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8. 03:40ㆍ더불어 사는 세상/시민사회
마산시 석전동 주민들의 철뚝제거 교각설치 요구가 거세다. 5월 27일 오후 3시 석전동사무소 앞에 모인 석전1동 서마산시장 상인들, 자생단체 회원들 등으로 구성된 <경전선토성제거교각설치추진위원회>가 집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차량안내방송을 듣고 주민민원이 과연 어떠한지 관심을 갖고 발걸음을 옮겼다. 6.2 지방선거가 임박한지라 각 후보진영에서도 많이 참석하였다. 통합창원시 시의원, 도의원, 단체장 등 선거운동원들이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동네에 나붙은 철뚝제거 플랑카드를 보긴 했지만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는 처음이었다. "40년간 석전 1동, 2동을 갈라놓은 철뚝때문에 고통을 많이 받았고, 서마산시장 장사가 안돼요."라고 호소하는 아주머니의 말에 귀기울였다. 국회의원, 시장은 선거때 약속을 해 놓고 외면했다는 분노도 터뜨렸다. 현재 경전선복선화 공사가 진행중인데 주민들이 설계도면을 직접 만들어 요구관철을 시도했지만, 예산문제 등 이유로 성의있는 답변을 받지 못한 채 동네가 쪼개지고 생존권 위협을 당한다는 하소연이었다. 나이드신 동네 어르신들이 급기야 풍물을 울리며 <철뚝제거 석전동민 궐기대회>를 열기까지에 이른 것이다.
<석전동>은 봉화산 아래에 자리한 옛날 동네같은 느낌을 받는다. 골목길 집집마다 나무, 꽃, 텃밭을 가꾸며 마을공동체 분위기도 은근히 풍긴다. 주로 서민층이 많이 살고 식당, 주점, 노래방도 적잖다. 서마산시장, 석전시장, 슈퍼마켓 등 재래시장이 주류이고 대형마트는 삼호천 도로 건너편에 들어서 있다. 선거때면 서민층 표심을 잡기 위해 후보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하지만 그때뿐이고 선거가 끝나면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동네다. 행사를 지켜보면서 받은 느낌은 어쩌면 힘없는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석전동 주민들의 오랜 가슴앓이가 선거철을 맞아 여론화해 보자는 심사로 주민행동이 표출된 것이 아닐까는 거였다.
추진위에서 만든 <설계 조감도>를 보니 토성이 제거되고 교각이 설치되면 석전동이 확 달라질 수 있었다. "주민들이 돈들여 제작한 설계도면을 건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만큼 지자체, 지역정치인이 철도공사측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을 하였다. 반면 정보과 형사의 말인즉 "국토해양부의 예산지원을 못받아 내니 그렇다"고 분석하였다. 통합창원시장 문성현, 전수식 후보진영도 보였는데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였다. 의외로 석전동 주민들의 요구는 소박하였고 대회도 자못 동네잔치처럼 신명이 넘쳤다.
대형깃발, 피켓을 앞세우고 <마산역까지 행진>에 들어갔다. 행진 대열 중에는 허리수술을 한 지 1달로 복대를 차고 함께 한 아주머니의 모습도 눈에 띄어 가슴이 쩌릿했다. "서마산시장에서 장사하는데 철뚝이 동네를 둘로 갈라놓아 마을금고도 잘 안돼요"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국책사업은 해야 한다 주민사업을 먼저 해라"는 피켓 문구도 보였다. 석전동 주민들은 "오늘의 우리보다 후대들을 위해 궐기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풍물패가 앞장을 선 대열은 석전동사무소- 서마산시장- 삼호천 다리- 석전초등 신호등- 동마산병원- 마산역 코스로 기세를 돋구며 행진하였다. 연도에 선 시민, 학생들도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선거철이라 민감해서 그런지 석전동장, 공무원들이 안 보여 의아스러웠다. 그런가 보다 했지만 통장들도 못 나오게 했다는 후문도 들려 좀 섭섭했다. 사실 석전동 철뚝제거 교각설치는 <재래시장 활성화와 동네공동체 회복>과 직결된 의미있는 사안이라고 생각돼 행사 사진도 찍고 이렇게 블로그에 포스팅하게 된 것이다. 지역신문 방송이 몽땅 선거취재에 돌입해 주민민원까지 다룰 경황이 없었다고 보인다. 그래서 TV에 나와야 되는데 하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연로하신 분들이 대다수라 자체 언론기능을 하는 블로그, 카페, 동네소식지 등을 활용할 생각까지는 못한 것이었다.
<마산역>에 도착해 풍물을 치며 주민들은 철도공사측에 항의의 말을 뱉어냈다. 그러자 마산역장은 업무방해라며 추진위측과 언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마산역도 석전동에 위치해 철뚝제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민들의 요구를 일개 역장이 어찌할 수는 없겠지만 일순간 주민들이 열받기도 하였다.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 행진이라 역업무에 방해될 것도 없었다. 오히려 역광장에 나와 쉬는 시민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추진위측은 신고된 집회 시간도 임박해서 아리랑호텔 계단- 석전초등- 석전시장- 철뚝- 석전2동- 석전동사무소 코스로 돌아나왔다. 가면서 보니 철뚝이 가로막혀 통행이 불편하였고 동네가 나눠져 있었다.
<석전시장>에 들어서자 선거유세중인 후보진영과 마주쳤다. 수고많으시다며 격려의 박수도 보내주었다. 이에 주민들이 풍물을 울리며 화답했고 행진을 계속했다. 도중에 경남도지사 선거차량도 보여 한컷 남겼다. 선거구 내의 시의원, 도의원 후보들은 석전동 철뚝제거 교각설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과연 얼마만큼 실천이 될지가 문제였다. 이번 6.2 지방선거가 끝나도 추진위측은 주민요구를 관찰할 때까지 결사투쟁한다는 방침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약식으로 정리집회를 하고 서마산시장 포장마차에서 막걸리를 한 사발 들며 향후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주민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결국에는 주민들 스스로의 단결된 힘으로 경전선 철뚝제거 교각설치를 관철할 수밖에 없기에 그래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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