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말할까
2019. 6. 23. 21:03ㆍ13부· 그늘진 삶에 햇살 한줌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말할까
동네 한바퀴 휘젓고 다니던 녀석
중성동 시인의 집에서부터
창동예술촌 골목길
오동동 문화의 거리 수레밑
통술골목 일대를 뛰놀던
어린 길냥이 개구쟁이
그만 봉선화 찻길에서 치여 갔구나
방에서 나를 깨물고
명자꽃과 장삿일 마치면
골목길에 마중나오곤 하던 녀석
피흘리며 길가에 쓰러졌구나
통술골목 빈집 화단에
낙엽덮고 판자눌러 묻어주었지만
며칠째 녀석의 빈 자리가 크다
겨울밤에 차 아래서 울던
새끼냥이를 겨우 품에 안고
함께 살아온 지 6개월
집사람은 수명이 짧다며
다음 번엔 장수라 이름지은란다
밤마실 나오던 검은 고양이
개구쟁이의 길이 눈에 밟히네
먼저 가 있던 녀석이 마중나오면
꼭 말해 주어야겠다
찻길에서 지켜주지 미안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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