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석산에서 내려다 본 일암리

2010. 3. 28. 23:44바람부는 저 길이 우릴 부른다/3부·눈물젖은 낙동강을 노래하며

 

 

 

적석산에서 내려다 본 일암리

 

 

고단했던 심신을 추스르며

휴일 산행길 떠나는

내 가슴에 봄은 왔는가

산천은 수려하건만

내딛는 발걸음은 무거워

 

일암저수지에서 출발해

한 걸음씩 땀흘리며 오르니

진달래 그리 반갑고

바윗돌에 깃들인

만고의 세월을 깨쳐라

 

솔숲 우거진 산길을 가다

생강나무를 만나고

큰바위도 건너뛰며 다다른

층층바위 너른 터에

적석산 표지석 우뚝 섰네

 

사방을 휘 둘러볼라치면

작은 섬들 수놓은

바닷가 한눈에 보이고

농사꾼의 들판이

푸르게 펼쳐져 있구나

 

봉우리를 이은 출렁다리를

건너고 석문을 지나

하산하는 길목에

미나리즙 한 병 사서

배낭에 넣으며 말 건네니

 

이 고장 진전면 민간인 학살

뼈아픈 사연 들려주는가

그해 여양리 일암리

어디랄 것 없이

남녀노소 죽임당했거늘

 

봄향기에 취해 내쳐 걸은

적석산은 고왔지만

내가 밟고 간 마을길에

전쟁의 상처 여지껏

풀지 못한 채 남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