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고(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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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하나 있다면야
텃밭 하나 있다면야 겨울 끝자락에서 봄동을 만나다 찬이 없어도 된장에 찍어 먹으니 봄맛이구나 철거된 집 귀퉁이 혹독한 겨울 이겨내고 노동의 대지에 악착같이 자랐네 없는 살림에 밥상을 채워 주니 물가고도 한시름 더는 듯 빈 땅 텃밭 봄동이 소소한 행복을 맛보게 하는구나
2023.03.01 -
동네 김장하는 날 풍경 하나
동네 김장하는 날 풍경 하나 새벽길에 비는 내리고 계절은 겨울이건만 우리집 김장은 언제쯤 할까 저쪽 윗동네는 한데 어울려 김장나눔 행사도 열었다는데 이제 겨울나기 채비를 서두를 때가 됐지 낮엔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틈틈이 동네청소랑 궂은 일 마다않는 아줌마 노동의 땀방울이 빛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하여 뚜벅뚜벅 한길을 가는 진보당 일꾼 한 사람 소중히 다가오는 오늘이어라 코로나 독감 유행에 조류독감에 돼지열병에다 월급빼고 다 오른 3고시대 물가고까지 겹쳐 힘들어질 올겨울 나무들도 잎들 떨구며 노동의 대지에 뿌리내리고 새봄을 기다리련만 8시간 노동 저녁이 있는 삶도 정치가 있는 삶도 없이 한파와 맞닥뜨리는 사람들 그늘진 이웃들의 삶을 과연 누가 책임지겠는가 김장나눔 저 손길이 희망을 밝히는 촛불이었으면 ..
2022.11.23 -
장맛비 속의 텃밭가에서
장맛비 속의 텃밭가에서 새벽부터 장맛비 내리고 텃밭도 해갈되겠네 가문 대지를 적시는 단비 아직 피해는 없겠거니 3배로 뛴 채소류 안오른 게 없는 물가고 장보기 겁난다고 주부들은 아우성이지 모심기철 올 농사는 과연 제값받을까 걱정일세 농정 예산은 깎이고 적자농사 한숨짓건만 스마트팜만 요란하구나 동네 공터를 살려 텃밭 일구는 그 마음이 살림에 보탬이 될까 땅과 말하는 아낙 치유의 힘이 있다지 새들도 벌들도 날아드는 동네텃밭을 대하니 장마철이 가뿐해져라
2022.06.24 -
가뭄에 단비같은 후보 없소
가뭄에 단비같은 후보 없소 가뭄이 길다 계곡도 말랐고 산중텃밭에 심은 상추도 대파도 목이 탈 지경이다 장마는 한 달 남았다 하고 비 소식은 아직 없다 농사꾼 걱정이 태산이다 세상 인심도 각박해지니 이웃간 갈등도 심해 공동체를 어찌 회복할 건가 TV를 켜면 뉴스들이란 게 자칫 전쟁날까 두렵고 너무 오른 물가 대책있나 어느 것 하나도 불안하건만 가죽나문 줄 알고 먹은 옻나물에 집사람 고생이다 6.1 지방선거가 단비가 될까 민생살릴 동네일꾼에게 저마다 소신투표를 해야지
2022.05.26 -
북마산 참기름집에 들러서
북마산 참기름집에 들러서 집에 먹을 게 있느냐며 무학산 둘레길에서 텃밭가의 냉이를 캐고 약숫물도 받고 중성동으로 내려오는 길에 옛 동네 북마산 참기름집에 들러서 찹쌀 빻은 것 챙기고 들기름을 사는 명자꽃 깊은 산중에서 자연인으로 산다면 자급자족하련만 물가고에 장보러 다니는 그 마음인들 편할까 코로나 탓에 장삿일도 쉬는 날이 많아진 우울한 심사를 떨치자면 햇빛 보고 바람 쐬고 새소리 들으며 뒷산에라도 나가 봐야겠지 아리랑고개 참기름집도 재개발 아파트 들어서고 사라졌는가 했더니 북마산 도로가에 수동식 기계 갖춰놓고 용케 명맥을 이어 할매가 장사하는구나 적어도 나에겐 잊지 못할 풍경이어라
2022.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