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초행길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은^^

2009. 8. 29. 05:32산행기/답사·산행·동문

8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제, 경남 <합천댐 상류>에 위치한 봉산면을 찾아서 후배 둘과 동행케 되었다. 거창과 인접한 그곳은 후배의 고향이기도 한지라 답사삼아 차에 올랐다. 마산시내를 벗어나 들판길을 달리니 푸른 산이 한눈에 안겨오고 익어가는 벼논이 정겹게 다가왔다. 모처럼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길가의 코스모스가 가을을 알리고 있었다.

 

사실 초행길인 셈이라 주위 경관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함안 의령을 거쳐 합천으로 들어서면서 황매산을 멀리서나마 바라보았고, 3개 면이 수몰된 <합천호>의 길다란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곳 합천은 경남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고장으로 영화테마공원, 황토한우, 합천댐, 최치원선생 서원, 가야산 해인사 등이 있어 둘러볼 곳이 적지 않았다.

 

 

합천댐 수문을 맞은편 길에서 바라보며

 

 

길다란 합천호를 다 둘러보려면 한참 걸린다                                                                                 수몰된 마을 망향탑의 사연이 애달프다

 

80년 전두환 군사정권때 합천댐을 지었다는데 이곳 합천호 물이 마산의 식수원도 된다고 한다. 겨울철 빙어로 유명세를 타서 그런지 펜션이 많이 들어섰고 수상보트도 다니고 있었다. 날이 가물어 수위가 낮아 산허리가 드러났다. 차로 한바퀴 빙 둘러보고 애초 목적지인 <봉산마을> 어귀에 다다랐다. 도로 건너편 산의 계곡을 활용해 사업구상을 펼치겠다는 후배의 말을 들으며 산공기를 들이마셨다.

 

둘 다 산악회 멤버들이라 바람도 쐴 겸 해서 왔는데 의외로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황매산> 번개산행도 해 볼 작정이고, 합천 관광도 주마간산격이지만 즐기게 됐으니 나로서는 수확이 없지 않아 좋았다. 그곳은 산 하나를 넘으면 산청 지리산 줄기로 이어진다고 하고 거창과 합천의 경계지점이었다.

 

 

 

산 중간 계곡으로 들어서면 널찍한 분지가 있어 적지이고 주변 땅을 매입할 예정이란다

 

 

덕분에 <합천 투어>를 하게 됐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관광객은 드물었다. 듣자니 여름 휴가철이면 이 계곡도 인기를 누린다 한다. 지금은 물이 거진 말라서 을씨년스러웠다. 합천호뿐 아니라 황강 물줄기도 그랬다. 문화유산답사나 산행을 하려면 괜찮겠는데 계곡 피서는 제 격이 아니었다. 합천공원과 일해공원 명칭을 둘러싼 갈등도 자연스레 화제에 올랐다.

 

이쯤 둘러보고 차를 달려 토종닭 잘 하는 식당을 찾아나섰다. 처음엔 길을 잘못 들어서 마을 고샅길을 돌아나와 합천댐 수문 맞은편 <동광가든>이란 맞춤한 식당을 발견했다. 나무그늘 평상에 앉아 쉬며 주위 텃밭도 살펴보고 사진도 몇 컷 찍었다. 바로 옆길에 작은 소나무를 밭에다 심어놓은 게 인상적이었고 또 텃밭의 하얀 박, 빨간 고추 등이 정겨웠다. 가든 입구에 해당화, 키위 등이 심궈져 있어 운치가 느껴졌다.

 

 

 

 

 

 

<토종닭 백숙맛>이 일품이었다. 주인장 강여사에게 비결을 물어보니 닭이 좋아서 그렇다고 한다. 후배가 닭사업을 할려고 구상중이라 여기를 찾은 것 같았다. 삼계탕하고는 달리 토종닭을 먼저 먹은 다음 닭죽을 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닭밤과 닭가슴살을 첫상에 올려줘 맛보니 이게 별미였다.

 

그동안 <맛집 취재기>는 블로그에 포스팅 하지 않았는데 이참에 한번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산악회 집행부 회의를 마치고 들른 마산 오동동 탑마트 뒷편 보리밥집 음식을 촬영해 두고서 아직 블로깅 하지 못했다. 우연찮게 합천에 온 김에 사진을 찍었는데 괜찮겠다 싶어 함께 올리기로 한다.

 

 

 

 

 

 

부산 태생인 <강여사>는 2003년에 남편 고향인 이곳에 광동가든을 차렸는데 주말이면 손님이 많다고 들려준다. 텃밭에서 가꾼 무공해 찬거리를 손님상에 내놓고 녹차냉면도 메뉴란다. 합천댐이 바로 앞이라 길찾기가 수월해 언제 황매산 번개산행때 들러볼 생각이다. 장사가 어떠냐고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합천군에서는 별다른 지원시책이 없고, 정성껏 차려 내놓은 음식맛으로 합천을 찾은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겠다며 살포시 웃음을 머금는다.

 

그나저나 초행길에 토종닭 백숙을 맛보게 돼 나로서는 운수좋은 날이었다.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날씨에 경남 내륙지방을 사전답사차 찾게 됐지만, <합천의 볼거리 먹거리>를 눈여겨 보고 이렇게 블로그에 올리게 돼 기쁘다. 간혹 시외로 나가 산천경개도 두루 보며 사람사는 모습도 접하는 일이 생활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동광가든 강여사와 삽살개 키치가 손님들을 바래다 준다

 

 

해당화와 열매가 곱다                                                                                                     키위가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