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경남지역 열사정신 계승 합동추모제에서^^

2009. 8. 28. 04:4299%서민 희망찾기/민주노총

8월 27일 오후 6시 30분, 창원 한서병원 앞 광장에서 <제1회 경남지역 열사정신 계승 합동추모제>가 숙연한 분위기 속에 치뤄졌다. 23명의 열사들 얼굴을 보느라니 가슴이 미어졌다. 배달호, 이영일, 이경숙, 하영일, 정경식..등 지금도 눈에 선한 지역 동지들의 삶과 투쟁이 파노라마처럼 내 가슴에 사무쳐 왔다.

 

지금이라도 합동추모제가 열려 정말 다행이다. 자칫 잊혀질 뻔한 열사들의 얼굴을 다시 그려볼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세월은 가도 <부울경열사회>의 정신계승 사업 덕분에 이렇게 오늘같은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 생각하니 머리가 숙여진다.

 

 

 

 

  

 

이날 추모제는 열사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문화공연으로 진행되었다. 놀라운 것은 생전의 열사 동료들이 직접 나와 <추모의 노래>를 심장을 울리게 불렀다는 사실이다. 옛 통일중공업 동지들, 두산중공업 동지들이 얼마나 피눈물을 흘리며 연습했을까를 떠올리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언제나 투쟁 현장에서 함께 목놓아 외쳐 불렀던 노동가요가 되살아났다.

 

나 역시 열사들 추모시를 더 이상 쓰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래고 바랬건만, 경남지역에 무려 23명의 꽃넋들을 우리네 가슴에 묻어야 했던 것이다. 양산 <솥발산 열사묘역>에 묻힌 이들의 한결같은 열망은 "사람이 사람답게, 노동이 아름답게, 사회가 평등하게" 되는 세상을 그리다가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숨져간 것이다.

 

 

 

 

 

 

 

<노동자풍물패>의 북춤 공연은 우리들 심장을 두드려 열사정신을 일깨워주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지역의 동지들 심정도 마찬가지였을 터이다. 노동자 민중의 강고한 투쟁은 정치세력화를 이루어내 현재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 일선에서 뛰고 있는 동지들 얼굴도 꽤 보였다. 

 

87년 무렵부터 낯익은 지역의 동지들 얼굴을 보니 그때 그 시절의 격정이 떠올랐다. 몸담은 곳은 달라도 마음은 변치않고 투쟁의 한길을 걷는 이들이다. 이 시간은 차이를 넘어 열사들 앞에 우리는 하나였다. 머지 않아 <범민주세력>이 하나로 통합돼 MB독재에 맞서는 통일전선을 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추모의 노래, 추모의 몸짓, 추모의 북소리>가 울려퍼질 때 함께 한 동지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이날 비록 적은 숫자가 모였어도, 합동추모제의 여파는 클 것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합동으로 추모사업을 펼칠 중대한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부울경열사회 동지들의 헌신적인 노고에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이다.

 

경남진보연합의 몸짓패 공연이 아주 힘차서 동영상도 촬영했다. 지민주 가수의 "파도여" 곡을 열정적인 율동으로 형상화해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멀리 남미에서 온 외국인의 몸짓과 노래 문화공연이 있었는데, 얼핏 체 게바라 추모곡을 연상케도 하였다.  <합동추모제>인 만큼 열사회 동지들이 모두 나와 추모의 노래 결의의 노래를 바치는 모습을 대하니 가슴 뭉클해졌다. 

 

 

 경남진보연합 몸짓패의 "파도여" 공연

 

 

 

 

 

 

 

 

날은 어두워졌지만 <투쟁의 심장으로 다시 살아> 열사정신 계승 추모제의 문화공연은 다채롭게 계속 진행되었다. 한 동지는 하모니카로 추모곡을 연주하였으며, 여성동지들은 "딸들아 일어나라" 곡에 맞춰 깃발춤을 열사들 앞에 바쳤다. 지금은 잊혀진 듯하지만 이 자리에서 옛 노동가요가 추억을 불러 일으키며 되살아났다. "노동해방" 불글씨가 내 눈에 어려왔다.

 

자주, 민주, 통일, 노동해방을 외치며 산화해 간 경남지역 23명의 열사들이여! 다시금 그리운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았다. 사랑도 이름도 명예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벗들이 아니었던가. <산 자들의 몫>이 너무나 크다. 부산의 신용길선생추모사업회에서 추모시를 보내와 두 분이 절절한 심정으로 낭송을 해 주위를 숙연케 만들었다.

 

 

 

 

 

 

고 이경숙 경남도의원 추모사업회에서 오는 9월 3일 솥발산에서 추모제를 지낸다고 공지를 하였다. 이제 행사는 막바지로 치달아 열사들의 염원을 담아 종이등에 불을 달아 하늘 높이 띄우는 <연등의식>을 치루는 순서를 가졌다. 훨훨~ 날아 올라가는 꽃등을 떠나보내며 열사를 우리들 가슴에 고이 모셨다.

 

끝으로 참석한 모든 이들이 어깨에 어깨를 걸고 열사들의 꽃넋을 기리며 대동의 장을 펼쳤다. 이냥 헤어지기 아쉬운 동지들이 뒷풀이를 가지고 이날 행사의 뜻을 되새기며 <해방술잔>을 기울였다. 나는 옛 통일중공업 동지들과 오랫만에 합석해 회포를 풀며 열사를 기리는 마음이 담긴 술잔을 가슴에 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