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봄산행 바위벼랑길 아찔해^^

2011. 4. 25. 21:32산행기/답사·산행·동문

겨울 지나고 오랫만에 봄 산행길에 올랐다. 마산고무학산악회(회장 정태규, 24회)의 4월 네째주 일요일 합천 황매산(1108m) 정기산행이었다. 황매산 주차장- 영암사- 국사당- 순결바위- 모산재(767m)- 철쭉군락지- 천황재- 감암산(828m)- 칠성바위- 누룩덤- 중촌리 대기마을 코스를 4시간여 동안 걷고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 긴 여정이었다. 합천은 경남에서 땅이 가장 넓고 인구는 5만 3천명이고 80%가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고장이다. 합천댐, 황매산 영화촬영지, 철쭉제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황매산은 초행길이라 마산에서 출발할 때 설레임도 없지 않았다. 34명 산악회 회원들이 참여한 이날 산행은 화창한 봄날씨에 오붓하게 이루어진 즐거운 등산나들이였다. 관광버스 안에서 유동명 산행대장(42회)이 준비해 온 황매산 군립공원 지도와 안내문으로 산행 가이드 설명을 들었다. 원래 할매산으로 불러졌다는 황매산은 불교신앙의 흔적이 역력한 영암사지가 있고 산군들이 북한산 못지 않은 우람한 바위산이라 놀랬다. 기존 산행코스와 사뭇 다르게 바위벼랑길을 로프, 쇠난간을 잡고 오르내리기를 몇 차례 거듭해야 되었으니 유격훈련이 따로 없었다.

 

 

 

 

"영 못 걷는데 어제 술 마셨습니까?"

"약간"

"나는 산에 갈 때는 그 전날 술 안마십니다."

산행대장이 좀 힘들어 보이는 나를 걱정해 한 말이다.

 

사실 겨울부터 봄까지 밤샘이 일쑤였고 당일도 새벽에 일어나 부활절 시를 쓰고 블로그에 포스팅하였고, 단체산행이라 별 준비물도 챙기지 않았다. 아침도 거르고 점심은 빵 하나로 때울 요량으로 생수 한 병만 달랑 배낭에 넣어갔던 것이다. 산행 들머리에서 표고버섯 한 봉지를 후배가 구입해 함께 먹기로 돼 제법 든든하였다. 그냥 찢어서 날것으로 먹어도 무난해 비상식량으로 안성마춤이었다. "막장이라도 넣어가지고 올 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산행 전 준비물을 챙기던 습관이 소홀해진 것이다. 길가의 보랏빛 제비꽃, 노란꽃 야생초도 찍으며 영암사 절터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하였다.

 

 

 

 

 

 

 

조금 오르니 국사당이 나왔는데 이성계가 제를 올린 돌탑굴이었다. 위쪽에 산성터 흔적이 보여 인상깊었다. 왜적의 침입에 대비한 산성이 황매산 가파른 능선과 바위군락 일대에 구축됐으니 가히 천연의 요새다웠다. 무학산악회가 택한 모산재 코스는 샘터가 없어 식수에 유의해야 되었다. 봄날씨가 좋아 물 한병이면 족했다. 산행길에서 만나는 진달래, 벚꽃, 산줄기, 산간마을 등은 산행의 묘미를 더했다. 특히 키높이로 자라 무리져 핀 진달래는 참으로 고왔고 꽃잎을 따서 목을 축이기도 하였다. 솔잎도 맛보고.

 

이날 본격적인 산행은 벼랑길을 로프, 쇠난간을 잡고 오르는 코스에서부터였다. 제법 아찔한 감이 들 정도로 조심해야 되었다.

"좀 어지럽네요."

"거기 쉬세요. 얼굴이 노랗다."

몸의 피로가 겹쳐 너무 가파르거나 높은 곳을 오르면 고소공포증인지 오금이 저렸다.

"이거 드세요."

여성회원이 준 사탕, 초콜릿이었다.

 

 

 

 

이런 난코스가 모산재 가는 길의 순결바위 45도 바위능선길과 모산재 지나서 감암산 좁다란 바위 벼랑길에서 또 맞닥뜨렸다. 평소 오르는 거야 자신있는데 내려올 때가 어지러워 추락할 위험마저 없지 않았다. 다행히 일행 중 후배가 낭떠러지 쇠난간을 몸으로 막아줘 바위를 손으로 잡고 옆으로 돌아 겨우 내려올 수 있었다. 비나 눈이 올 때는 삼가야 할 위험구간이었다. 이처럼 바위산을 오르내릴 때는 평탄한 코스가 없다는 것을 숙지하고 의지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한 여성회원은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할 정도였으니.

