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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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꽃에게 말을 걸다
가시나무꽃에게 말을 걸다 월요병인가 어깨통증에다 머리까지 어지러운 날 지역 행사 두 군데 사진찍을 일도 놓치고 무학산 둘레길 산길에서 가시나무 울타리를 만나 반가운 김에 가시나무꽃에게 말을 걸다 옛 동네 골목길 들어서면 지금은 사라진 풍경 아련히 떠오르건만 오래 된 논들 집들 밀고 도로 내고 아파트 들어선 내 살던 교원동 집터 오늘도 명자꽃과 함께 지나쳐 왔지만 임항선 철길 걷노라면 마음이야 가벼울까 꿀벌 하나 날아드는 하얀 가시나무꽃을 보며 남모를 추억에 젖는가 도시살이에서 보기 드문 가시나무 울타리가 코로나 블루를 달래는구나
2022.04.11 -
코로나 블루 불종거리에서
코로나 블루 불종거리에서 코로나 재앙 2년 동안 빚만 쌓여간다는 자영업자 한숨소리가 훅 끼쳐오는 듯한 마산의 불종거리에 가니 거리두기 풀렸다지만 체감경기는 쉬 회복되지 않구나 그래도 살아야겠기에 점포문을 열고 전을 펴는 상인들 단골 술집 식당 노래방 말고는 한산하더라 아는 얼굴들 만나 인사나누는 반가움에 오동동 거리가 작은 위로가 되지만 손실보상 방역지원금도 늑장인 정부 탓에 더 고단해진 장삿일 웃음소리마저 사라진 전통시장 풍경 오늘따라 씁쓸하여라
2022.04.05 -
내 마음의 봄은 아직 멀다
내 마음의 봄은 아직 멀다 민들레 피는 봄은 왔건만 보릿고개가 닥쳤구나 끝모를 코로나 재앙 앞에서 죄없이 죽어간 사람들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 보상이란 이루어졌는가 50만명 확진 정점을 찍는다는데 과연 그럴까 거리두기 조치에 자영업자는 파산지경 대선 이후에도 나아질까 없는 살림들은 생존조차 위태롭건만 불평등 세상을 바꾸자는 진보정치는 미약해 걱정이 앞서는 오늘이구나 모처럼 단비가 내려 동네텃밭에 감자를 심고 코로나 블루를 떨쳐 보지만 내 마음의 봄이 아니네 TV 땡뉴스는 아예 꺼버리고 한산한 밤거리 걸으며 동네한바퀴나 돌아볼까 오늘밤도 잠 못 이루겠구나
2022.03.15 -
코로나는 밤에만 걸리는가
코로나는 밤에만 걸리는가 불금마저 사라진 거리 초승달만 슬피 창동 오동동에 떴구나 시간제한 방역패스 성난 자영업자들 무릎꿇고 하소연도 하고 풀어달라 외치고 점등시위를 펼쳐도 방역당국은 코로나 탓에 아직이라네 지원금으로 대출로 소상공인을 달래봐도 저마다 한숨소리는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코로나는 밤에만 걸리는가 9시 영업제한 과연 일리가 있는건가 의문을 던지는 억하심정을 그 누가 알랴 장사를 계속할수록 빚만 늘어간다는 650만 자영업자의 절규를 허투루 넘기지 말라 노동자 서민들도 장삿일 상인들도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니던가 불금의 불종거리에 코로나 블루는 깊어라
2022.01.08 -
태풍 지나간 뒤 거리에서
태풍 지나간 뒤 거리에서 어젯밤은 번갯불이 번쩍 포탄이 작열하듯 창 밖에 잇따라 치고 명자꽃도 나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항구로 대피한 마산만 배들 태풍 피해는 없을까 걱정도 되더라만 무사히 지나간 모양이다 또 이어진 거리두기 4단계 시내 중심가 간판들도 괜찮아 보인다 갈수록 기후위기란 것을 체감하는 올 여름 저마다 생업마저 위태로워라 밤 9시 시간제한 밤거리는 인적이 끊기고 장사 문닫게 생겼다 저 멀리 무학산 풍경도 우울해 보이는 날 추석채비는 엄두를 못낼 판 비껴가지 않는 재난 앞에 코로나 블루는 길어라 이대로 간다면 불평등의 골은 깊어갈 뿐 뉘라서 세상을 바꿀까 촛불 하나 밝히고 싶어라
2021.08.24 -
아름다운 동행을 되새기며
아름다운 동행을 되새기며 우리는 왜 사소한 것에 곧잘 분노하는가 공공의 적들은 두고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영세상인들에게 여성들에게 어린이들에게 개 고양이들에게 성난 얼굴을 붉히며 화풀이를 하는가 김수영 시인이 콩나물 반찬값 몇푼에 열받는 자신을 탓한 시가 생각나네 해를 넘겨 끊이지 않는 코로나 블루 탓일까 자제하지 못하는 다혈질 탓일까 걸핏하면 경찰이 오고 고소건이 남발하는 부끄러운 생활의 민낯들 더불어삶의 길 아름다운 동행이란 이토록 힘든단 말인가 깨어진 관계를 서로 이어주는 힘은 용서와 사랑이 아닌가 정작 분노할 곳에 우리 표적을 맞추자
2021.05.07 -
없는 살림에 복은 쟁취하는 것
없는 살림에 복은 쟁취하는 것 까치설날 잠시 산에 갔다가 회원골 약수터 물받고 개구쟁이 길냥이 밥주고 시인의 집에 돌아오니 명자꽃은 그새 차례상 장보러 시장엘 다녀왔구나 올 설은 건너뛰자 했건만 못 말리는 제사상 음식 장만 없는 살림에 조상은 챙겨야 복을 받는다지 스마트폰을 켜니 설 인사 페북으로 메시지로 아무도 오지 말래도 마음만은 고향으로 훈훈한 설 잘 보내라고 안부전하네 오늘은 무거운 어깨도 쉬며 민족명절 설맞이를 해야 되겠건만 심란하여라 코로나 블루의 시대 "오늘도 밥값 하셨습니까?" 묻는 말 하나 떠올라 내 마음은 서글퍼져라 지금과 다른 세상을 위하여 민중들은 싸우고 있거늘 복은 쟁취하는 것 명절다운 명절 그려보자
2021.02.11 -
불종거리 밤거리에 서서
불종거리 밤거리에 서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 주말이라 단풍객 산들에 가득하고 한라산엔 상고대가 피었다는데 불종거리는 은행잎도 노랗게 물들지 않았어라 슬픈 부고를 접하고 고 박순경 신학자 진보의 가치를 강조했던 평화통일운동가 당 고문의 명복을 비네 몸도 마음도 늘 깨어 있어야 하거늘 코로나 블루는 내게도 예외없어라 첫눈이 내릴 때쯤이면 한 권의 시집을 출간해야 되겠건만 사느라고 팍팍하구나 찬바람 부는 밤거리에서 남몰래 시를 쓰노라
2020.10.24