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 남을 팔용산 산행길에서^^

2009. 9. 28. 04:37산행기/답사·산행·동문

산의 가치란 실로 놀랍다. 팔용산은 도심 한가운데의 나즈막한 산이라 별 쓸모없는 곳이라 생각했다. 공단에 둘러싸여 있어 산행지로는 마땅치 않다고 보았다. 최근 팔용터널도 뚫는다 하고. 그런데 막상 <마산고무학산악회 4차산행>으로 팔용산을 올라보니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도심의 허파로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한몫 단단히 하고 있는게 아닌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산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는지 감탄할 지경이었다.

 

 

 

 

 

 

9월 26일 <4번째 주 토요일 정기산행>인 이날 오전 10시 양덕초등학교에 집결한 70여 동문가족들은 출발에 앞서 약식행사를 가졌다. 김만식 고문, 오원석 고문, 이창열 총동창회장, 한기경 양덕초등 교장 등이 자리를 함께 해 막걸리 건배, 금일봉 전달이 있자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곧이어 정인사 뒷길로 해서 팔용산에 들게 되었다. 등산로가 참으로 신기했는데, 한바퀴씩 돌며 산보하듯 오르게 만들어 놓아 다리가 한결 가뿐했다.

 

 

 

 

 

 

 

팔용산은 <마산의 전경>을 보기에 맞춤하였다. 마산만, 수출공단, 무학산, 3.15묘역, 천주산 등이 한눈에 잡혔다. 산길을 타기 쉽도록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었다. 9월 하순인데도 날씨가 더웠고 가을 가뭄이 계속돼 물기가 없었다. 마침내 정상에 다다라 탁 트인 마산 전경을 보니 눈매가 시원해졌다. 이렇게 좋은 산을 놔 두고 무심했으니 여지없이 산행초보격이었다.

 

 

 

 

정상에서 아이스케키를 사 먹고 쉬면서 후미 대열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수원지 방향>으로 곧장 내려오게 되었다. 나중에 들으니 선배 한 분이 무릎이 아파 하산시키느라 산행부대장과 합류치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나무지팡이 두 개를 짚은 후배가 행여 탈날세라 천천히 산길을 타야만 했다. 애초 코스인 정상에서 왼쪽길로 해서 꼬불길로 가야 됐는데, 무심코 푯말을 보고 봉암수원지로 노정을 잡아 시간이 더 걸렸다. 덕분에 산타는 맛은 더했고 수원지 경치도 조망케 되었다.

 

 

 

 

 

 

<봉암수원지>에 도착해 보니 등산복을 입은 시민들이 꽤 많이 보였다. 홀로 산행하는 여성도 있고, 단체로 산행온 사람들도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팔용산은 인파가 붐볐다. 마침 아는 얼굴들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사진이라도 한컷 찍어두는 건데 아차했다. 일제시대때 만든 수원지는 80년대에 용량부족으로 폐쇄되었지만, 이후 시민 휴식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해 가벼운 등산을 즐기기에 딱 맞았다. 수원지에 자리잡은 정자와 돌탑이 퍽 인상적이었다. 특히 거북선 모양의 돌탑이 이채로왔다. 안쪽으로 죽 들어가니 널찍한 터에 마산고무학산악회 선후배 동문들이 모여 점심을 먹고 있었다.  

 

 

 

 

 

조금 후 <무학산악회 회의>가 숲속에서 개최되었다. 총동창회 무학산 등반대회 일정과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서병기 총무의 사회로 이상훈 회장의 인사말, 이창열 총동창회장의 격려사가 끝나고 안건토의에 들어갔다. 오는 10월 25일 일요일에 갖기로 한 무학산 등반대회 일정을 놓고 이의가 제기돼 차후 집행부 회의에서 결정키로 되었다. 그리고 기수별 산악회 10만원 분담금이 즉석에서 납부돼 산악회의 발전에 큰 힘이 되었다. 이렇게 숲속회의는 간략히 마치고, 기수별 기념사진 촬영과 추억의 단체사진 촬영으로 이날 공식일정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장백 산행대장이 트럼펫을 부는 모습이 적잖이 부러워 사진을 찍어두었다.

 

 

 

 

 

추억 속에 길이 남을 <마산고무학산악회 팔용산 산행 단체사진> 촬영이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햇수를 거듭해 세월이 가면 후대의 산악회 회원들이 이때의 광경을 보게 될 터이고, 또 앞서간 산악회 회원들은 먼 훗날 그 시절을 회상케 되겠기에 단연 인기였다. 동호회란 역시 인화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이날 사진을 볼라치면 화기애애했던 무학산악회의 면모를 알 수 있을 것이다. 32회 산악회 김병헌 회장 일행, 36회 산악회 정영화 회장 일행, 39회 산악회 정구일 사무총장 일행 등이 앞다퉈 추억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등산복을 맵시있게 입은 23회 산악회 이상훈 회장 일행 등 선배기수들이 삼삼오오 기념사진을 남겼다. 정말 가슴뭉클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수원지를 배경으로 아릿따운 산행의 흔적을 사진에 담고, 다함께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산해원 입구까지 내려갔다. 도중에 봉암수원지의 경치도 감상하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못가 본 코스에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상사바위, 해병대바위, 절 등은 언제 다시 가 볼 작정이다. 이곳 <수원지 길>은 한바퀴 빙 돌면 더 좋다는데 일정상 그러질 못했다. 그리고 동문 부인들이 많이 와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없지 않았다. 부부동반시 작은 선물이라도 마련해 사기 진작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구일 사무총장의 부인이 DSLR 카메라로 사진 찍는 모습에 무학산악회 회원들이 여간 감탄해 마지 않았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산해원 입구 막걸리집에 도착해 <뒷풀이>를 하였다. 막걸리에 파전으로 산행의 피로를 풀며 정담을 나누었다. 서병기 총무가 제꺽 지갑을 열어 이날 대미를 장식하였다. 23회 이상훈 회장 기수는 맥주로 팔용산 산행의 여독을 달랬다. 36회 산악회는 중간의 정자에서 쉬다 내려와 합류했는데 분위기가 사뭇 아기자기해 보기 좋았다. 자리를 정리하고 무학산악회 박윤동 부총무 어시장 참맛수산 점포에 들러 이날 회계 결산 처리를 하였다. 다음 주 화요일 저녁 총동창회 사무국에서 집행부 회의를 갖기로 결정되었다. 4차 산행인 이번 팔용산 등산을 계기로 회원명부 작성, 무학산 등반대회 준비 등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산행 평가도 겸해서 동문가족들의 심신단련과 친목도모를 위한 산행길이 보다 안전하고 신나게 이루어져야 하겠다. 팔용산은 겉으로 보기엔 볼품없는 나즈막한 야산같지만 의외로 시민들이 즐겨찾는 명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