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여성의전화 "당당하게 나를 외치다" 행사장에서^^

2009. 12. 1. 09:12더불어 사는 세상/시민사회

지난 토요일 장복산 산행을 마치고 진해시민회관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열린 진해여성의전화 주최 <당당하게 나를 외치다> 여성행사에 들렀다. 성폭력피해자 증언대회인지라 금남의 구역이기도 했는데, 우연찮게 블로거로서 취재를 하게 되었다. 아는 얼굴들도 더러 있었고 문화관 전경이 뛰어났다. 물으니 마창지역에선 이런 행사기획이 없다고 한다. 진해여성단체가 남모르는 수고를 많이 하고 있었다. 언론사 기자도 안보였다. 그리고 사전신청을 한 사람들만이 입장가능한 행사였다.

 

 

 

 

여성단체 관계자들과 관심있는 여성들이 꽤 많이 참여했다. <성폭력생존자 말하기대회>라고 돼 있어 좀 아찔했다.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라니 말이다. 사실 남자들로선 충격적인 제목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이야 성평등 교육도 받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높아져서 불미스런 일이 덜한 듯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성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차 한잔을 들며 둘러보니 성평등 책자, 게시판, 설문스티커, 영화관, 강당 등이 잘 갖춰져 있어 행사를 하기에 맞춤한 장소였다.

 

 

 

 

<설문게시판>에서 청춘남녀가 어떤 모임을 마치고 관계를 맺게 되었는데, 성폭력이라면 재판결과를 묻고 있어 6개월이라 썼더니 들춰보니 2년 6개월 형량이었다. 연인 사이라면 그렇지 않을텐데 원치 않는 관계는 성폭력이었고 유죄를 받았다. 대자보 게시판이 제법 무겁게 다가왔다. 아이와 함께 성평등 책자를 읽는 젊은 여성도 보였다. 아는 얼굴인데 집이 진핸가 보았다. 그리고 옆 탁자에서 가만가만 얘기를 나누는 여성들도 있길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한컷 찍었다. 창원여성의전화 회장 얼굴도 보였다.

 

 

 

 

허브차를 두어 잔 마시고 증언대회 강당을 잠깐 둘러보았다. 아직 행사가 열리기 전이라 다행히 볼 수 있었는데 시설이 아담해 좋았다. <진해시민회관>이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태양광 분수대, 김달진 시비 등 조경이 멋졌다. 주말에 진해에서 열리는 행사치곤 뜻깊은 자리였다. 행사에 참석한 여성들은 활달해 보였다. 회장이야 마음이 무거웠겠지만.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한결 밝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들의 치유 프로그램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대자보 게시판>을 자세히 읽어보니 왜 피해자란 말 대신 "생존자"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피해자란 말이 지닌 약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견디기 힘든 고통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생존자로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주체적 존재" 를 뜻했다. 역시 여성단체의 지혜가 남달라 보였다. 그렇다면 이날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행사는 각별한 의미를 가진 당당한 외침이라 할 수 있겠다. 진해의 뜻있는 시민들이 애정어린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또 후원도 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침에 포스터를 보고서 장복산 산행 후 한번 둘러보려고 생각했더랬는데 마침 잘 온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