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산 야간산행 가 볼 만하데요^^

2009. 9. 17. 07:16산행기/답사·산행·동문

산은 내게 생존본능을 일깨워준다. 국토의 7할이 산이라면 , 산과 친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중학교 동기가 등산장비점(민수용 군용장비)을 하는데 엊그제 점심때 만나자고 하길래 갔더니, <천주산 야간산행>을 가자는 얘기였다. 그래 마침 저녁 약속도 없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저녁 7시 옛 창원고(월가아파트 단지) 앞에서 만나 올라가게 되었다. 천주산은 마산창원 경계에 자리잡아 시민들이 동네 뒷산 오르드키 자주 찾는 곳이다. 친구는 1천회를 돌파했다고 한다. 나는 지난 달에 마산고무학산악회에서 단체산행을 한 이후로 야간산행을 한 번 다녀온 정도지만.

 

 

 

9월 중순인데 낮은 더웠지만, 저녁이 되니 선선해서 좋았다.  조계종 말사인 천주암 쪽으로 해서 올라가노라니 산에 드는 느낌이 남달랐다. 건강도 챙길 겸 자연과 벗하는 시간이 좋았다. 작은 절인데 운치가 있는 천주사 스님과도 인사를 했다. 대웅전도 촬영하고. 다만 디카가 밤에는 취약해 탈이었다. 마산 야경이 정말 볼 만했는데 카메라가 받쳐주지 못했다. 비가 안와서 계곡이 바짝 말라 있어 아쉬웠다. 대신 소나무 숲길을 올라가다 빛을 뿜으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을 세 차례나 만나게 돼 반갑고 기뻤다. 산행객이 적잖은 산인데도 개똥벌레는 자유로이 날고 있었다. 동영상을 시도했는데 밤중이라 안잡혔다.

 

 

 

 

 

생각보다 천주산은 야간산행을 하는 산악회와 시민이 곧잘 눈에 띄었다. 약수터에서 잠시 쉬고 있자니, <헤드랜턴 불빛>이 제법 많이 보였다. 기념으로 사진도 한컷 찍어두었다. 천주암 입구 느티나무는 수령이 한 3백년 되나 보았다. 대체로 만남의 광장까지 아니면 전망대까지 갔다 오는 모양이었다. 야간에 굳이 정상까지 가지 않더라도 산행의 묘미를 찾을 수 있겠기에. 친구가 술과 닭을 챙겨온 덕분에 중턱에서 술 한잔 나누며 학창시절 얘기를 한참 주고받았다. 가난했던 그 시절의 부모님과 친구들 소식을. 지금 장비점이 불황이라 간혹 산에 올라 쉬기도 한다는데 같이 와서 좋다는 거였다.

 

 

 

 

 

 

천주산에 들수록 매력이 점차 더해졌다. 초행길에는 몰랐는데 곳곳에 볼거리가 적잖았다. 야간산행의 진수는 어둠 속의 풀벌레소리, 반딧불, 쉼터, 야경, 술 한잔 그리고 산의 고마움을 실감하게 되는데 있는게 아닐까. 친구는 시내에서 만나 술 한잔 나누는 것보다 여기 산에 오니까 한결 낫지 않는가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한 가지 산을 탄다고 하면서 <필수장비>를 빠뜨리고 오는 실수를 연발하니 문제였다. 뭐가 바쁜지 닭만 사왔지 마늘도 두고왔고 혹시나 산짐승을 쫓을 호각도 못 챙겨온 것이다. 나 역시 빵종류라도 넣어와야 됐는데 소홀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걸 교훈삼자고 얘기도 했다. 하기야 정상까지 갈 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맘이 내키면 어찌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려오는 길에 너럭바위를 발견했는데 근심바위라 했다. 여기서 배낭을 내려놓고 다리쉼을 하며 노래도 흥얼거리며 놀았다. 바로 곁에 아카시아 나무가 전봇대 높이만큼 솟아 있는게 신기로왔다. 이날 천주암 부근에서 제법 볼거리를 찾아낸 셈이었다. 드러난 나무뿌리와 돌부리만 조심한다면 야간산행은 또다른 묘미가 느껴지기 마련이다. 마음 같아서야 달빛과 별빛에 의지해 후렛쉬 없이 산길을 거닐고 싶건만 역시 <안전산행>에는 신경써야 되었다. 계곡이랄 것은 없지만 깊이 파여 있는데 시멘트로 발라놓아 보기가 흉했다. 자연스럽게 물길이 흐르도록 원상 그대로 놔 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막차를 타고 돌아왔는데 이날 친구와 함께 한 천주산 야간산행이 나에게 새로운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