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대지(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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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 양심 하나 잃지 않고살아간다는 것노동의 대지를 일구는첫 걸음 아니겠으랴신앙이 다르고사상이 다를지라도 같은 곳을 바라본다먼지금과 다른 삶은불가능한 꿈이 아니어라자본과 권력의쇠사슬을 끊어버리고 사람만이 희망이 되는참세상을 찾아가는오랜 염원을내 가슴에 품고바람부는 길을 걸으며자신을 돌아보아라 한 사람이 떨쳐 나서면여럿이 함께 가리니빛의 광장으로촛불 하나 둘 모여새 역사를 펼치리라
2025.02.24 -
혹독한 겨울 지나 봄은 꽃피고
혹독한 겨울 지나 봄은 꽃피고 노동의 대지에 깊게 뿌리내린겨울나무에 꽃맹아리가돋아나는 봄 소식이 들리네기죽지도 절망하지도않고 서로를 일으키며 버틴혹독한 겨울을 이기고노란 산슈유 붉은 매화가가지 위에 이슬처럼 맺혔구나끝내 함께 보리라던파면의 봄이 다가왔구나불행한 역사는 끝내야 하는 것산 자여 따르라고 외치던백기완 선생의 포효소리가산천을 쩡쩡 울리는 듯그렇게 백만 촛불의 함성으로성난 민심의 광장으로삼삼오오 모이는 대열이방방곡곡에 꽃들처럼 피었어라피흘린 민주주의를 위하여죽어가는 민생을 위하여한반도 평화를 위하여너와 나의 봄으로 달려가리니노여운 오늘을 딛고새 땅 새 하늘 새 나라를반드시 찾아오고야 말리라
2025.02.24 -
파밭 가에서 시상을 떠올리며
파밭 가에서 시상을 떠올리며 김수영 시인은 파밭 가에서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라고 세번 되풀이하며노동의 대지를 뚫고 나온묵은 사랑을 벗겨내고새 사랑을 맞는 힘푸른 새싹을 노래했더랬지 해당화 시인은 파밭 가에서동네텃밭 가꾼 명자꽃쪽파를 무쳐 밥상 위에쑥국과 함께 반찬해서 먹으니어쩐지 힘이 솟더라고길러먹는 남새를 노래하네도시농부란 게 실감나데 언뜻 고향산천을 뒤돌아보니생산비 못 건진다는 농삿일썩은 농정을 갈아엎고세상을 바꾸자고농토 위에 진보의 깃발을 꽂고아스팔트농사 짓는 사람들그 맘이 예사롭지 않더라 언 땅을 녹인 키세스 응원봉들뜨거운 분노가 타는 거리낡은 것을 잃고 새것을 얻는파밭 가의 시상이오늘따라 예사롭지 않더라고새해 새 나라 만들고봄의 새싹들을 보아야겠다
2025.02.24 -
수천수백의 꽃씨가 되어
수천수백의 꽃씨가 되어 밤이슬 맞으며 저렇게한뎃잠을 자는가떠나보내지 못한 홀씨들달고 이 가을에잊혀진 계절인 것처럼저러고 서 있는가 민들레 영토 화사한 봄날그리움도 사랑도슬픔도 스쳐갔을까너무 빨리 상실을 겪었던지난 날을 곱씹으며잠들지 못하고 있을까 오늘은 마음이 짠하지만햇볕 맑은 내일이면노동의 대지 위에함께 뿌리내릴 때까지온몸 부딪치며억세게 살아가 보자
2024.11.03 -
찰나의 순간에 영원을 담아라
찰나의 순간에 영원을 담아라 멀리 움직일 수가 없구나머리에서 발끝까지몸이 예전같지 않은 탓인가산정에 홀로 선나무처럼 제 자리에서노동의 대지에 깊이뿌리내리고 버텨야 하나 저 한라에서 백두까지굽이쳐 가리라던 꿈마저버릴 수야 없거늘온몸으로 세파 맞으며뼈와 살에 새기듯추억을 시로 기록하는 날내 지나온 길을찬찬히 둘러보아라 시를 품고 살아온 세월다시 한번 날자대열 속에 뛰어들고 싶건만지금은 한발짝 물러서서현장 밖에 서 있구나기억하는 방식이어젯날과 달라졌을 뿐 그래도 우리 갈 길은 간다같은 방향을 바라보며만나는 사람들웃으며 인사나누어라이글거리는 태양도달아오르는 대지도뿌리깊은 나무 꺾지 못하리길 위의 꽃들을 노래하리
