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3. 06:07ㆍ산행기/답사·산행·동문
낮에 임마선생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연인즉 쌀재고개 등산로를 내는데 같이 일 좀 하자는 거였다. 평소 가 보고 싶던 차에 마침 잘됐다 싶어 흔쾌히 승락했다. 무학여고 지하도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잠시 틈을 내서 서각 장승 공방을 운영하는 김양수선생을 오랫만에 학교로 찾아가 뵈었다. 그랬더니 오는 10월 2일 내서 호계 잔디광장에서 "람사르총회 기념 환경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 아닌가. 참 부지런한 분이다. 인사차 들러서 김선생을 쌀재텃밭으로 함께 모시고 갈 참이었는데 바빴다. 그래서 임마선생을 학교 작업실로 오라고 해서 두 분을 만나게 해 주었다. 일종의 지역문화네트워크인 셈이기도 한데, 쌀재고개 문화공간 가꾸기에 서로 협력할 수 있겠기에 호기를 놓칠 수 없었다. 임마선생 말로는 쌀재텃밭 자리가 바람재이고 옛부터 바람이 세기로 이름났다 한다. 듣고 보니 윗바람재, 아랫바람재 이름이 생각났다. 김선생은 바람개비를 설치해 보자는 의견을 내놓았고, 임마선생은 그것과 함께 대체에너지인 대형 풍력발전 구상을 말하였다. 마산의 명소답게 멋진 바람개비를 세워보자는 구상이었다. 확실히 두 분 다 쌀재고개를 문화공간으로 가꾸려는 아이디어가 남달랐다.
임마선생과 나는 곧바로 쌀재고개로 차를 몰았다. 낙남정맥 통과 구간이기도 한 쌀재텃밭을 등산객들이 짓밟을까봐 바로 옆자리에 쌀재에서 대곡산으로 10분이면 오를 수 있는 지름길 등산로를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4년 전 헬기자리였고 황무지였던 이곳을 사 들여 틈틈이 풀을 뽑고 텃밭을 일구기 시작한 결과, 지금은 만날고개에 이어 마산의 명소로 거듭나게 되었다. 100여 그루가 넘는 밤나무가 무성했으며 등산객들이 추억삼아 밤을 주워가게 그냥 둔다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임마선생은 농장일이 몸에 익어 척척 오솔길 등산로를 개척해 나갔다. 나도 함께 낫질을 하며 잔가지를 쳐내고 땅을 다져주었다. 그런데 곳곳에 재래종 밤송이가 흩어져 있는 게 아닌가. 단단하면서도 맛있는 토종밤나무의 밤을 주머니 가득 줍는 행운을 누렸다.
쌀재고개 임마농원은 볼수록 정감이 가고 신기한 느낌마저 들었다. 굽이치는 산줄기들이 한눈에 탁 트이게 바라다 보이는 임마농원 터는 그야말로 명당자리라고 했다. 이곳을 마산시민들의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가꾸고자 땀방울을 쏟는 노력은 실로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쟝 주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 애니메이션이 얼핏 떠올랐다. 쌀재고개에 얽힌 전설이나 일화들은 현재 마산시사에서도 언급돼 있지 않아 아쉬웠다. 감천에서 쌀과 숯을 지고 날랐다는 얘기부터 알려지지 않은 쌀재고개 유래까지 찾아보면 흥미진진할 것이라 생각된다. 마산의 만날고개 30리 상봉길이 바로 쌀재고개가 아니던가. 저녁노을이 참 곱고 감천골 달빛이 아름다운 여기 쌀재고개에 둥지를 튼 임마농원 쌀재텃밭을 나는 감히 마산의 또다른 명소로 부르고 싶다. 그리고 이곳을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휴식공간으로 가꿔가려는 임마선생의 속마음을 살짝 엿보는 즐거움도 누리게 돼 기쁜 하루였다.
'산행기 > 답사·산행·동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쌀재고개 임마농원에 가면 볼수록 새로워서 좋다네^^ (0) | 2008.10.07 |
---|---|
쌀재고개 낙남정맥 등산로를 함께 만들면서^^ (0) | 2008.09.26 |
봉화산 오솔길이 고단한 심신을 편안케 하다^^ (0) | 2008.09.11 |
우포늪을 둘러보고서야 람사르총회를 실감하다^^ (0) | 2008.09.02 |
마산고 동문야구단 첫 모임 흘린 땀방울 보람있습니다^^ (0) | 2008.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