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6)
-
국밥 한 그릇 소소한 행복
국밥 한 그릇 소소한 행복 새벽 3시 국밥 한 그릇 둘이서 외식한다 학창때는 점심 건너뛰고 시집을 샀더랬지 장날엔 가마솥에 푹 끓인 돼지국밥을 먹었지 명자꽃 장삿일 마치고 모처럼 맛보는 추억어린 서민음식 시인이 좋아한다니까 합천돼지국밥 5천원 하는 식당을 차리겠단다 온몸이 다 아픈 노점상 오래 할 것 못되지 심야시간 불종거리에서 국밥 한 숟갈 뜨며 오늘 하룻일을 마치고 바람찬 집으로 간다
2023.12.25 -
국화축제 밤바다를 둘러보고
국화축제 밤바다를 둘러보고 공공근로 계약직들이 가꾼 마산의 국화 축제날 모처럼 둘이서 바닷가로 야경을 보러 외출했다 밤바다는 괭이울음소리도 없이 침묵에 빠졌지만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한국전쟁 전후 자행된 민간인학살 집단수장지 아픈 세월의 기억을 남몰래 떠올리게 되더라 해양누리공원이야 곱지만 생명의 바다를 매립한 곳 창원시로 통합된 마산 지나온 발자취를 못잊지 무슨 애타는 그리움이기에 이 가을 마산 앞바다에 국화꽃이 저리도 피었나 행사장 천막 부스에 들러 국화비누 구입하고 아구주먹밥 사 먹으며 밤바다를 배경으로 국화꽃 옆에서 사진 한장 남기고 임항선 길로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함께 둘러본 내 마음 같아선 천만송이 국화꽃이 촛불이라면 축제의 계절에 우린 해방춤을 덩실 추겠다
2023.11.02 -
집에서 차린 밥상에 마주앉아
집에서 차린 밥상에 마주앉아 명자꽃 집밥이 보약이더라 상자텃밭에 기른 상추 고향집에서 담근 조선된장 동치미 국물 동태찌개 버섯볶음 시금치무침 해서 둘이서 함께 밥 먹으니 맛집투어 먹방 못지 않아라 어느샌가 외국음식이 점령한 한국인의 밥상이 언뜻 떠올라 서글프더마는 신토불이가 역시나 우리 입맛에 딱 맞구나 외식 물가 껑충 뛴 3고시대 밥 한끼 사먹기도 부담스러워진 오늘 소박한 집밥이 소중한 줄 새삼스럽게 느껴지더라
2023.05.02 -
다시 살림의 세상이 부활이다
다시 살림의 세상이 부활이다 누군가에게는 기쁨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부활은 개뿔! 이란다 이른 아침 급식소 앞에 줄을 선 할머니 한 분 사진을 올린 이의 부활절 인사다 가난한 자들의 복음이 부자들의 복음으로 변한 교회의 슬픈 오늘이 언뜻 떠올라 착잡해지더라 상남성당 성모상 곁에 유독 쌀꽃나무 한 그루가 밥이 하늘이란 말을 떠올리게 하는 부활 주일에 은총도 사랑도 자비도 불평등한 팍팍한 삶들을 내 가슴에 품고 싶어라 둘이서 없이 살아도 꽃이 진다고 서러워 말아라 꽃은 다시 피어날지니 부활의 새벽을 노래하자
2023.04.09 -
둘이서 산길을 걷는 이유
둘이서 산길을 걷는 이유 간밤엔 눈발이 날리고 오늘도 꽃샘추위 동네 뒷산 산길에서 햇볕을 쬐며 쑥도 캐고 약숫물 받고 우린 봄빛을 찾아서 장삿일 쉬며 스트레스도 풀 겸 바위 틈 수선화도 찍고 계곡물 속 노니는 도롱뇽 새끼들도 찍고 진달래도 찍고 새잎 돋은 나무도 찍고 달래도 찍..
2020.03.16 -
명자꽃 당신 꿈은 이루어지겠다
명자꽃 당신 꿈은 이루어지겠다 아침에 나란히 누워서 명자꽃이 하는 말 "앞으로 뭘 해서 먹고 살지?" 해당화 시인 하는 말 "별 걱정을 조금만 기다려" 그러다가 문득 합천 농사꾼의 딸답게 꺼내 놓은 구상은 올 추석에 차례상 차린 옥계 바닷가 고향 산언덕에 집을 짓고 만평 땅을 사서 그..
201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