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농사형제 울부짖는 날

2005. 6. 20. 07:53내일이 당당해질 때까지/문예의 바다



배달의 농사형제 울부짖는 날


이른 아침 안개서린 들판이여
멧새들 지저귀는 고향산천
굽이쳐 흐르는 산줄기 보는가

농사일 나서는 땅의 형제들이
쏟은 땀방울 아롱진 길에서
눈물도 한숨도 삼킨 세월이여

저 갑오년 녹두꽃의 넋이 살아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깃발
태양처럼 솟아오르는 황톳길

개방농정에 가슴은 까맣게 타
생목숨 끊은 이들 얼마이며
갈아엎은 작물들 그 얼마던가

물대포도 맞고 방패에 찢겨진
분노의 시간을 보낸 농민들
식량주권 사수 투쟁 끝없어라

쌀마저 남의 나라에 내주다니
정말 환장한 대한민국이여
방방곡곡 떨쳐 일어서는 오늘

마침내 농민총파업을 선언하고
마을마다 농산물 출하를 거부
협상무효 비준저지 배수진쳤네

우리 농업 온몸으로 지켜내고자
매서운 결의 번뜩이는 길이여
산천초목도 울부짖는 산천이여

셀 수 없이 내걸린 저 현수막들
피맺힌 외침은 강산을 울리고
온누리에 농민의 봉홧불 타는가

아 투쟁 외에는 살 길이 없이 된
정든 고향마을 형제들을 보라
피울음 쏟는 소쩍새소리 들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