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대지(27)
-
겨울초 노란 꽃 피는 날
겨울초 노란 꽃 피는 날 가을에 뿌린 씨가 봄이 되어서 노란 꽃을 피운 겨울초 오랜 기다림 끝에 꽃은 피는가 노동의 대지에 뿌리내려 안간힘으로 살아 땅을 뚫고 솟아 오른 유채 하나 봄 소식을 전하네 작은 텃밭에 어우러져 자란 겨울초 꽃말이 명랑인 저 노란 꽃에 깃들인 생명의 신비여 두손모아 인사하네
2024.03.27 -
갓 올라온 부추가 봄이로구나
갓 올라온 부추가 봄이로구나 꽃샘추위에 장독 물이 얼었네 어느 농사꾼은 마늘이 반 이상 얼어죽었다는데 겨우내 언 땅을 뚫고 올라온 초벌부추 반가워라 허구헌 날 공천 파동 뉴스보다 노동의 땀 스민 대지에 새 작물이 움트고 자라나는 뭇 생명들이 경이로워라 부추씨앗을 받아두고 심었던 산중 오막살이 추억이 새삼 떠올라 웃음짓는구나 텃밭 하나 가꾸면서 호미 쥔 손이 소중하더라 남도의 들녘 바닷가 노지에서 겨울 추위를 이기고 솟은 딱 한번 베어 먹는다는 초벌부추에 봄소식이 들려라
2024.03.02 -
이슬에 맺힌 눈물 한방울
이슬에 맺힌 눈물 한방울 온통 흰눈 세상이더니 홍매화 가지에 이슬이 맺혀 봄이로구나 풀지 못한 한들이 가슴에 사무친 이 산하 어머니의 마지막 눈물처럼 말라붙어 있는가 눈쌓인 길을 헤치며 올랐던 태백산 풀 하나 돌 하나에도 피어린 자욱들 산행길은 역사의 숨결이 곳곳에 스며 있더라 간밤에 몰아친 눈보라 아우성소리인 양 새 세상을 꿈꾸며 싸웠던 민중의 꽃넋들이 빼앗긴 들에 봄이 오듯 꽃망울 이슬로 살아 노동의 대지를 적셔라
2024.02.24 -
설날에 새로운 백년을 꿈꾸며
설날에 새로운 백년을 꿈꾸며 까치가 우는 설날 아침에는 해가 뜨지 않아도 좋다 가슴에 붉은 해가 솟을테니 그런 배짱으로 살아야지 세상이 아프다 나도 아프다 선물꾸러미 대신 장사 재료를 들고 가며 설 명절에 깃든 추억들일랑 떠올려 본다 우리가 명절을 명절답게 웃음꽃 폈던 적이 있었던가 차가운 길거리 천막에서 공장 옥상 농성장에서 빼앗긴 일터 그 자리에서 하얀 벽 창살 속에서 귀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한번쯤 돌아보아라 연대의 손 내밀어 보아라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꿈에 본 내 고향 남몰래 눈물흘리는 이들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함께 살자는 절박한 외침은 어제도 오늘도 울린다 무슨 인사를 받고 싶은가 차례상 밥상 민심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전쟁같은 노동의 대지 위에 끈질기게 꽃피워 온 이 땅의 역사를 믿..
