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단풍들 때면 생각나는

2018. 10. 9. 23:029부·잊지 말아 달라는




지리산에 단풍들 때면 생각나는



산청골짝에 시월이 오면 

지리산평화제가

주민들과 함께 열리지

깊은 골을 끼고

가파른 산들을 두른

그곳에서

눈보라 매섭게 몰아치던 밤

한 빨치산 여전사가

얼어죽은 채

산아래 마을을 보며

손에 꼭 들고 있던 그 책

<자본론>을

나는 읽고 싶어졌다네

산신제를 올리고

이제는 평화를 기원하는

사람들은 무슨 맘일까

통일을 그리며

지리산 아흔아홉골에

꽃넋으로 산화한

그들이 염원했던 세상을

기억하고나 있을까

분단된 조국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싸운

그날 전사들의 혼은

자본의 착취를 넘어 평등한

사회를 꿈꾸었거늘

우린 아직도

통일조국을 평등세상을

이루지 못하지 않았나

<태백산맥>이 던진

시대의 무거운 과제는

미완성인 채

지리산에는 단풍이 들고

무리져 솟은 산죽은

칼바람에 울부짖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