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새봄은 온다

2013. 2. 16. 16:28◆ 길이 보이지 않는 거기서 길을 내/1부 유랑

 

 

 

 

누가 뭐래도 새봄은 온다

 

 

봄기운이 도는 길에서

집집 담벼락에 핀

자그만 꽃눈들

유독 춥고 헛헛했던

올겨울을 이기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구나

얇은 침낭 하나

내 몸 덮기에 충분한

낡은 방을 나오다

마주친 유랑시인에게

어김없이 새봄을

알리는 전령들이여

철탑 위에도

열사의 얼굴 위에도

천막농성장에도

촛불처럼

활활 타오르거라

민중과 함께

끈질기게 살아

꼭 희망을 찾아오는

그날을 위하여

새잎이여 피어나거라

내 마음 속

그리운 연인처럼

우리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