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규의 <우리가 간 산들> 후일담^^

2013. 1. 12. 04:36산행기/답사·산행·동문

 

 

 

 

 

 

 

 

 

 

 

 

 

 

 

 

 

 

평소 산행 노트에 느낌과 코스지도까지 세심한 문학적 필치로 기록한 130개의 산들이 재밌고 유익하게

 

 

아이러니컬하게도 산서가 귀하다. 산행 인구가 2천만명을 넘는 지금 서점엘 가도 산행서적이 드물다. 30년 넘게 산행길을 떠나며 '자유인'으로 살아온 정태규 회장을 만나 뵈었다. 흰눈이 쌓인 마산 내서 광려천 가에 자리잡은 그의 '제일산업사' 사무실에서 <우리가 간 산들> 산행기에 얽힌 후일담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그가 평소 산행 노트에 느낌과 코스지도까지 세심한 문학적 필치로 기록한 130개의 산들이 재밌고 유익하게 잘 표현되어 있는 역작이다. 24산우회와 마산고무학산악회 2,3대 회장을 역임한 정회장의 남다른 열정은 "산은 아무런 말이 없지만 나에게 세파를 견디는 힘과 건강을 주었습니다"라는 서문에 잘 나타나 있다. 만만치 않은 삶의 내력이 있음을 얼핏 엿보게도 한다.

 

그는 "산에서 급할 게 없다. 천천히, 경외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가면 된다. 인간생활에 이러한 이치를 적용하면 도움된다"라고 산을 오르는 자세를 일러준다. 단독산행이든 단체산행이든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툼한 산행기, 그만큼 휴대하면 산행때 실속이 있는 책 내용 중에서 그는 "지리산 벽소령이 가장 추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간이 숱하게 다닌 그 길이 나무로 뒤덮여 없어지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자연의 무한한 힘을 느꼈다고 한다. 153P를 척 펼치면 손수 그린 '벽소령 대피소 의자에 앉아서 덕평봉을 바라보며' 스케치가 산행기와 함께 눈길을 끈다.

 

<우리가 간 산들> 책 판매 수익금 전액을 그는 마산고무학산악회 기금으로 내놓기로 하였다. 나이 칠순이 되면 또 한권의 산서를 펴낼 구상도 피력했지만, 이번 저서에 빠뜨린 70여개 산이 있다니 24산우회 책자처럼 광고스폰서를 싣고 조만간 빛을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삶이 나날이 새로워야 하듯 산도 언제나 새롭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 왜 산을 오르는가?'는 각자 사연이 다를 것이지만, 정태규 회장의 산행기를 차근차근 읽다 보면 산행의 묘미를 만끽하게 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