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양덕천변 길을 걸으며

2015. 11. 13. 01:07제4부·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저녁에 양덕천변 길을 걸으며

 

 

옛 한일합섬 그 자리 옆

양덕천을 걷다 보면

기억도 솔솔 되살아오거니

빨간 물 파란 물

어린교 지나 바다로

쉴새없이 흘러들 갔더랬지

섬유공장 고된 노동일에 쏟은

땀방울 눈물이 섞여

마산만으로 안쓰럽도록

스며들었던 지난 시절

잊지는 않았겠지

 

지금이야 맑아졌다지만

제2금강산 계곡에서부터

오늘밤도 그치지 않고

제법 물소리 내며

나와 함께 길을 가는가

저 메트로시티Ⅱ

아찔한 고층아파트

산도 바다도

바람길도 막지는 않는지

내 맘엔 별로여도

노동자의 작품인 걸

언뜻 떠올려라

 

수출자유지역 노동자들이

데모를 좀 해야

양덕 시장경기가 살지

술마시고 밥먹으며

민중가요를 부르던 그날들이

왜 그리워지는 걸까

이제 아파트대단지로 변한

양덕천변 길을 걸으며

노동의 발자취를

새삼스레 뒤돌아보아라

가을비 그친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