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버스 낙동강을 지나며

2013. 5. 23. 01:44◆ 길이 보이지 않는 거기서 길을 내/2부 새벽달

 

 

 

 

부산행 버스 낙동강을 지나며

 

 

그때는 탈출하고 싶었지

박정희 유신독재

숨막히던 부산땅에서

반란의 땅 전라도로

자원발령을 신청했더랬지

부산대 사대 국어교육과

졸업논문이란 게 

유랑민의 삶을 노래한

청산별곡이었지

정지용 김수영 시를

무척 좋아했지만

으례껏 통과의례였지

그 당시 내겐

문학이야말로 비상구였네

창비 씨알의 소리

잡지를 읽으며

순수에서 참여로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경상도를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쳤댔지

전남으로 발령을 받아

농촌 섬마을에서

중학교 선생을 했지

개인보다 사회를

중시하며 쓰곤 했어도

채 피지 못한 시편들

문학청년의 방황은

오랜 시행착오를 거친 뒤

민족민중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지

그러다 긴급조치 9호로

징역살이도 하고

부마항쟁 광주항쟁에

불나비처럼

피끓는 젊음을 태웠지

참 격동기였네

핏빛 광주가 진압된 후

교단에서 해직되고

나의 삶도 고통이었지만

34년 전 그 시절

지금도 후회는 없네

모처럼의 부산행 버스에서

잊지 못할 추억은

저 낙동강처럼 흐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