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시는 어떤 것이 될까

2013. 9. 11. 08:41◆ 길이 보이지 않는 거기서 길을 내/3부 순례

 

 

여러분의 시는 어떤 것이 될까

 

 

내게 시는 곡기와 같다

한 며칠 끊으면

힘이 쏙 빠져버린다

머리가 텅 빈 듯

뭔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다

시인의 숙명이런가

원고료도 없는

시를 쓰고 올리면서

지새운 밤은

몇몇 해나 되었나

머잖아 또 한 권의 시집을

펴낼 작정이다 

재심 재판이 어서

끝나면 오죽 좋으련만

그 전에 낼까 말까

고심하는 시인아

한때 통일시 한 편

써서 부치다가

긴급조치 9호에 걸려 

징역 2년 받은 적 있지

교사 해직도 당했던

유신시대처럼

표현의 자유조차

위태로운 시대이다

정설교 시인이 잡혀갔다

천안함 영화가

상영금지 되었다

사람이 곡기를 못 끊듯

고난 속에서 꽃피는

올곧은 시를

나는 계속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