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12. 04:02ㆍ99%서민 희망찾기/민주노총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역사를 빛낸 마창노련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MB악법 저지와 민주주의 수호를 기치로 내건 <들불대동제>가 올해로 21년째를 맞았다. 10월 10일 토요일 오전 12시~오후 6시 창원 만남의 광장에서 열린 노동자, 시민 대동한마당은 흥겨운 문화난장으로 치뤄졌다. 너른 광장에 빙 둘러 설치된 천막에는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 전통체험 부스까지 실로 다양해 행사장을 찾은 노동자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무대도 작년과는 달리 간소하게 꾸며 만남의 광장에 온 시민들의 편의를 고려했다. 기존의 집회 형식을 탈피하고 어울리기 좋은 문화행사로 진행코자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가을햇살이 따가운 정오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떡메치기, 팔씨름대회, 퀴즈대회가 열리자 <축제분위기>로 달아올랐다. 각 천막부스에 노동자 가족과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흥겨운 풍물패의 길놀이, 87년 투쟁과 MB 퇴진 투쟁 상황극 공연, 노래공연 등이 인기를 누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쌍용차 가족대책위 주막도 붐볐고, 농민들의 농산물직거래장터 부스도 바빠졌다. 들불대동제에 가면 반가운 사람들도 보기 마련이라 이날 나도 오랫만에 아는 이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한 점 불씨가 들불로 타오른 노동자의 단결, 연대 투쟁의 정신이 세월이 흐르면서 시민사회단체 현안과 결합해 더욱 큰 하나로 어우러져 21회 들불대동제가 된 것이었다.
노동자노래패 <좋은 친구들의 노래공연>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시선집중을 받았다. 빠라빠빠~ 개사곡이 단연 인기였고, 노조교선부의 카메라가 연신 터졌다. MB정권의 비정규직 차별, 대운하 미친삽질, 4대강 정비사업, 용산참사, 날치기 언론악법 등을 풍자하며 우리들의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는 노가바였다. 용산참사 사안에 대해서는 시국연설이 행해져 당면 현안을 공유케도 되었다. 들불대동제 팜플렛도 플랑카드도 변변히 없이 문화난장으로 일관하였지만, 그 속에 함축된 메시지는 날카로왔다. 각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동자, 시민들의 얼굴에는 해맑은 가을하늘처럼 웃음이 가득하였다.
<상황극>은 노동자 대투쟁 당시와 MB정권하의 민중투쟁을 동시에 돌아보게 해 열기가 무척 뜨거웠다. 폭력경찰의 만행은 그때나 지금이나 악랄하기 그지없었다. 바로 옆의 쌍용차 가족대책위 천막에 내걸린 현장사진들이 클로우즈업되었다. 관중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프로그램은 착착 진행되어 갔다. 중간에 부스를 둘러보니 짚풀공예, 악세사리공방, 바디페인팅, 솟대만들기, SSM저지 서명, 경남도 현안 붙이기, 희망자활 등 코너에 사람들이 적잖이 모였다. 가족과 함께 들불대동제에 온 시민들이 많은 게 인상깊었다. 또 자전거를 타고온 시민들이 꽤 보여 보기에 흐뭇했다.
<해방춤>을 덩실덩실 추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상황극이 끝나고 함께 대동의 장을 펼치는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주말을 맞아 이곳 만남의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천막부스를 돌아보며 행사를 눈여겨 보았다. 그리고 언론노동자들이 걸어오는 품이 심상찮아 가만 보니 몸벽보를 두르고 있었다. 언론악법 풍자촌극을 하려나 보았다.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에 열받은 언론노조의 풍자몸짓이 펼쳐질 때마다 관중들은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마산MBC노조, 경남신문노조 등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과감히 무대에 올라 온몸으로 연출한 언론악법 풍자 촌극은 그만큼 각별한 의의가 있었던 것이다.
<들불대동제 문화난장>은 파노라마처럼 공연, 자유발언대 등이 끊이지 않고 펼쳐졌다. 섹소폰 연주, 노래부르기, 4대강 정비사업 규탄발언, 힙합공연이 그것이었다. 시간은 흘렀건만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이 행사에 열중하였다. 확실히 예년과는 달리 풍성해지고 다양해진 프로그램이었다. 다만 참여인원이 많지 못하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이날 만남의 광장을 찾은 이들이 연인원 3천은 족히 될 것 같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들불대동제에 담긴 마창노련의 정신계승이 퇴색되는 게 아닌가 하고 우려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잇따른 시국집회, 연대투쟁과 과중한 노동강도, 정리해고 스트레스의 작업현장을 감안한다면, 이날 하루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21주년 들불대동제에 참여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어울리는 축제마당도 뜻깊다고 생각된다.
대동놀이 한마당이 막을 내리고 이제 <스타킹> 순서가 마련되었는데 이게 막바지 분위기를 띄웠다. 통영조선소 노동자 기타패, 노동자풍물패, 어린이 검도, 천사의 노래공연, 즉석 노래자랑 등 공연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프로그램이 많을 줄이야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남다른 저력을 실감하며 내심 기뻤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천막에 앉아 술 한잔 하면서도 쩡쩡 울릴 정도라 자연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통합공무원노조 동지들과 캔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봤는데 예사 실력들이 아니었다. 이제 들불대동제는 마지막 순서로 기념식, 모범노조 시상식, 들불문학상 발표를 남겨두고 휘몰아치는 문화난장에 신명이 넘쳐흘렀다. 정오에 시작된 행사가 어느새 오후 6시 마칠 시간이 다 돼 가고 있었다.
<대단원>의 막은 올랐다. 스타킹 시상식이 끝나고 정리해고 분쇄, 4대강 저지, MB악법 저지, 민주수호 상징의식이 펼쳐지자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이어서 들불대동제 기념식과 종합시상식 그리고자랑스런 들불문학상 발표가 있었다. 선배열사들께 묵념을 올리고, 사천만 민중의 영원한 애국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21주년 맞이 기념식이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때마침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회의원이 들불대동제 마무리에 참석해 경남본부 모범노조 시상식과 기념축사를 해 주었다.
<2009년 21회 들불대동제 모범노동조합>은 금속(금속노조경남지부 레미코리아지회), 화섬(화섬노조부경지부 한국IP쇼우드지회, 동서식품창원지회, 광명연마지회), 보건(보건의료노조 울경본부 사천순영의료재단지부), 공무원(전국통합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준비위), 전교조(전교조 경남지부), 일반노조(일반노조 경상대미화지회), 언론노조(언론노조 마산MBC지부, 경남일보지부)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금을 보니 1만원권 재래시장 상품권들이었다. 그리고 민주노총 김천욱 경남본부장, 민생민주경남회의 이경희 공동대표, 권영길 국회의원 등이 마창노련의 정신을 기리는 들불대동제를 축하하면서, 당면한 시국현안에 다함께 힘을 모을 것을 새롭게 결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뒷풀이>가 만남의 광장 마당 한쪽에서 걸찍하게 벌어졌다. 쌍용차 가족대책위 주점의 술과 안주를 사다가 수고한 동지들을 격려하였다. 기념촬영도 하였고 농민들의 농산물 직거래장터에서 농산물도 하나씩 구입했다. 21회 들불대동제는 막을 내렸지만, 여운은 길게 남는 법이다. 그래서 섭섭치 않게 뒷풀이도 가지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게 된다. 이날 뜻깊은 들불대동제 행사에 기꺼이 함께 하여 자리를 빛내어 준 우리 지역의 많은 노동자 가족들과 시민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보내고 싶다. 내년에는 좀더 알차고 신나는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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