫들고 잡초 뽑는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코로나 3단계가 임박한 마산에도 문닫는 소상공인들 심정 쓰라리다 산중텃밭에 갔다가 무학산 서원곡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 풍경도 오랫만에 보고 시인의 집에 와서 명자꽃은 저러고 있다 오동동 하루 생업이야 어쩔 수 없이 공치고 스트레스도 풀 겸 텃밭 가꾸기에 공들인다 귀한 꽃을 화분에 심어 놓으면 어느샌가 누군가 가져가도 또 다른 꽃을 심곤 한다 어느샌가 배롱나무에 꽃은 활짝 피었건만 우린 작년보다 힘든 여름을 아슬하게 보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보고 듣는 일상 속에 유일한 취미가 텃밭..
2021.07.18 -
부활절 앞둔 봄밤의 달에게
부활절 앞둔 봄밤의 달에게 겨울초 씨앗을 뿌려놓은 산중텃밭에 둘이서 달구경 하며 올라왔다 간밤 세찬 비에 벚꽃잎은 날려 쌓이고 밤공기는 선선한데 예전에 보이던 멧돼지도 고라니도 흔적이 없네 오두막집에 두고 온 길냥이 개구쟁이 마중나오는 약수터에서 물담고 내려오는 길 오늘따라 봄밤 달이 밝네 부활절 앞둔 주일이라 고난을 겪는 사람들 아픔을 나누며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들 잊지 않고 함께 하는 4.16 세월호 참사 7주기 진실은 인양되었는가 이 시각도 청와대 앞 농성장을 지키는 유족들 슬픈 밤하늘 달을 보며 그리운 이름들 사무치게 부르고 있을까 나는 저 달을 보며 간절히 빌 기원은 무엇인가 내딛는 발걸음 무거워라
2021.03.29 -
산중텃밭의 소소한 즐거움
산중텃밭의 소소한 즐거움 겨우내 묵혀둔 산중텃밭 꽃대가 올라와서야 배추밭을 갈아엎는다 상추심어 뜯어먹을까 해서 모처럼 둘이 함께 회원골 약수터로 와서 뙈기텃밭을 고르는 명자꽃의 남다른 열정 스트레스도 풀린다 하고 햇볕도 쬐니 좋단다 코로나로 잃어버린 일상 언제쯤 돌아갈지 기약없는 하루를 보내며 오늘만큼은 꽃도 보고 폰카로 사진도 찍는구나 고목엔 벚꽃이 피고 산속엔 진달래가 환하여라 어디 멀리 가진 못해도 고단한 장삿일 쉬고 밥값은 못해도 산길을 걸어 올라오니 찬바람마저 상쾌하더라 마중나오는 개구쟁이 사료도 챙겨주고 약숫물 받고 민들레 머구 한움큼 캐서 돌아온 소소한 즐거움 뉘 알랴
2021.03.22 -
잃어버린 주머니칼을 찾아서
잃어버린 주머니칼을 찾아서 주말 봄빛구경하러 갔다가 개구쟁이 길냥이에게 생선썰어 밥주다 애지중지 30년 정든 주머니칼을 잃어버렸다 손가락만하지만 냉이 쑥도 캐곤 하였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없다 무학산 둘레길을 되짚어가 회원골 약수터 가는 길 산중텃밭 가에서 앗차 놓아둔 칼을 찾았다 누구는 담배파이프 때문에 적들에게 목숨을 앗기고 누구는 약첩을 찾으러 백두산 수림을 뒤졌다는데 작은 주머니칼이 뭐라고 다시 걸어 올랐다 내려오기를 반복하다니 내 잃어버린 젊은 날 심정은 어떠할까 빼앗긴 교단 후회는 없다만 아쉬워지는 마음은 차마 숨길 수가 없더라 참된 봄을 기다리며 산길을 오르내린 오늘이네
2021.02.20 -
겨울나무에 눈길이 머물고
겨울나무에 눈길이 머물고 두고온 산중 텃밭을 지켜 선 저 거무스레한 고목이 까치집만큼 인상깊어라 정든 개구쟁이도 그 아래 잠들어 있고 앵지밭골 둘레길 걸을 때 만나는 풀꽃인 양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고향의 산 무학산 자락은 언제든 찾고 싶거늘 한파가 닥친 회원골 약수터 길냥..
2018.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