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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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뒷산 산길을 오르다가
동네 뒷산 산길을 오르다가 절집 가에 개나리가 피었네 오랫만에 보는 봄꽃이 스쳐 지나간 인연을 떠올려 자못 안쓰러워라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빈집 하나 얻는 것도 인연이 닿아야 성사되는 것 일감도 사랑도 그렇더라 투쟁으로 하루를 열었던 저 80년대 격동의 시절 안정된 직업조차 마다한 채 민주화 혼불을 태웠어라 잠깐 만나고 헤어졌던 이들 돌아보면 인연이었거늘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새삼 안부를 묻고 싶어라
2021.03.14 -
너와 내가 만나는 길 위에서
너와 내가 만나는 길 위에서 덥다 봄날이 끝나 간다 벌써 그늘을 찾다니 뛰어다녀도 모자랄 판인데 내 한몸 비빌 언덕조차 가파르건만 지리산 벽소령 능선 갈림길에 서서 길을 찾아 나섰던 것처럼 난 오늘도 거센 바람 부는 벼랑 끝에 서 있다 돌아보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얼마나 많은..
2016.05.04 -
소리는 강물처럼 오늘도 흐른다
소리는 강물처럼 오늘도 흐른다 한때 산야초에 몰입했다가 풀꽃소식지를 낼까 구상하고 수첩에 적어 다녔던 지난 날이 얼핏 떠오르데 골목길 담장에 모질게도 뿌리내린 마 씨앗을 발견한 날에 '작아' 작은 것이 아름답다며 마음을 주던 그때 초심이야 변함이 없어라 독일 외신에서 '한국..
2015.10.24 -
때로 담배 하나도 힘이 된다
때로 담배 하나도 힘이 된다 누구는 담배 좀 끊지 내게 권하지만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 지 너무나 오래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시를 쓰다 꺼내 문 하늘색 디스 한 개비 돌아보면 청년시절부터 줄곧 한몸이 된 연인이자 벗이기도 그래 헤어질 수 없네 그리운 스토커 이웃도 그만 좀 피세요 재촉하는 ..
2011.06.26 -
가난한 이웃들에게 바치는 노래
가난한 이웃들에게 바치는 노래 밤새워 써내려 간 나의 시가 한파 몰아치는 겨울밤에 돈없는 이들의 언 몸을 덥히는 이불 한장이 되었으면 좋겠네 차가운 방에서 자다가 숨져간 버림받은 사람들 떠오르지 따스한 전기장판이라도 누가 주었더라면 이 겨울을 버티고 새봄을 맞았으련만 김장 담그면 나..
201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