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봉화산 자락 석전동에서

2014. 8. 19. 17:13제1부· 길 위에서

 

 

 

비내리는 봉화산 자락 석전동에서

 

 

가을장마 호우가 쏟아지던 어제

석전동 방 안에서 두 사람

눈의 대화를 나누다가

명자꽃이 불쑥 하는 말인즉

"부모 제사도 챙겨야 하고

추석도 다가오는데

당신은 걱정도 안돼요?" 라며

살림살이 얘기를 던진다

난 가톨릭 신앙으로

공동체마을이 가능하단 생각을

밝혔는데 그녀는 현실적이다

시인의 맘은 무소유건만

서로 맞춰가며 살아야겠네

난데없이 오늘 오후

명자꽃 어머니가 여길 들렀다

딸 걱정이 돼서 온 참이다

우린 차이를 초월했는데

웬 나이를 다 묻고

사랑에 꿰인 연분을 어찌하랴

첫 눈 내리는 그날쯤

혼인성사를 준비해 보자

시인의 긴급조치 9호 재심도

더 늦기 전에 끝났으면

여럿 고생 덜 시키겠구나

싶건만 기다려 보자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고

빗 속을 나서는 두 사람에게

내일은 까치가 울고

해는 다시 솟아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