2024.02.08 -
산다는 것 정말 많이 춥네요
산다는 것 정말 많이 춥네요 산다는 것이 아슬아슬하다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히 공황상태가 아닌가 문득 생각키는 말 "혼자만 잘 살믄 뭐한겨" 각자도생 제 한몸만 챙기려는 세태에 더불어삶을 꿈꾸는 이들 불평등 세상을 갈아엎자고 나서는 이들 고난받는 시련 속에서 노동자 서민을 위한 투쟁의 한길로 묵묵히 갈 길을 가는 이들이 있어 절망의 오늘을 버틴다 그 길 위에서 나도 촛불 하나 밝히고 선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노동의 대지 위에 솟는다
2024.01.29 -
나는 희망한다 너도 희망하라
나는 희망한다 너도 희망하라 간절한 소망을 바랐던 새해에 무슨 소식이 이리도 암담하게 들려오는가요 나의 기도는 우리의 기도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 검찰독재 핵 오염수 슬픔의 무게가 짓눌러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이상한 시대를 살지 않나요 갈라진 이 산천에 포성소리 그치질 않건만 누가 한반도 전쟁을 막을까요 야당 대표 테러가 일어나도 지켜보기만 할까요 배고픈 사람들 억울한 죽음들 고르지 못한 세상입니다 언제 변화가 있을까요 날도 춥고 마음도 춥습니다 고단한 노동의 대지에서 노동자 서민들 가슴에 추울수록 타오르는 희망이란 함께 손잡는 사랑이지요 지금 여기 척박한 삶을 후대들에게 물려줄 수 없기에 오늘도 여전히 꿈을 꿉니다
2024.01.04 -
올겨울 한파를 어찌 넘을까
올겨울 한파를 어찌 넘을까 어젯밤에는 참 추웠지 골목길 상자텃밭 김장배추도 이불을 덮고 아기냥이 둘도 방 안에 들여 잤지 낡은 집이라 웃풍세고 홑이불 갖곤 한파를 못 피하겠더라 영하 7도 체감 영하 14도 두터운 잠바를 입어도 강추위에 떨리더라 거리엔 오가는 사람들 드물어진 상가들 집집마다 난방비 부담에 한숨부터 나오겠네 얼어붙은 노동의 대지 올겨울 가장 힘든 이웃들을 돌아보자 이상기후 북극한파 닥친 이곳도 별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네
2023.12.18 -
내일을 품은 오늘을 노래하다
내일을 품은 오늘을 노래하다 잠 못 드는 비내리는 새벽녘 그녀의 새 음반 노래를 USB로 듣는다 노랫말 하나 곡 하나 모두 깊은 산 옹달샘처럼 해맑은 목소리가 흐른다 여리지만 질기고 낮지만 야무진 우위영 가수의 올곧은 심지가 노래 속에 배여 있다 늙으신 어머니를 돌보면서 작곡했다니 놀라워라 격동의 시대를 겪은 사람들에게 가볍게 흘려 들을 수 없는 상처꽃의 아픈 사연들은 민중의 역사이거늘 기타소리의 애절한 선율들이 그녀의 슬픈 마음들이 빗소리 울리며 산천을 적셔 주어라 나직이 시를 읊조리듯이 노래하는 민중가수 부르기 어렵다는 신청곡 굽이치는 임진강 그 노래만큼 "어린 소녀" "오월 운주사" "봄바람 불면" "이 세상 어디에도 그대" "진달래" "고향 고맙다" "영등포행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등등 이후 ..
2023.05.28 -
노란 배추꽃 핀 텃밭가에서
노란 배추꽃 핀 텃밭가에서 포클레인이 파 헤쳐논 공터 겨울에 뿌린 배추씨가 어엿이 꽃대가 올라왔구나 봄동 잎을 뜯어다 쌈 싸먹으니 찬거리로 요긴하더라 천둥번개 치고 비오는 일요일 마침 지리산 의신마을 대성리 산불도 잦아들었다지 꽃샘추위 강풍에 가슴졸였는데 다행이야 작은 풀꽃들 얼굴을 내민 철거된 집터 귀퉁이에 피어난 노란 배추꽃이 반가워라 동네 바깥 멀리 가지 못해도 흙길 흙손 보기가 귀한 도시살이에서 텃밭 하나가 소소한 행복을 주려니 상자텃밭이라도 가꿔야겠네 노동의 대지 산에 들에 싹 틔우는 봄을 어찌 막으랴
2023.03.12 -
텃밭 하나 있다면야
텃밭 하나 있다면야 겨울 끝자락에서 봄동을 만나다 찬이 없어도 된장에 찍어 먹으니 봄맛이구나 철거된 집 귀퉁이 혹독한 겨울 이겨내고 노동의 대지에 악착같이 자랐네 없는 살림에 밥상을 채워 주니 물가고도 한시름 더는 듯 빈 땅 텃밭 봄동이 소소한 행복을 맛보게 하는구나
202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