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 벗이 된 검은 고양이

2013. 7. 23. 01:22◆ 길이 보이지 않는 거기서 길을 내/3부 순례

 

 

 

시인에게 벗이 된 검은 고양이

 

 

한번 맺은 인연은 질기다

사람도 야옹이도

정이 들면 더 그렇다

마산에 폭설이

줄곧 쏟아졌던 겨울날

검은 고양이 어미가

폐가에서 여섯 마리를 낳고

봄에 넷이 죽고

검정이와 얼룩이가

용케 살아 남았다

다락방 종이박스에서

새끼 둘을 곁에 누인 채

굳어져 버린 그 모습이

내내 잊히지 않는다

꼭 제 어미를 닮은

그때 검정이가

어린 것 셋을 키운다

생명은 모두 소중한 것

밥은 챙겨 줘야지

고산의 오우가도 좋지만

밤을 지새우며

시를 쓰는 나에게는

야옹이도 정든 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