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산 산행길에서 내가 보고 느낀 만큼^^

2009. 8. 23. 18:40산행기/답사·산행·동문

8월 하순 늦더위가 한창인 주말 아침 10시, 경상고 옆 소계체육공원에 모인 <마산고무학산악회> 40여 회원들이 석불사를 거쳐 천주산 산행길에 올랐다. 창립 이래 3번째 산행이었는데 참여율이 괜찮은 편이다. 구암동 소계체육공원이 둘이나 돼 주민들도 길을 잘못 알으켜 줘 동문들이 집결지를 찾는데 혼선을 겪었다. 애초 코스는 소계체육공원- 천주산- 달천계곡으로 잡았는데, 이날 차를 갖고 온 회원들이 많아서 코스를 변경해 석불사- 천주산- 소계체육공원 방면으로 원점회귀 산행을 택했다. 바람 한점 없는 폭염이었지만 여름숲 그늘을 위안삼아 죽 올라가노라니 산행의 묘미가 느껴졌다. 길가의 보랏빛 칡꽃, 초록빛 도토리와 멧새소리가 반가웠다.

 

 

 천주산 산어귀 돌탑이 곧추 서 있어 인상깊었다

 

 

 

 

늦게 도착한 회원 한 명을 기다렸다 데리고 가느라 산행대장, 부총무, 부산행대장 등과 함께 중간 지름길로 올라가게 되었다. 가는 길에 큰 두꺼비를 만나 사진을 찍어두었다. 천주산은 <약수터>가 귀해 석불사 지나 정자 옆에 하나 있기에 여기서 목을 축였다. 배나무 복숭아 단감 등을 재배하는 농장이 더러 보였다. 계곡이 있긴 했는데 물이 마르다시피 해서 아쉬웠다. 여름산은 역시 나무그늘이 길동무였다. 참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다리쉼도 하며 기념촬영도 하였다.

 

 

 천주산 중턱에서 바라본 마산만과 시가지 

 

 

 

얼추 1시간쯤 올라가니 능선에 다다르게 되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어찌나 반갑던지. 여기서부터는 줄곧 <능선길>이 이어져 천주산 정상으로 통한다. 사실 나로서는 초행길이었다. 이상훈 회장, 김민년 상임부회장, 서병기 총무 등 동문들은 이 산을 뒷산 산책로로 여기고 자주 오르내렸다 하는데, 나는 무학산을 즐겨 탔던지라 마산-창원 중간지대인 천주산을 소홀히 한 편이었다. 막상 와 보니 산마다 색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켜 좋았다.

 

 

 정상 아래 소나무 그늘에서 오원석 고문 등과 함께

 

 

 

여느 산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숲속길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산길을 걷는 재미가 남달랐다. 천주산 정상을 얼마 앞두고 <소나무 그늘>에 도착하니 오원석 고문을 비롯한 회원들이 쉬고 있길래 자연 배낭을 내려놓게 되었다. 여기서 한참을 쉬다 중리막걸리, 김밥으로 점심을 함께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정상에 간 선두대열에 합류하지 못해 절반의 산행이 되어 버렸다. 마산,창원,함안의 경계인 천주산 산세는 부드러웠으며, 멀리 마산만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고 함안쪽 길도 보였다. 가만 생각해 보니 걷기 좋은 길이 호젓한 산길이 아닌가고 여겨졌다.   

 

 김민년 상임부회장 등 회원들이 정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정상에선 이장백 운영위원이 DSLR 카메라로 기념촬영을 하고 트럼펫 연주와 노래도 했다고 정영화 산행대장이 다음날 이메일로 소식을 전해왔다. 하산길에 오른 회원들의 얼굴이 밝았다 중간에 약속이 잡혀 있어 먼저 내려간 회원들이 더러 생겼다. 이번 산행을 겪어 보니 정상에서 일단 단체일정을 마친 다음, 기수별 산악회나 개별회원이 산행코스를 마저 타고자 한다면 그리 하는 방향으로 잡아야겠다는 것이다. 산행이 주가 되어야 한다고 보면, 뒷풀이에 합류하지 못하더라도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앞으로 산행계획을 짤 때 집결지 사전답사, 행선지 지도 나눠주기 등에 신경써야 되겠다.

 

 

소계체육공원 정자에 도착해 산행참가 회원 인원점검 중 

 

 

 

 

1차산행 무학산 96명, 비음산 2차산행 38명, 천주산 3차산행 40명 이렇게 보면 관광버스 한 대는 문제없겠다. 임원진, 회원 명부를 조만간 정리해서 마산고무학산악회의  틀을 확실히 갖출 필요가 있겠다. 소계시장에서 막걸리와 파전 순대로 <뒷풀이>를 했는데, 이게 참 추억에 남는 회원단합의 시간이기도 해 즐거웠다. 이 자리에서 수표, 5만원권도 등장해 산악회의 사기를 북돋워주었다. 천주산은 무학산보다 낮지만, 죽 이어진 능선길이 순조로와 산행초보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었다. 자기가 보고 느낀 만큼 산은 제 모습을 드러내기에, 산에 들 때에는 심신을 맑게 해서 여럿이 가면 수확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