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윗날 천주산 농바위에서 달맞이하다^^

2009. 10. 4. 13:38산행기/답사·산행·동문

산과 관계를 맺는 산행길은 흥미롭다. 추석 연휴에 달맞이 겸해서 <천주산 상봉인 농바위>에 다녀왔다. 서상동 뒷길로 해서 올라가니 작은 암자가 나왔는데 옛 멋이 살아 있었다. 천불암이던가. 절 입구 감나무에 대봉감이 열려 있어 수수한 인상을 풍겼다. 계속 가노라니 소나무 오솔길이 죽 이어졌다. 걷기 좋은 길이었다. 천주암이 보여 잠깐 들러 사진을 촬영하고 등산로를 따라 가는데 창원통일마라톤대회 펼침막이 보여 인상깊었다.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만남의 광장에 도착해 다리쉼을 하였다.

 

 

 

 

 

 

만남의 광장에서 함안 방면 임도로 곧장 걸어갔다. 도로포장이 돼 있는게 아쉽긴 했지만, 주위 경관이 괜찮았다. 잠시 후 <또 하나의 만남의 광장>이 나타났다. 여기가 바로 농바위로 가는 길목이었다. 천주산 정상, 달천계곡, 칠원 쪽으로 빠지는 갈림길인 셈이다. 마산, 창원, 함안을 두루 전망할 수 있는 산행기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수직 암벽으로 이뤄진 농바위는 천주산 상봉에 속하고 등산객이 뜸한 편이라 한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많이 자라는 산길을 오르며, 가을꽃인 야생들국화를 만나니 반가웠다. 짐승이 다닌 흔적도 나 있고 도토리 밤송이가 흩어져 있었다.

 

 

 

 

숲속길을 오르면서 점차 몸에 활력이 붙기 시작했다. 피곤하던 기색이 사라지고 혈색이 돌아왔다. 사방을 둘러보니 천주산 정상, 주남저수지, 북면 외감리, 마산만, 팔용산, 창원 봉림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천주산을 제대로 알려면 <농바위 길>을 찾으라 했던가. 드디어 농바위가 눈 앞에 나타났다. 비싼 돈 들인 정자 전망대보다 백배 나았다. 아찔한 절벽 바위이지만 경치 하나는 끝내줬다. 함안 작대산까지 이어지는데 이날은 이쯤 하기로 하였다. 기념사진을 찍고 차례음식으로 술안주를 하며 한가위 보름달을 기다렸다. 오후 5시 40분경 해가 지기 전인데도 어느새 보름달이 둥두렷이 떠 있는게 아닌가. 해와 달이 공존한 광경을 접하고서 경이로왔다.

 

 

 

 

 

내 디카로는 보름달을 포착하기가 여의찮았다. 다행히 어둠이 깔릴 무렵에 두어 컷을 건질 수 있어 블로그에 올리게 되었다. 이번 <한가위 보름달>은 비온 뒤라 그런지 해맑고 밝았다. 넉넉한 한가위가 저 보름달 같았으면 하고 생각에 잠겼다. 조만간 농바위를 다시 찾게 되면 절벽 아래로 한번 내려가 볼 작정이다. 1백미터 수직벽이라도 좁다란 길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산하면서 야생 단풍나무, 망개잎, 노란 까치밥, 멧토끼 등을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호젓한 산길을 가며 마주치는 야생초들이 나를 기쁘게 했다. 그리고 오랫만에 멧토끼를 만나다니 운이 좋았다. 언젠가 무학산 숲속에 영지버섯 캐러 갔다가 우연찮게 마주친 한국토종 산토끼였다.

 

 

 

 

 

 

천주암 쪽으로 하산하다 생각하니 역시 약수터가 산의 보배였다. 달빛이 있긴 했지만 돌, 나무뿌리, 진흙에 미끄러질까봐 후렛쉬로 비춰가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어야 되었다. 술도 한잔 마셨겠다 해서 더욱 그러했지만, 진흙길에 두어번 넘어지고 말았다. 오후 2시께 출발해서 밤 9시께 내려왔으니 꽤 오래 머문 셈이었다. <한가윗날 밤>에 달맞이 행사라든가 민속놀이라도 열렸으면 좋으련만, 찾기가 쉽지 않아 근교산을 택해 천주산 농바위에 올랐다. 산과 친해지며 심신을 챙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