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3. 01:05ㆍ더불어 사는 세상/시민사회
태풍 매미 희생자 유족회와 추모장학사업회 관계자들 그리고 시민들은 비통한 심정으로 8주기 추모제를 치루고
남들은 추석 명절이라 가족 친지와 함께 어울려 덕담을 나누고 있을 때, 태풍 매미 희생자 유족회와 추모장학사업회 관계자들 그리고 시민들은 비통한 심정으로 8주기 추모제를 치루고 있었다. 어느새 8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꽃다운 자식을 잃은 부모의 가슴에 맺힌 한은 풀리지 않았고 참석한 시민들의 눈시울도 뜨거웠다. 돌이켜 보면 마산의 방재시설 미비와 안이한 대처가 몰고온 참사로서 무려 18명의 희생자를 내었다. 그날 마산 해안가 일원 시가지는 온통 물에 잠겼고 바람도 거셌으며, 사라호 태풍을 능가하는 초대형 태풍으로 인적 물적 피해는 엄청났다.
"지금 마산은 바다매립을 많이 했는데, 방재시설은 돼 있습니까?"
박덕조 추모장학사업회 상임대표께 궁금해서 물어보니,
"여기 서항부두하고 아이파크 해변 등을 보면 알겠지만, 방재시설을 할려면 100m 앞에 설치해야 됩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래서 정계환 유족회 대표께
"마산만에 매미보다 무서운 태풍이 올 가능성이 많다고 들었는데 왜 방재시설을 하지 않습니까?" 넌지시 여쭈어 보니,
"현재 예산이 없어 못하고 있는 형편이랍니다."는 대답이었다.
두 분 얘기를 들으니, 자칫하다간 제2의 태풍 매미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겠다 싶어 내심 걱정도 들었다. 지금 방파제 정도의 방재시설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다. 추모제에 조인제 마산소방청장도 참석해 추모사도 하였지만, 뚜렷한 재발방지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전날 김두관 도지사, 박완수 창원시장, 안홍준 국회의원이 미리 추모공원에 들러 유족을 위로하였다고 한다. 또 이주영 국회의원도 전보를 보내 추모의 뜻을 전하였다. 김오영 도의원, 정쌍학, 이옥선, 김순식 시의원 등도 추모제에 참석해 슬픔을 같이 나누고 유족을 위로하며 시민의 일꾼으로서 인사를 하였지만 차후 예상되는 태풍피해 시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악몽이 재현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자체, 지방의회, 유족회, 장학회 등이 힘을 모아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방재시설을 철저히 하는 노력이 필요
예전과 다른 점은 희생자 유족들의 추모제와 함께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회까지 꾸려, 마산의 태풍 매미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꽃넋들을 기리고자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시현, 서영은 두 젊은 연인사이의 애달픈 사연은 인구에 널리 회자되어 마산시민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당시 태풍에 밀려온 통나무와 수압때문에 숨져간 광경이 눈에 선하였다. 현재 포항공대 서의호 교수가 서영은양의 부친 되시는데, 추모제 내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정말 가슴아팠다. 영문과 출신으로 외국유학까지 다녀왔고 시 수필 등 문재도 뛰어났다며 언제 추모문집이라도 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결국 태풍 매미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자체, 지방의회, 유족회, 장학회, 시민 등이 힘을 모아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차후 방재시설을 철저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마음같아선 채 꽃피우지 못하고 진 젊은 연인 정시현군, 서영은양의 넋을 기리는 작은 목각상이라도 추모공원에 세워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시현군의 부친 되시는 정계현 유족회 대표의 가슴에 사무친 불철주야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같은 추모제가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월이 가면 잊혀지기 마련인 게 인생사라지만, 더 이상 억울한 희생이 나오지 않도록 하자면 마산시민 모두가 이들을 기억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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