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에 남모를 사랑을 그리며

2014. 3. 13. 02:40제1부· 길 위에서

 

 

 

빗 속에 남모를 사랑을 그리며

 

 

불종거리에 비는 내리고

술 한잔 마신 해당화

그녀를 사랑해도 될까

내 시집을 사 읽고

눈물 흘렸다는 착한 여자

끼니를 꼭 챙기라며

반찬거리도 만들어 준

맘씨 고운 사람

차이야 꽤 나지만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온

풋풋한 그 순정이 애달파

늦깍이로 첫사랑처럼

내 가슴은 설레이는가

가톨릭신자끼리

만나야 한다는데

성당에도 같이 나갈까

괜한 욕심일지도

모르는 이내 심사를

저 봄비는 알아주려나

아직은 빈손이건만

긴급조치 9호 피해보상을

받고 나서 형편 풀리면

그때쯤 오손도손

살 길을 찾아보아야겠지

어느 순간 또 하나의

기다림을 안은 채

내 고향 마산의 창동거리

커피숍 창가에 앉아

차 한잔 마시며

우산 쓰고 가는 연인들을

바라보고만 있는가

이 거리를 쿵쿵 울렸던

노동자 학생 대열들

언뜻 떠올리며

저항의 봄을 예고하는

함께 맞는 비가

그녀만큼 간절해지는 오늘

웬 연애시를 다 쓰고

홀로 상념에 젖는가

빗 속에서도 꺼지지 않을

촛불같은 사랑을

꿈꾸는 가난한 시인에게

새봄이여 희망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