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희생자 추모제 눈물적시며^^

2009. 11. 8. 04:41더불어 사는 세상/시민사회

 

해방된 지 64년이 흘렀건만 일제의 전쟁범죄 단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한맺힌 절규는 여기 한국땅에서도 계속된다. 11월 7일 오후 4시~ 6시 창원대학교 사림관 강당에서 일제의 사죄와 배상,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촉구하기 위한 <일본군위안부 희생자 2009 추모제>가 눈물 속에 개최되었다. 마창지역 22개 단체가 공동주최하고 경남여성단체연합, 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진보연합(준), 천주교마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주관한 이날 행사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할머니들의 영정을 무대 중앙에 모시고 1부 "열네살 무자" 창극(채희완 연출), 2부 추모식, 3부 씻김마당으로 펼쳐진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종교인, 대학생들, 시민들이 다함께 결의를 다진 뜻깊은 자리였다.

 

 

 

 

 

 

<추모공연>과 <추모영상>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국악장단과 어우러진 "열네살 무자" 창극과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은 그 당시의 상황을 일깨우며 일제의 만행에 다시 한번 분노케 하였다. 창원대 학생들이 꽤 보였는데 신세대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증도 일었다. 행사 팜플렛이 상세하게 잘 만들어져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어디까지 왔나"를  잘 알 수 있게 알으켜 주었다. 그동안 정대협을 비롯한 민간여성단체들의 노력으로 유엔, 미국 하원, 캐나다, 네덜란드, 유럽 등 의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과 보상을 촉구하는 내용을 결의하는 등 국제사회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또 최근 통영거제시민모임(송도자 대표)의 꾸준한 활동으로 시의회 결의를 촉구하는 시민서명을 제출해 놓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할머니들이 살아서도 죽어서도 일제의 전쟁범죄를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2부 <추모식>에서 각계 대표들이 결의를 담은 추모사를 바쳤다. 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이경희 대표, 통영거제시민모임 송도자 대표, 6.15공동선언 실천 경남본부 조영건 대표 등의 추모발언은 한결같이 정부와 국민들의 무관심을 질타하고, 할머니들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닌 우리 자신들의 인권과 정의와 직결된 사안이란 점을 강조하며 결의를 밝혔다. 또 800차가 넘는 정대협의 수요시위, 마창진 통영거제 시민모임 등 지역의 눈물겨운 활동을 언급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하였다. 그리고 일본의 시민사회단체, 시의회에서 전쟁범죄 해결 촉구결의문을 채택하였새 연립정권의 출범으로 과거사 문제가 한일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르는 등 일본사회의 변화 기류가 보여 한일관계 전망에 기대를 주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할머니들의 영전에 바쳐진 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 종교계의 <추모기도>는 간절하였다. 박창균 신부의 가톨릭 위령 성월 기도 , 공명탁 목사의 절절한 도,  스님의 독경 소리가 울려퍼지자 참석자 모두가 경건한 심정으로 할머니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 자리에 연로하신 몸을 이끌고 마산 창원 통영에서 참석하신 할머니들의 얼굴엔 눈물이 어려 있었다. "죽어서 원귀가 되어서라도 일제의 만행을 단죄하겠다" 라고 유언을 남긴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이 가슴에 사무쳐 왔다. 이렇게 종교계가 한마음이 되어 문제 해결에 나서니 할머니들도 기뻐하실 게 틀림없다.

 

 

 

 

모사와 추모기도가 바쳐지고 난 후 <원향살풀이춤과 대금연주>가 이어졌다. 김정희님의 살풀이춤은 실로 대단한 감명을 안겨주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소화의 굿춤을 연상케 하였다. 그만큼 절실하고 혼불이 담긴 춤이었다. 송철민님의 '돌아눕는 산' 대금연주는 겨레의 비원을 안고 숨져간 꽃넋들을 기리며 할머니들의 한을 어루만져 주었다. 추모제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날 보여준 문화 공연은 모두가 수준급이라 2009 추모제는 한층 빛을 발하였다.

 

 

 

 

 

3부 <씻김마당>은 양길수 풍물패의 신명넘치는 어울림 한마당으로 진행되었다. 무거웠던 분위기를 일신하며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는 몸짓이었다. 풍물가락이 장내에 울려퍼지자 단체 대표들이 무대에 올라 함께 춤추며 어우러진 대동의 장을 펼쳐내었다. 할머니들도 "그래 힘내자!" 라고 말하는 듯하였다. 이제 마지막 순서로 결의문 채택을 남겨두고 있었다. 대학생, 여성, 시민을 대표해서 3인이 2009 추모제의 결의문을 낭독하였고,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후렴구호를 따라 외쳤다.

 

<결의문>은 " 지금이야말로 일본은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고 도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일본정부는 특별법을 만들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조사하고, 그 조사를 바탕으로 공식 사죄해야 하며, 역사교과서에 기록하여 다시는 전쟁으로 인하여 인권이 유린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라고 입장을 밝히고 다음과 같이 촉구하였다. 1) 일본 연립정부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2) 일본은 일본군위안부 사실을 교과서에 수록하여 올바른 역사교육을 실시하라, 3) 한국정부는 미온적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한일외교 정책을 세워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에 앞장서라, 4) 경남도의회를 비롯한 경남도내 시군의회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서를 채택하라는 4가지 요구였다.

 

 

 

 

끝으로 <헌화> 순서였다. 참석자들 모두 한송이 하얀 국화꽃을 할머니들 영전에 바치며 눈물과 결의가 동시에 가슴을 타내렸다. 1995년 광복절을 앞둔 어느날 한 할머니의 한서린 결단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위안부의 실상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시작된 기나긴 싸움은 지금도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암울했던 과거사 청산의 문제는 바로 우리 한국인들의 권, 정의, 평화의 문제였다. 그래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동시대 절대절명의 과제이자 요구인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들에게  따뜻한 밥 한그릇 대접하며 인사드리고 이날 일본군위안부 희생자 2009 추모제 행사를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