 

 

 

 

 

순결바위 주변의 경관은 바위군락 경관이 빼어나 감탄을 자아냈다. 부처가 누워 쉬는 듯한 바위, 맞은 편 돛대바위 절벽의 쇠난간 계단, 아래 보이는 산간마을 등은 볼거리였다. 숲길에서 운지버섯을 따서 넣고 철쭉군락지인 너른 터에 도착해 일행은 점심을 먹으며 쉬었다. 김밥, 막걸리, 김치 등 제법 푸짐한 도시락이었다. 황매산 정상이 바라보였는데 일정상 포기했다. 모산재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철쭉군락지를 거쳐 하산코스로 접어들었다. 아직 철쭉은 피지 않았지만 철쭉제 준비 천막은 쳐져 있었고 여기까지 차가 올라왔다.

 

 

 

 

 

 

 

철쭉군락지를 벗어나기 전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42기 산악회가 기념사진을 남겼다. 산악회 깃발도 준비해 와 모처럼 다정한 장면을 추억으로 남기게 돼 좋았다. 영화촬영지는 일정상 못 보고 또 정상도 가 보질 못했지만 황매산은 역사와 바위비경을 간직한 합천의 명산이었다. 좀더 쉬었다 갔으면 싶었지만 시간관계상 산행길을 계속 걸었다. 걷는 거는 자신있는데 왜 하필 바위절벽 구간을 오르내는데는 그렇게 애를 먹었는지.

 

"고소공포증은 자주 가 보고 극복하면 된다."

정태규 회장이 친절히 일러주는 말이다.

강천산 출렁다리, 월악산 쇠사다리에서도 아찔했던 기억이 난다.

 

 

 

 

 

 

 

 

 

 

모산재는 잣골덤으로도 불려지는 황매산 정상 아래 철쭉공원을 품은 봉우리였다. 이날 산행은 정상까지 가지 않고 여기서 쉰 다음 천황재 방향으로 하산하는 걸로 되었다. 철쭉 군락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어 길찾기도 쉽지 않았고 덤불을 헤쳐가야 했다. 철쭉은 5월 10일경 만개할 것이라 하는데 행사때면 인파에 밀려 바위능선길에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한다. 감암산으로 내려가는 도중 가파르고 좁다란 바위절벽 사이 아슬아슬한 코스를 통과해야 됐는데 여기서 또 한 차례 현기증이 일어 혼났다.

 

"종권아, 형님 좀 챙겨라."

동호회 지원팀장인 문희근 동문(41회)의 얘기였다.

좁은 바위능선에 섰긴 했는데 아래를 보니 아찔한 감이 들어 낭패였다.

"거기 절벽 쇠난간을 막고 서 있으라."며 부탁한 뒤,

로프를 타고 직각으로 내려가 바위를 양손으로 잡고 왼편으로 돌아서 가까스로 능선길까지 다다랐다.

물론 무학산악회 회원들은 잘도 내려들 갔지만.

 

 

 

 

 

대기마을로 내려오며 계곡을 만나 얼굴을 씻고 물도 마셨다. 길가에 무리져 핀 얼레지 군락이 인상깊었다. 농가는 봄철 영농준비에 분주했으며 논두렁엔 노란 민들레, 노란 양지꽃, 보랏빛 제비꽃, 하얀 히어리 등이 옹기종기 피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나온 산행길 바위봉우리 능선을 돌아보니 웅장한 자태로 서 있었다. 이렇게 이날 황매산 산행은 무사히 끝마치고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다. 그리고 소목장 아래 공터에서 뒷풀이를 진행하였다. 여독도 풀고 단합도 기하기 위해서였다. 준비해 온 돼지수육, 멸치회, 소주, 캔맥주를 들며 환담을 나누었다.

 

 

 

 

 

 

정태규 회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황매산 산행을 무사히 마쳐서 정말 기쁘고 수고하셨다."며

무학산악회 회원들을 격려하고 건배제의도 하였다.

여기서 부부동반한 36회가 정다운 포즈로 기념촬영을 하였다. 마산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즉석노래방도 진행돼 분위기는 무르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