2024.07.27 -
그의 노래를 다시 불러본다
그의 노래를 다시 불러본다 떠나가는구나 하나 둘아침이슬 상록수공장의 불빛 김민기 가객우리의 70년대도이렇게 저물어 가는가최루탄 자욱한 거리목놓아 불렀던 노래여오월광주 '찢어진 기폭'을숨죽여 읽을 때처럼그의 노래 테이프를 듣고시상을 가다듬으며투쟁의 날을 기약하던젊은 날 한 시대가봉우리를 넘어가는구나죽어도 죽은 것이아닐지니 참사람이여어두운 시절희망을 안겨 주었던저항의 노래는타는 가슴 속에 거리에살아 불려지리니빛나는 별이 되소서노동의 대지 위에붉게 타오르는 태양처럼온누리를 비추소서구비구비 고개 넘어천리길 굽이쳐 가리라
2024.07.22 -
그 누가 보라고 예서 피던가
그 누가 보라고 예서 피던가 비내리는 텃밭가에 피어난도라지꽃이 반가워라장마철 극한기후 다 이겨내고노동의 대지 위에보랏빛 꽃을 키워냈구나이른 아침에 문을 열면마주치는 환한 얼굴보기만 해도 좋은 텃밭 하나상추 깻잎 3배 오른물가고에 우린 길러 먹으니소소한 행복 아니랴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가난한 시인에게그 누가 보라고 예서 피던가심심산골 아니어도작은 텃밭에 뿌리내린 꽃오미란의 예술영화도라지꽃 노래가 들려오는 듯잘나도 못나도자기 고향이 제일인 것처럼억센 삶 도라지꽃이어라
2024.07.18 -
저 작은 새잎 하나가 모여
저 작은 새잎 하나가 모여 뭉텅 잘린 가지에도새잎이 돋고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지일터에서 잘려도가족들 먹여 살리는생존의 길은한시라도 멈출 수 없지뒤돌아보아도 더는물러설 곳 없어아픔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얼마나 많고 많은가초록잎을 단 네 모습이그저 고마울 뿐이다우리 더불어숲을 이루어햇빛과 바람과 새들과지난 얘기 나누며노동의 대지에 깊게 깊게뿌리내리고 살자저 작은 새잎이 모여이 강산이 푸를 때까지잘려도 끝내 살아그렇게 버텨온 세월소중했던 사랑이어라
2024.05.25 -
이 아까운 계절이 가기 전에
이 아까운 계절이 가기 전에 선창가에 뱃고동 울리고갈매기 날으던 그곳이아련히 떠오르는 날내 고향도 많이 변했어라수출공단 들어서고바다는 지금도 매립중 도로 상가로 개발됐지만우리 소년시절에 헤엄치고도다리 낚시하던추억이야 파도소리처럼내 가슴에 남아 있지선착장 위로 무심히갈매기들만 날아오르고 젊을 적 읽은 갈매기의 꿈높이 나는 새가멀리 내다본다고 했지강산이 몇 번 바뀌었건만불가능한 꿈은이루어지지 않았어라 바람부는 들녘에서오랜 세월 버틴 나무처럼새로운 백년을 부르며노동의 대지에더 깊이 뿌리내릴까다시 한번 해 보는 거야일어나 노래를 부르자
2024.05.24 -
겨울초 노란 꽃 피는 날
겨울초 노란 꽃 피는 날 가을에 뿌린 씨가 봄이 되어서 노란 꽃을 피운 겨울초 오랜 기다림 끝에 꽃은 피는가 노동의 대지에 뿌리내려 안간힘으로 살아 땅을 뚫고 솟아 오른 유채 하나 봄 소식을 전하네 작은 텃밭에 어우러져 자란 겨울초 꽃말이 명랑인 저 노란 꽃에 깃들인 생명의 신비여 두손모아 인사하네
202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