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고무학산악회 천주산 여름산행길^^

2010. 6. 28. 16:11산행기/답사·산행·동문

본격 장마철이 시작됐다. 연이틀 비가 쏟아지더니 산행 당일 다행히 비가 그쳤다. 하지만 우중강행이라 문자를 띄웠지만 이날 참석 동문들은 15명이었다. 오붓한 산행길이 될 모양이었다. 마산역- 합성천변- 제2금강산 입구- 만수봉- 천주산 코스로 <마산고무학산악회 회원들>은 산행을 하였다. 정태규 회장은 인사말에서 "동문 선후배간 친목과 건강 증진을 위하여 많든 적든 꾸준히 등산을 하자"며 회원들을 격려해 주었다. 사실 단체산행의 잇점은 여럿이 함께 가다 보면 심신을 챙기게 돼 좋다는 것이다.

  

 

 

합성천변 무학아파트 일대는 경전선복선화 공사가 한창이었다. 주민 민원도 자연 생겨나 소음, 도로 문제 등이 갈등을 겪고 있었다. 제2금강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하천물은 맑았다. 산 언저리에 텃밭, 농장을 일구는 풍경도 좋았다. 마산에 살면서도 처음 와 보는 길이라 <근교산행>의 묘미를 느끼게 하였다. 작년 여름 무학산악회가 천주산을 탔고 이후 개인적으로 천주산 일원을 몇 차례 다녀왔다. 가을의 제2금강산 긴 계곡은 제법 운치가 있었다. 이날 산행은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산행을 시작해 만수봉을 거쳐 천주산으로 향했다.

 

 

 

최다 참가기수는 32회였고 후배들보다 선배들이 많이 나왔다. 출발할 때는 걸음도 빨랐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오르막길에서 좀 힘들었고 땀을 무척 흘렸다. 이 모습을 보고 누군가 "유유자적하게 산을 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을 해 주었다. 손수건을 흠뻑 적신 만큼 나중에 알고 본즉 몸이 가뿐해졌음을 실감케 되었다. 천주산은 <비안개>가 잔뜩 서려 마치 지리산 운해를 연상케도 하였다. 만수봉 능선에 서서 아래를 보니 온통 구름바다를 이룬 듯 안갯속이었다. 여기서 단체사진을 촬영하였다.

 

  

 

중간중간 큰 너럭바위가 있어 다리쉼을 하였다. <산길 곳곳>에 망개잎, 산딸기, 싸리꽃, 산나리꽃 등 야생초가 피어서 한결 운치를 더하였다. 사진을 찍다 보니 제일 후미에서 따라갔고, 선배 세 분은 중간 편한 길로 갔다. 등산은 당일 체력에 맞춤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제2금강산 만수봉(437m)일대를 벗어나 천주산 정상으로 가면서 나를 사로잡은 것은 야생화였다. 산에 꽃이 있어 산행길이 외롭지 않았고 또 멧새가 지저귀니 더욱 좋았다. 그리고 천주산의 비안개 서린 광경이 이리 매력적인 줄 미처 몰랐다.

 

 

 

 보랏빛 싸리꽃나무를 스쳐 지나며 비안개 서린 숲속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여럿이 가도 호젓한 분위기가 감도는 산길이었다. 이날 재밌는 것은 산딸기를 꽤 맛본 행운이었다. 무리져 핀 산딸기밭이 능선길 곳곳에 보여 작은 추억거리를 보탰다. 바위 틈새에 곱게 피어난 <산나리꽃>이 그리 인상깊을 수 없었다. 강렬한 황톳빛으로 와 닿는 야생화가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지리산 초행길에서 벽소령으로 오르다 만난 그 꽃을 여기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중간 갈림길에 도착하니 <산악회 리본>이 많이 달려 있었다. 마산고무학산악회 엠블렛도 하나 달아 놓았다. 계속해서 천주산 정상쪽으로 걸었다. 평탄한 오솔길이 이어졌다. 간혹 오르막길이 나왔지만 대체로 수월한 능선길이었다. 여름산행의 멋은 비안개 서린 산길을 걷는 데 있지을까 싶을 정도였다. 김수길 선배는 막걸리만 마시지 않으면 의외로 산을 잘 탔다. 전날 비가 많이 내린지라 내리막길은 조심해야 되었다. 더러 미끄러지는 광경도 연출되었지만 신나는 산행길이었다.

 

 

 

정상 아래 <소나무숲 너른 터>에서 막걸리와 김밥을 나눠 먹었다. 하산해서 점심을 챙겨 먹기로 해 간단한 요기만 하였다. 1년 전 이곳에서 선후배 동문들이 점심을 먹었던 추억이 새로웠다. 좀 늦게 도착했는데 서병기 총무가 막걸리를 권해서 두어 잔 마셨다. 정상까지 갔다온 동문들도 벌써 합류해 있었다. 나야 산딸기 맛보느라 사진 찍느라 뒤쳐졌지만. 무학산악회는 이렇게 산을 타면서 선후배간 정을 돈독히 해 동호회 중에서 제법 인기가 있는 편이다. 기수별 산악회가 같이 할 수 있도록 좀더 노력해야겠다.  

 

 

 

나는 <산길>을 좋아한다. 요즘 둘레길 걷기도 유행인데 산을 타며 숲속길을 걷는 게 더 낫다. 천주산은 겉보기보다 곳곳에 비경이 많았다. 어느 산이라도 고유의 풍경이야 간직하고 있을 터지만 여름산 풍경이 남달랐다.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무학산악회 회원들의 추억어린 모습들을 담아냈다. 일행 중 누군가 산행기라도 남겨야 되겠기에 말이다. 이장백 산행대장의 DSRL 카메라보다야 못하지만 후지디카가 간편해 쓸 만했다. 하산길은 경상고쪽으로 잡고 소계시장 산청돼지국밥에서 합류키로 하였다.

 

 

 

예전에 와 봤던 <하산길>을 가노라니 해마다 느낌이 새로웠다. 그때는 무학산악회 초창기였고 천주산은 초행길이었던 것이다. 석불사 쪽으로 죽 따라 내려가는 길 주위의 풍경을 눈여겨 보았다. 숲속길, 계곡, 농장, 텃밭, 돌탑, 약수터 등이 산행의 재미를 한결 더했다. 24회, 25회 선배들이 산을 좋아해서 정말 건강해 보였다. 장마비가 내렸어도 산행을 강행해도 좋을 산꾼들이었다. 소계시장에 도착해 간단한 뒷풀이를 하며 이날 산행을 다함께 격려하였다. 60회 후배 어머니가 경영하는 산청돼지국밥이 꽤 인기가 있어 단골이 많아 보였다. 천주산은 적잖은 추억을 남겼으며 이제 다음 산행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