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너울의 강진 답사길 보람찼다^^

2010. 9. 14. 02:51산행기/답사·산행·동문

한너울 우리문화사랑회(http://cafe.daum.net/64woori)가 9월 12일 일요일 오전 7시 전라도 <강진 답사길>에 올랐다. 이날 탑승지인 마산역에선 폭우가 쏟아졌지만 23명 회원들이 참가해 오붓한 여정이 되었다. 빗길을 달리며 차 속에서 왕구상 회장이 "온새미로" 소식지를 참고하며 동영상과 함께 답사코스를 설명해 줘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각자 소개 순서에서는 문창문화연구회 팀이 인기를 누렸다. 알고 보니 전날이 한너울 4주년이라 모두가 자축하였다.

 

 

첫 답사지는 <무위사>였다. 월출산 기슭에 자리잡은 고즈넉한 사찰이었다. 날씨도 화창하게 개여 회원들의 발걸음도 가뿐하였다. 극락보전이 역시 눈길을 끌었다. 선각대사 편광탑비가 백일홍 옆에 웅장한 자태로 서 있었다. 나는 월출산 산신각을 유심히 보았는데 민중들의 열망이 깃든 무속신앙의 흔적이어서 그랬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 회원들의 마음가짐이 꽤나 진지해 보였다.

 

 

 

곧바로 <월남사지>로 향했다. 옛 절터였는데 월출산을 배경으로 불에 탄 삼층석탑이 인고의 세월을 넘어 우뚝 서 있었다. 숱한 외침을 겪은 조선의 상흔같이 느껴져 심정이 착잡했다. 숲속에 진각국사비가 외로이 서 있어 답사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송광사 16국사 중 제2조인 진각국사가 창건한 월남사는 그을린 탑과 잡초 무성한 절터만 남았어도 묘한 여운을 불러 일으켰다.

 

 

점심때가 다 돼 강진에서 유명하다는 <수인관>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장터 옆에 자리한 아담한 곳으로 손님들이 많이들 찾았다. 스물댓 가지 찬으로 차린 강진 정식이었는데 한 상 단위로 계산하는 독특한 식당이었다. 작은 소반에 담긴 여러 가지 반찬과 초로 달구는 불고기가 인상적이었다. 후딱 먹다 보니 별미라는 걸 실감치는 못했지만, 찬 하나 하나에 스민 농민들의 땀방울을 생각하며 맛있게 들었다. 병영생탁막걸리가 그 중 젤 좋았다.

 

 

다음 코스는 <전라병영성과 하멜기념관>이었다. 설성이라고 불리는 병영성은 공사중이라 바깥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정방형 돌로 쌓은 전라병영성은 규모가 꽤 되었다. 지금은 벼가 익어가는 논 옆에 쓸쓸히 자리해 세월의 무상함을 돌아보게 하였다. 왜군, 동학농민군 등 전투가 치뤄졌다는데 둘러보지를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 하멜기념관에 집중케 되었는데 네덜란드 대형 풍차, 하멜 선박 대포, 기념관 영상물 등을 찬찬히 살펴보며 기념촬영도 하였다.

 

 

 

한너울 정기답사의 하이라이트는 강진읍 <다산 유배길>이었다. 영랑생가에서 시작해 사의재 동문주막, 다산초당, 천일각 정자, 백련사에 이르는 역사의 자취였다. 김영랑 시인의 초가집 생가가 잘 보존돼 옛 정취를 느끼게 만들었다. 시간만 되었으면 입구의 전통찻집에서 차라도 한잔 들며 시심을 품었으련만 일정상 지나쳤다. 대신 다산이 유배돼 첫 숙식을 한 동문주막에서 동동주, 메생이전으로 그때를 회상해 보았다. 사의재 주막은 풍상에 빛이 바랜 초가로 쓸쓸히 다가왔다.

 

 

 

그리고 <다산초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동주를 몇 순배 든 탓인지 숲속길을 오르는데 숨이 찼다.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만덕산 기슭 유배지 숨결이 스민 길이었다. 오래 전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박석무 역)를 읽은 기억이 났다. 요새는 인터넷 여판지 독서열이 식었지만 80년~90년대만 해도 책을 무지 사서 읽곤 하였다. 당시 띠집이었던 다산초당은 기와로 새 단장돼 길손을 맞았다. 여기서 숱한 편지, 저술을 남겼고 후진 양성에도 힘썼다. 옛스런 멋이 살아 있는 사상의 거처였다.

 

 

 

계속 산길을 올라가니 <다산초당- 백련사> 둘레길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오솔길이 잘 정비돼 있었다. 다산이 백련사 스님과 차를 마시며 오고갔던 추억의 길이다. 제법 길었지만 포근히 안겨오는 산길이었다. 강진을 찾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사색에 잠기며 걸었을 백련사 가는 길이다. 백련결사를 일으켜 불교계의 혁신을 촉구한 신앙운동의 터전인 백련사는 고요한 도량이었다. 수백년 은행나무, 동백나무, 차나무, 백일홍, 강진만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을 연출하였다.

 

 

 

이렇게 해서 <한너울>의 강진 답사 여정은 마치게 되었다. 대부분 잠을 설치며 이른 아침에 제법 먼 길을 달려왔지만 보람찬 하루였다. 강진군의 문화관광 콘텐츠가 풍부해 놀라웠다. 내 마음같아선 우리 고장 경남을 죽 둘러보고 싶건만 한너울은 전국을 달린다. 창립 4주년이 되었고 다음카페 회원도 232명이다. 오는 10월엔 답사 후 정기총회를 열 예정이다. 연회비 3만원, 답사비 4~5만원으로 쉼없이 우리문화사랑의 열정을 불태우는 한너울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